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반짝 호황’ 인도, 질주냐 퇴보냐

탄탄한 내수 기반 올 들어 승승장구 … “섣부른 기대 금물” 목소리도 여전

  • 델리=이지은 통신원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9-07-15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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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가 최악의 국면에서는 벗어났지만 경기 회복은 아직 더디다. 전 세계 소비의 13%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지출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유럽도 상업은행들의 추가 손실 우려 등 금융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에 기댈 게 없자 세계의 관심은 자연 신흥 경제발전국으로 모아지는데, 그중 하나가 인도다. 인도 경제는 견고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수출 실적이 호전돼,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세계 경제의 위기로 인도도 수출 저조, 부동산값 폭락 등의 악재를 겪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경제위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대외경제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인도 경제의 특수성 덕분이라 분석된다. 특히 도시 중산층이 IT(정보기술)산업의 퇴조 등으로 타격을 입은 동안에도 8억명에 이르는 농촌 인구가 꾸준한 구매력을 보여 인도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했다.

    내년 영연방 대회 기대감 커

    또한 5월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회의당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이 압승을 거두면서 친(親)시장적 경제개혁 드라이브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이는 엄청난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총선 결과가 발표된 당일에만 주가가 17% 폭등해 증시가 조기 폐장되기도 했다. 지난 2월 880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인도의 주가지수는 현재 1만4000 선을 뚫으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세계 금융회사들은 인도 펀드를 하반기 유망종목으로 꼽는다.

    인도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취약한 사회간접자본 강화를 위한 투자도 앞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가 예산으로 추진되던 인프라 구축사업의 한계가 뚜렷해지자 인도 정부는 민간자본의 인프라 사업 진출을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건설업체가 참여했으며, 다양한 민관합동 프로젝트(Public-Private Project)도 추진되고 있다. 도로, 항만, 공항 등 물류 인프라와 발전소 건설이 주된 사업 분야로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발전의 근간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의 고질병 중 하나인 빈곤문제를 챙기는 인도 정부의 정책도 불황기에 소비 수준을 지탱하는 힘이다. 농촌고용보장법에 따라 농촌의 빈곤선 이하 비고용 인구에게 1년에 최소 100일간의 유급노동을 보장하는 것도 그런 정책 중 하나다.

    농촌 비고용 인구는 그 지역의 기본 인프라 구축 사업이나 빈곤인구에게 보급하는 주택 건설에 투입된다. 이들이 받는 급료는 경기 침체기에도 농촌의 소비수준을 유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농촌고용 보장법에 따라 2007년에만 1130억 루피(약 2조7100억원)가 풀렸는데, 지난해에는 법 적용 대상지역이 확대돼 그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경제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뉴스는 또 있다. 2010년 10월 수도 뉴델리에서 영연방경기대회(Commonwealth Games)가 열린다는 것.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대회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이던 나라들이 4년마다 함께하는 체육행사로, 내년에는 전 세계 72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인도로서는 1982년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현재 이를 위해 스타디움을 비롯한 체육시설의 확장·보수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델리 메트로 공사는 영연방경기대회 개막 전 개통을 목표로 기존 3개 전철노선의 65km 연장 외에도 신규 3개 노선을 시공 중이다. 인도 연방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중간예산 편성에서 영연방경기대회 준비자금으로 기존 210억 루피에서 50% 이상 증가한 340억 루피(약 8200억원)를 배정했다.

    또한 이 행사를 겨냥해 3, 4성급 호텔에 전면적인 세제혜택을 주면서 중간 규모 자금의 숙박업 신규 진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로써 인도의 차세대 산업으로 떠오르는 관광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인 숙박시설의 만성적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가뭄이 경제불안 요소

    하지만 인도 경제 낙관론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우려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빠른 회복세가 ‘선거 특수 때문’이라는 의견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총선 전 천문학적으로 풀린 선거자금과 총선을 겨냥한 정부의 선심성 지출 때문에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뿐, 선거자금의 ‘약발’이 떨어질 때가 곧 올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경제의 펀더멘털을 키우기보다는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또한 일단의 경제전문가는 주가지수의 상향 추이가 반드시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상기시키고 있다. 인도가 보여준 경제발전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인도 증시에 막대한 해외투자를 몰아왔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인도 증시가 해외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 발전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도와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기존 상식 역시 일부 실증적 연구에 의해 의심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올여름 인도를 덮친 혹서와 가뭄이 내년 인도 경제의 성장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비를 뿌려줘야 할 7~8월의 몬순이 약세로 시작돼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강수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루하루 몬순의 진행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이는 농민만이 아니다.

    인도 정부의 경제부처, 집권여당, 증시 관계자까지도 비를 바라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인도의 농지 대부분은 아직도 자연강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천수답이며, 농업 부문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여름철 비가 잘 와주느냐의 문제로 경제성장률 2% 정도가 좌우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인디아’ 최신호는 안정적이면서도 개혁 의지가 강한 정부의 재집권과 세계 경제 회복세의 기대감으로 인도 주가지수가 2011년 2만5000포인트까지 도약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시간이 결정하겠지만, 인도 경제를 좌우하는 정부와 기업들은 인도 경제 비관론자들의 쓴소리를 한 번쯤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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