주간동아 695

2009.07.21

천의 얼굴 스페인 “Fantasia!”

태양과 예술, 향기로운 와인 등 곳곳에 숨은 매력 ‘지독한 중독’

  • 채지형 여행작가 http://www.traveldesigner.co.kr

    입력2009-07-15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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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의 얼굴 스페인 “Fantasia!”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미술 작품.

    잠들 줄 모르는 열정, 붉은 드레스의 플라멩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투우, 지지 않을 것 같은 태양, 향기로운 와인, 한 입에 아삭 들어가는 타파스.

    스페인은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빠듯한 일정에 배낭여행자들이 스치듯 지나가는 스페인. 그러나 한번 발을 디디면 누구나 알게 된다. 스페인은 결코 잠깐 들를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돈키호테’에 나오는 라만차 평원처럼 놀라운 매력이 끝도 없이 이어져, 한번 스페인에 빠지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홍보대사가 되고 만다.

    스페인은 어떤 이가 찾더라도 각자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면 평화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해변으로 가면 되고, 걷기 좋아하는 이라면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산티아고 순례길을 돌아보면 된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피카소 생가가 있는 말라가나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빌바오를 찾으면 좋겠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스페인 여행을 떠나볼까?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지중해와 춤 그리고 음악과 미술이 넘실거리는 곳,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놀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다. 잠도 없는지 밤늦게까지 와인과 이야기로 피운 꽃을 거둘 줄 모른다. 특히 FC바르셀로나의 축구 경기가 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온 도시가 열기를 뿜어낸다.



    이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이는 안토니오 가우디다.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0년이 돼가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세계의 사람들을 바르셀로나로 결집시킨다. 어린이의 눈으로 자연을 보고, 그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만든 건축물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12곳으로, 바르셀로나를 ‘가우디의 도시’라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가장 유명하다. 170m 높이의 뾰족탑 8개로 상징되는 이곳은 가우디가 서른 살 때 착공했는데 아직까지 열심히 공사 중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우디의 작품 중 여행자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곳은 바르셀로나 북쪽 언덕에 있는 구엘 공원이다. 알록달록한 모자이크 장식과 동굴 모양의 산책로가 가우디의 상상력을 엿보게 만든다. 구엘 공원 정상에 올라가면 질서정연한 바르셀로나 시내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우디의 작품을 본 뒤에는 카탈루냐 광장으로 가야 한다. 카탈루냐 광장에서부터 콜럼버스 기념탑까지 1km에 이르는 거리가 유명한 람블라스 거리다. 1년 내내 크고 작은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흥겨워진다. 람블라스 거리는 사람들이 걷는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는 특이한 구조다.

    골목길 탐험을 좋아한다면 대성당을 찾아가보자. 대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딕지구는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이어져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이 밖에 바르셀로나 여행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히는 분수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카탈루냐 미술관 앞에 있는 스페인 광장에서 펼쳐지는데, 90분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나 홀로 여행족이든 친구와 함께한 사람이든 모두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분수쇼를 바라본다. 분수쇼뿐 아니라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스페인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천의 얼굴 스페인 “Fantasia!”

    <B>1</B>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B>2</B> 플라멩코를 추는 스페인 여인. <B>3</B>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프라도만으로도 꽉 차는 마드리드

    마드리드는 다른 스페인 도시에 비해 다소 심심해 보이지만, 찾아보면 여러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마드리드에서 먼저 가봐야 할 곳은 프라도 미술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의 하나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은 1819년 페르난도 7세 때 문을 열었다. 원래는 스페인 왕실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68년 혁명 후 국가 소유가 되면서 12~19세기의 회화 8000여 점을 소장한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 됐다. 스페인의 자랑거리인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등의 작품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2800여 개의 내실이 있는 거대한 왕궁도 유명하다. 펠리페 5세가 세운 이 건축물은 전체 길이 131m에 이르는 내실의 규모와 화려함이 특징이다.

    생동감 넘치는 마드리드를 만나고 싶다면, 라스트로 벼룩시장으로의 여행을 권한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라스트로는 스페인을 벗어나 모로코,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 중국까지 여행하는 기분을 갖게 해준다. 그야말로 코스모폴리탄 벼룩시장이다. 가격은 소품의 경우 2~10유로지만, 역시나 파는 사람 마음에 달렸다.

    플라멩코는 역시 세비야

    세비야는 오페라 ‘카르멘’과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세비야에 가보면 오페라보다 플라멩코가 훨씬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잔잔하게 흐르다가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연주, 눈물과 함께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래, 인생과 혼을 담은 손짓 하나하나에 숨이 멎을 것 같은 플라멩코. 진정한 플라멩코를 보고 싶은 이라면 세비야에 가야 한다.

    천의 얼굴 스페인 “Fantasia!”

    톨레도의 꼬마기차.

    세비야는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신대륙 무역의 독점 항으로 영화를 누린 도시로, 유명한 건축물이 많다. ‘다빈치 코드’를 쓴 댄 브라운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는 세비야 대학교도 유서 깊은 곳이다.

    세비야 대학교는 ‘카르멘’의 주인공 카르멘이 일하던 담배공장이었다고 한다. 스페인 최대의 성당으로 알려진 세비야 대성당, 세비야의 상징 히랄다 탑, 이슬람 색채가 남아 있는 알카사르, 인기 연예인 김태희가 CF에서 플라멩코를 추던 스페인 광장 등은 필수 코스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스페인에서도 손꼽히는 마에스트란자 투우장. 세계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투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우장은 일요일만 문을 열기 때문에 투우를 꼭 보고 싶다면 날짜를 잘 맞춰야 한다.

    이슬람 문화의 향취가 흐르는 그라나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 가장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도시다. 그라나다가 속한 안달루시아 지방은 1492년까지 약 800년간 이슬람의 영토였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의 향취가 은근히 배어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알람브라 궁전. 이슬람 건축의 최고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아름다운 궁전이다. 장식이 화려한 다른 궁전과 달리 강렬한 단순미를 자랑한다.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 공간과 빛, 물을 신비롭게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알람브라 궁전에는 꼭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가는 것이 좋다. 궁전을 그대로 받아주는 연못의 반영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왜 여행을 떠나게 됐는지, 이 길 위에서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돌아보게 하는 곳이 바로 알람브라 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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