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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수행은 하나 대중과 함께 호흡

상월원각 대조사 천태종 중창…‘주경야선’과 염불 통해 시대 흐름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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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수행은 하나 대중과 함께 호흡

대한불교천태종 관음정진 백만독 대법회[사진 제공·천태종]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대한불교천태종(종정 김도용 대종사)의 핵심 사찰인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독특한 광경이 펼쳐진다. 천태종의 전통인 ‘한 달 안거’를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재가신도’ 1000여 명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끝없이 ‘관세음보살’을 되뇌는 것. 그들의 간절한 염불소리는 구인사 계곡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진다. 이들은 하루 13시간 이상 ‘관세음보살’을 되뇐다. 한 달 안거는 천태종을 중창한 상월원각 대조사(1911~74)가 ‘주경야선(晝耕夜禪)’ 방침에 따라 1961년 여름 처음 실시한 이후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천태종은 1세기 무렵 공(空) 사상과 중관(中觀) 사상을 확립한 용수보살을 1대 조사(祖師)로 받들며, ‘법화경’을 기본 경전으로 삼고 있다. 묘법연화 천태사상이 이 땅에 처음 뿌리내린 것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각국사 의천대사는 당시 혼란하던 고려 불교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6세기 무렵 중국 수나라 때 지자대사가 개창한 천태종을 들여온다. 천태사상이 학문과 수행을 겸비하는 데다 불교사상 통합 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태종은 지자대사가 활동하던 지역이 천태산이라 이름 붙여졌다.



고려 대각국사 의천대사가 들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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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김장하는 모습과 재가 동안거, 울력 감자 캐기 모습(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사진 제공·천태종]

천태종은 조선의 억불숭유정책에 따라 500여 년간 침체기를 겪다 상월원각 대조사가 1966년 중창한 이후 오늘날 160여 개 사찰에 승려 500여 명과 신도 250만 명을 가진 종단으로 성장했다.  



강원 삼척 출신인 대조사는 15세 때 발심해 구도의 길을 나선다. 삼척 삼태산에 들어간 대조사는 계곡 연못 위에 통나무 다리를 두세 개 걸쳐놓고 그 위에 초막을 맨 뒤 거의 잠을 자지도, 음식을 먹지도 않은 채 천수다라니를 염송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하루 한 끼만 먹다 점차 양을 줄여갔고 결국 냉수만 마시는 수행을 100일간 하기도 했다.

구인사를 세운 대조사는 1951년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동천(東天)에 큰 별이 나타나 내 입으로 들어오니 배 속이 환하게 밝고, 일월(日月)이 머리 위에 있으니 천지(天地)가 크게 밝도다”는 오도성을 읊었다. 이어 66년 천태종 중창을 선포한다. 이듬해인 67년 문교부(현 교육부)에 ‘천태종 대각불교 포교원’으로, 70년 1월 종단으로 등록했다. 대조사는 천태종을 중창하면서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의 3대 지표를 통해 새 불교운동을 펼쳤다. ‘애국불교’는 나 자신만 생각지 않고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염두에 둬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생활불교’는 생활이 곧 수행이라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대중불교’는 산중 불교, 승려 위주의 불교에서 탈피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불교를 의미하며, 이를 위해 사찰을 도심에 두고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대조사의 이 뜻을 2대 남대충 대종사와 3대 김도용 대종사가 받들어 현재 천태종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깨달음을 얻는 데는 무수히 많은 수행방법이 있지만, 천태종에서는 염불을 주요 수행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출가자와 재가신도 모두 ‘관세음보살’을 되뇌며 정진한다.

천태종이 다른 종단에 비해 독특한 점은 전국 160여 사찰은 물론, 중앙행정기관까지 재가신도와 함께 운영한다는 것이다. 종단 대의기구인 종의회 의원(30명)의 절반은 재가신도다. 또한 모든 사찰의 재정관리도 신도회가 직접 하는 시스템이다. 사찰 재정은 신도회 간부와 주지 스님이 협의해서 투명하게 쓰는 것으로 필요한 경비는 카드 결제하게 했다. 나중에 종단 감사원이 재정 지출 내용을 검사한다. 이처럼 사찰 재정을 무단 사용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 절집 살림을 투명화하고 부정비리의 원천을 차단했다.  



사찰 재정 신도가 관리

천태종 측은 “출가자, 신도를 구분하지 않고 생활과 수행을 겸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출가자들은 가정생활을 하지 않지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 수행한다. 재가신도도 생업과 가정에 충실하다 밤에 수행한다. 매일 하지 못하면 매달 있는 특별 기도주간이나 연 2회 한 달 안거 기간에라도 정진하도록 권한다. ‘내가 닦아 내가 이룬다’는 자력수행은 불교의 전통 수행방법 가운데 현대에 적합한 것만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천태종은 대조사가 소백산 연화봉 아래에 구인사 터를 잡을 때부터 일 자체가 수행이라는 선농일치(禪農一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구인사는 지금도 100만㎡(약 30만 평) 규모로 농사를 지어 쌀과 소금을 제외한 모든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한다.

천태종은 선거를 하지 않는 종단으로도 유명하다. 종단의 주요 소임인 총무원장은 종정 스님이 지명하고 종의회가 인준해 결정한다. 그러니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생길 일이 애초부터 없다. 종의회 의장이나 감사원장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선출한다. 사찰 주지 스님도 4년을 주기로 일괄 교체하며, 승려의 사유재산은 인정하지 않고 사유사찰도 없다.

천태종은 매년 전국 사찰에서 100여 건 이상 문화·사회복지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민과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음악회나 종합예술공모전 등을 통해 멀리 있는 종교가 아닌 가까이 있는 종교를 지향한다. 구인사 불교천태중앙박물관과 관문사 성보박물관에서도 의미 있는 기획전을 수시로 연다.  

천태종 각 사찰은 사회복지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종단은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복지활동을 위해 1999년 사회복지법인 ‘천태종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외환위기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던 시기 천태종이 앞장선 것이다. 천태종복지재단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노인, 장애인, 아동을 위한 복지시설 등 13곳을 위탁받아 운영 중이며 직원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포교도 열심이다. 충남 논산시 금강대는 2003년 개교해 현재 4개 학부, 10개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등록금도 전액 면제해준다. 종단의 승려 교육기관인 금강승가대가 있고, 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대학인 금강불교대는 전국 사찰 대부분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7.03.22 1080호 (p65~68)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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