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2017.03.15

커버스토리

“또 한 명의 불행한 대통령 탄생 마음 무거워”

단독 인터뷰 |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 특별취재팀

    입력2017-03-14 11: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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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명의 ‘불행한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김병준(63)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3월 10일 헌법재판소(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를 지켜본 뒤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예상은 했지만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한 김 교수는 1월 출간한 책 ‘대통령 권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우울증에 관해 술회했다. 당시 탄핵 파동으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압승하고 헌재도 탄핵안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이 금세 눈치 챌 만큼 매우 어두운 표정이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권력이 아닌, 명분과 가치로 나라를 끌고 가고 싶은 분이었기에 자괴감이 너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선거라는 진흙탕을 지나오면서 어떻게 신발에 흙이 묻지 않을 수 있나. 총선에서 압승한 건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는 뜻이다. 떳떳하게 대통령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의 표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금 수많은 생각이 들 겁니다. 억울한 생각도 들 테고, 후회나 회한도 있겠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를 걱정하다 보면 아버지, 어머니 생각도 나겠죠. 아마 매우 복잡한 심정일 겁니다. 자칫 노 전 대통령처럼 우울증을 앓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 국민에게 ‘화합’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초기 국무총리 내정자였던 김 교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패권주의’를 다시 한 번 고심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지금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건 수용과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두 쪽으로 쪼개졌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봉합 없이는 결코 미래를 도모할 수 없습니다. 분열 선동자는 정치인들이었지만, 화합 주체는 정치인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정치권은 늘 쪼개기만 해왔고, 패권을 추구하면서 분탕질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결국 국민 스스로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큰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비록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진 못하더라도 찢기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새로운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임 묻기’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치·경제·안보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현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운영을 뒤로한 채 광장에 나가 ‘탄핵 찬성’ ‘탄핵 반대’를 외치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묘안을 갖고 있는지 말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정말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 어떤 해결책을 내놔야 합니다. 기업에서 임원을 내보내거나 노동자 한 명을 해고할 때도 그에 따른 ‘대안’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정치권은 주도면밀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복안을 각자 밝혀야 합니다.”

    김 교수는 또한 치안과 국가 안보에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온 태극기집회 지도부가 헌재의 탄핵안 인용에 대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불복종운동을 펼치기로 공언한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치안과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조차 감정이 격앙돼 있으면 큰일이다. 하루빨리 각자 위치로 돌아가 차분함을 되찾아야 한다. 감정을 추스르고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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