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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통酒 “날자 날자 날자꾸나”

올해 인터넷 쇼핑몰 판매 허용…영세 제조업체 매출 증대 기대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전통酒 “날자 날자 날자꾸나”

전통酒  “날자 날자 날자꾸나”

경남 함양 솔송주 양조장 박흥선 식품명인이 술을 담그고 있는 모습. [뉴시스]

“건배~.”

2월 2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국민토론회’. 행사 이름에 걸맞지 않게 ‘건배’가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인 홍대규 꾸지뽕막걸리 대표가 막걸리의 통신판매 전면 허용을 건의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막걸리 한 병을 선물로 전달하자, 황 권한대행이 즉석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것. 이날 함께 참석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막걸리 등 전통주는 우체국쇼핑 등 9개 기관을 통해서만 인터넷 판매가 가능한데 올해 상반기에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주류의 인터넷 판매는 금지돼 있지만 전통주만 특별히 허용해 대대적인 전통주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것.  

농림축산식품부와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은 지난해 전통주 28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3~9월 매출액이 5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통주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우체국, 전통주 제조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전통주 제조장이 속한 지방자치단체, 농협, 전통주제조자협회, 무역협회 해외 판매 온라인 쇼핑몰, 공영홈쇼핑 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했다. 홍보와 사후관리 부재 등이 원인이었다. 특히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은 일반 소비자보다 구매력이 높은 국내외 5만여 곳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통주의 저조한 판매는 충격이 컸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통주는 농업경영체 등이 소재지 인접 시  ·  군 · 구 농산물로 제조하는 지역 특산주,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명인 등이 제조하는 민속주, 제주도지사가 국세청장과 협의해 제조 허가를 한 주류, 관광진흥을 위해 주류심의회를 거친 주류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업체, 마케팅은 엄두도 못 내

전통酒  “날자 날자 날자꾸나”
우리 전통주는 유럽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는 집에서 직접 술을 담가 먹는 가양주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두 번의 큰 단절 시기를 거치면서 전통의 맥이 끊겼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주세령 발표로 술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고, 우리 가양주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해방 이후 가양주는 잠깐 반짝했으나 정부가 1965년 양곡보호령을 선포하면서 또 한 번 된서리를 맞았다. 보릿고개가 있던 당시 쌀 부족 사태를 막고자 일본식 청주를 제외하고 쌀로 빚은 모든 술을 불법으로 간주한 것. 이후 사탕수수 등을 끓여 만든 알코올에 증류수를 섞고 첨가물로 맛을 낸 소주가 서민의 술로 자리 잡았고, 외국에서 건너온 양주가 부유층의 술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전통주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전통주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계기는 1988 서울올림픽이었다. 많은 외국인이 찾아오면서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 또 쌀이 남아돌자 1990년 쌀로 술을  빚을 수 있게 하면서 전통주가 차례차례 복원됐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민속주 제조면허가 발급된 곳은 52곳에 이른다. 지역 특산주까지 포함하면 전통주 종류는 776개(2015년 기준)에 달한다.

우리 전통주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 주로 멥쌀과 찹쌀로 술을 담그는데 지리적 여건이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보리, 조, 수수 등도 재료로 사용한다. 여기에 지역 특산물을 첨가해 다양한 맛과 풍미를 낸다.   

현재 전통주업계는 워낙 영세한 업체가 많아 열악한 생산시설과 판로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몇 곳을 제외하고는 영업사원을 둔 곳이 거의 없다. 그러니 제품 홍보와 마케팅 등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다시 말해 전통주를 만들지만 영업력을 갖춘 곳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통주를 유통하는 김보성 부국상사 대표는 “전통주는 소주나 맥주에 비해 싼 술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마셔보지 않고는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몇 번은 마셔봐야 진짜 술맛을 느낄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전통주를 전시,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매장에서 빨리 빠지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전통주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생선 요리=화이트 와인’ ‘고기 요리=레드 와인’처럼 평소 어떤 음식과 궁합이 맞는지를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요즘 트렌드와 젊은이 입맛에 맞는 술을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통주를 홍보하는 이지민 대동여주도(酒) 대표도 “알고 보면 전통주는 우리 음식에 무척 잘 어울리는 매력 넘치는 술”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통주 품질과 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전통주가 평소에 마시는 술이 아니라 설날, 추석 등 명절 전후에 선물로 주고받는 술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올해 인터넷 판매가 전면 허용되더라도 전통주를 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매출이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와인처럼 세계적인 술로 도약 가능

현재 9조4000억 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주류시장에서 전통주는 0.4%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한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가 전면 허용되면 전통주 매출이 5배 정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 함양에서 시어머니로부터 술 제조법을 전수받아 솔송주를 빚고 있는 박흥선 명인(식품명인 제27호·경남무형문화재 제35호)은 “아무래도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노출해야 많이 팔리지 않겠나”라며 “최근 전통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와인이 세계적인 술이 됐듯, 우리 전통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통주진흥협회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통주 인터넷 판매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홍우 한국전통주진흥협회 회장은 “이번 조치로 전통주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였던 판로 부족 문제가 덜어질 것”이라고 반겼다.






주간동아 2017.03.22 1080호 (p44~45)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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