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하늘이 무너져도…살아날 방법은 있다

여행의 계절, 항공기 등 교통사고에서 생존율 높이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7-15 2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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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저걸 어째…. 휴가 갔다가 무슨 난리람.”

    여름 휴가철이면 비행기 추락, 자동차 추돌, 선박 조난, 열차 탈선 등 각종 사고가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는 즐거움이 돼야 할 휴가를 괴로움으로 만든다. 사고의 위험은 도처에 존재한다. 사고는 어느 선까지 예방이 가능하다지만 완전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비행기, 자동차, 선박,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당신.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자신의 목숨을 ‘운명’에만 맡길 순 없다. 운명을 뛰어넘어 살아남는 방법을 전격 공개한다.

    생명을 보장하는 ‘마법의 좌석’

    미국 시애틀 소재 항공안전정보 제공 웹사이트 에어세이프닷컴(AirSafe.com)에 따르면, 1978년부터 95년까지 서유럽과 미국에서 설계된 대형 제트기를 포함해 탑승객이 1명 이상 사망한 항공기 사고는 164건으로 68건은 탑승객 전원, 15건은 90% 이상, 37건은 10% 미만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가 되니 ‘항공기 사고=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항공기 사고라는 끔찍한 상황에서 생명의 안전을 보장하는 ‘마법의 좌석’은 과연 있을까? 항공 전문가들은 “생사는 많은 요인에 좌우된다. 안전한 좌석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1993년부터 2000년까지 105건의 항공기 사고 생존자 2000여 명을 인터뷰한 호주 학자 에드 갈레에 따르면 상당수 생존자는 평균적으로 비상탈출구 7번째 줄 안에 있었다.



    이 밖에 비행기 출입구 옆이나 항공기 뒤편에 앉은 사람이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보도도 있다. 2006년 8월28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이륙 시 추락 사고는 비행기 연료탱크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승객들은 추락에 따른 충격보다 화재에 따른 화상 및 질식으로 숨질 가능성이 크므로 연료탱크에서 먼 출입문 옆이나 뒤쪽 좌석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

    그러나 ‘마법의 좌석’을 찾기보다는 탑승하면서 자기 좌석과 비상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사고 발생 시 객실 내부가 깜깜해져 비상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창가보다는 복도 쪽이 탈출하는 데 유리하다. 비상구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 비상대처법으로 위기 탈출

    자동차 사고는 다른 사고와 달리 개인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과속금지, 안전규칙 준수라는 기본적인 사항만 지켜도 사고 확률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이 자동차 사고의 사망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안전벨트 착용이다. 대형 교통사고 발생 시 안전벨트 착용 운전자의 생존 가능성이 미착용자보다 45% 정도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뜻하지 않은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영국 특수부대 교관 출신 존 로프티 와이즈맨은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 교본 가운데 자동차와 관련된 비상대처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자동차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우선 비상등을 켠다. 기어를 최대한 낮은 단수로 내린 다음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다. 이때 사이드를 갑자기 올리면 차가 미끄러지므로 부드럽게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지역을 찾는다. 흙벽이나 나무 울타리 등을 일부러 스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차와 추돌할 위기에선 경적을 울려 상대 운전자가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 벽이나 큰 나무 등과 충돌할 상황이라면 팔로 머리를 감싼 채 핸들에서 몸이 떨어지도록 눕는다.

    자동차가 물에 빠졌다면 당연히 차는 포기해야 한다. 차는 물에 빠져도 곧바로 가라앉지 않지만 수압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탈출해야 한다. 차가 가라앉고 있다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뒤, 차 안에 물을 채워 내부와 외부의 수압이 같아지게 해 문을 열고 수면 위로 헤엄쳐 나간다.

    선박 사고에선 체온유지가 생사 갈라

    바다에 빠진 조난자는 차가운 해수와 일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해양경찰청 수색구조팀 손경호 팀장은 “조난자의 사망원인은 익사보다는 대개 해수에 의한 한랭 쇼크 및 저체온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바다에 빠지면 2℃ 이하에서 45분 안에 사망 여부가 결정 난다. 특히 동해는 여름에도 바닷물이 차갑기 때문에 최근 10년 내에 생존한 사례가 거의 없다. 2006년 12월 러시아 선박 사고 때 18명 중 11명이 생존했는데 이들은 체온을 유지하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체온 유지용 특수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바다로 뛰어내려서는 안 된다. 배는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가라앉기 때문에 바다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옷을 껴입고 구명조끼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 옷은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효과적이다. 겉옷은 방수복이 좋다.

    일단 바다에 들어가면 수영을 할 수 있더라도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영으로 체온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명조끼는 필요 없는 수영으로 체온을 빼앗기는 것을 방지한다. 신고전화 122번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해양경찰청은 신고전화만 하면 어느 지역이라도 최장 1시간 이내에 나타나 구조해준다. 선박 사고는 신고를 빨리 할수록 사망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조난자들은 되도록 조난 위치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 수색 목표물을 크게 하고, 조난 신호 설비를 활용해야 쉽게 구조될 수 있다.

    일반철도보다 고속철도가 안전

    열차 사고는 크게 화물의 폭발로 인한 사고, 탈선 사고, 추돌 사고로 나눌 수 있다. 1993년 발생한 구포 열차전복 사건처럼 철도 자체가 전복하거나 탈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반철도는 고속철도보다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2008년 한 해 동안 열차충돌, 탈선 사고가 없었으며 인명 사상사고만 13건 일어났다. 반면 일반철도는 231건(열차 사고 6건, 건널목 사고 24건, 사상사고 201건)이 발생해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사전에 사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안전벨트가 열차 사고에서도 효과적일까? 자동차, 비행기와는 달리 유독 기차에는 안전벨트가 없다. 고속전철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질량에 있다. 질량이 크면 클수록 속력의 변화량이 적다. 이 때문에 기차가 트럭이나 승용차와 부딪쳐도 충격은 거의 없다. 급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제동거리가 길어 자동차끼리 부딪쳤을 때처럼 충격이 크지 않다. 같은 이유로 기차가 탈선을 하고 기차 간에 추돌 사고가 벌어지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차량 측면이 파손된 사고의 경우 ‘잃어버린 생존공간’에서 탈출 가능했던 승객이 안전벨트를 착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탈출이 불가능했던 경우도 있다. 영국 철도안전표준화위원회(RSSB)에 따르면 “연구 결과 열차 사고 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던 9명 중 1명은 사망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이 결과에 따라 영국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안전벨트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각각의 사고에 대해 안전 전문가들은 “사고를 당했을 때 침착성을 잃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안전규칙 사항을 사전에 읽어보고, 이를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운명도 결국 살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생존의 빛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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