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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 COSMETIC 바른다 그린다, 남성 화장도 진화한다

더 예쁘고 더 똑똑해진 남자 화장품들 … 기능성 제품은 기본, 메이크업 제품까지 사용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MAN'S COSMETIC 바른다 그린다, 남성 화장도 진화한다

MAN'S COSMETIC 바른다 그린다, 남성 화장도 진화한다

1 유기농 성분으로 만든 아베다 맨의 ‘퓨어 포먼스 아로마 스프레이’.

2007년 미국에서 발간된 책 ‘맨토크(Mantalk)’는 외모, 건강, 섹스 등 ‘남성의 모든 것’을 다룬다. 이 책이 인용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1000명의 미국 여성 중 90%가 남성 등에 난 털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저자는 ‘여성들은 제모를 생활화하는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한국인 가운데 등에 털이 난 남성을 찾기가 쉽지는 않겠으나 한국 남성 중에도 특정 부위의 털을 더욱 기르거나 가꾸고(머리카락·눈썹 등), 반대로 짧게 깎거나 다듬는(수염·겨드랑이 털 등) 이가 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루밍 과정은 당연히 현대 여성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한다. 힘을 상징하는 원초적 섹스심벌, 남성의 털이 현대에 이르러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때로는 억제되고 때로는 ‘육성’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털만이 아니다. 암컷보다 더 예쁘고, 더 많이 치장하는 동물들처럼 남성들도 이제 ‘동물의 본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형국이 빚어지고 있다. 더 하얗고 더 깔끔하고 더 젊은 인상을 위해 각종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고 메이크업 제품에까지 손대는 남성들. 그들은 지금 빠르게 ‘진화 중’이다.

메이크업에 눈뜬 남성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남성화장품 시장은 매년 7%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2005년 4000억원, 2006년 4500억원, 2007년 5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 전문점의 판매액만을 집계한 것. 백화점 등의 다른 유통 채널을 고려하면 2008년 시장은 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유진 LG생활건강 과장은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미백, 주름 개선 등의 기초화장품은 이미 남성들의 영역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잡티 커버 효과가 있는 스틱 파운데이션, 커버 로션 등 메이크업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의 박지영 대리는 “올 10월까지 남성들의 화장품 구매액을 집계해본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모공 관리, 마사지, 여드름 관리 등 기능성 화장품의 구매액은 전년보다 70%나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기능성 화장품 구매율은 30%대에 그쳤다. 박 대리는 “올해 6월부터 남성 카테고리 내에 메이크업 코너를 신설해 남성을 위한 눈썹용 펜슬, 눈썹 에센스, 남성들의 입술 색에 잘 어울리는 립팔레트, 파우더 팩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옥션을 통해 올 11월부터 판매한 보브의 남성용 파우더 팩트 ‘스킨포스 엠팟’은 론칭 일주일 만에 100개가 팔려나갔다.

과다 분비된 땀과 피지를 흡수하는 기름종이 효과와 피부색 보정 효과를 주는 파우더 팩트를 합친 제품으로 MP3 아이팟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독특하다. 자주 꺼내 사용해야 하는 제품의 특성상, 남성 소비자들이 성적 정체성을 의심받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을까. 담배 케이스보다 작은 크기라 휴대성도 좋다는 설명이다. 제품 설명서에는 ‘퍼프를 이용해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두드리듯 가볍게 바르고 굴곡이 있는 부위는 더욱 세심하게 바르라’는 등의 친절한 사용법이 곁들여져 있었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학생 지영호(21) 씨는 “피부에 관심이 많아 여자친구에게 기름종이를 빌려 써 왔지만 직접 팩트를 구입하기는 처음이었다”며 “디자인이 남성적이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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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오템 옴므의 젤 타입 애프터 셰이브 ‘아쿠아틱 로션’. 3] 가벼운 로션 타입으로 업그레이드된 크리니크 ‘에이지 디펜스 하이드레이터SPF15’. 4] 눈썹을 가꿔주는 에뛰드하우스의 ‘블랙엔진 절대눈썹에센스’. 5]피부의 결점을 자연스럽게 감춰주는 에뛰드하우스 ‘블랙엔진 스타일 BB로션’.

올해 초 남성화장품 라인 ‘블랙엔진’을 선보인 에뛰드하우스는 5월 남성 전용 BB(붉은 기를 완화하는 블레미시 밤)크림, 눈썹을 정리하는 눈썹펜슬 등을 선보였다.

뾰루지, 여드름 흔적 등의 피부 결점을 자연스럽게 감춰주도록 제작된 남성 전용 BB크림은 출시 직후부터 남성 라인의 대표 상품이 됐다. 남들 앞에 깨끗한 얼굴로 서고 싶은 마음은 남녀가 따로 없는 듯.

‘절대눈썹 에센스’는 여성들의 화장대에서도 보기 어려운 특수한 제품이다. 알로에, 인삼 추출물 등이 모근을 가꿔줘 눈썹이 잘 빠지지 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에뛰드하우스 측은 “젊은 남성들이 숱이 많고 짙은 ‘숯검댕 눈썹’을 선호한다는 데 착안한 제품으로 콧수염, 구레나룻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매품’으로 ‘절대눈썹 펜슬’도 있다. 눈썹선이 희미해 전체적인 인상도 희미해 보이는 얼굴 단점을 보완해주는 제품으로, 한국 남성의 눈썹 색상에 맞춰 자연스럽게 눈썹 라인을 그릴 수 있는 아이브로 펜슬이다.

‘블랙엔진’ 라인 중에는 티 안 나게 입술에 붉은빛을 주는 ‘매력입술 생기 젤’도 있다. 한편 DHC의 ‘립가드’는 올리브 버진 오일, 알로에 진액 등 식물 성분이 입술을 촉촉하게 지켜준다는 제품. 립스틱처럼 생긴 패키지가 다소 여성스러워 보이는데도 6월 첫선을 보인 직후 품절사례를 기록했다. 붉고 생기 있는 입술이 이제 미남의 기준으로 확대된 걸까.

영국의 리서치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한국의 남성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세계 1위로 2위인 일본의 2.5배 이상이었다. 파리 비오템 본사의 아시아존 제품개발담당 매니저 김종하 씨는 “전 세계의 유명 화장품 업체들이 한국 남성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주목해 화장품 개발에 반영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가 전한 2008년 전 세계 남성 스킨케어 제품의 키워드는 ‘에너지’. 라이프스타일 설문조사 결과 전 세계 남성들이 대부분 ‘피로의 흔적’을 가장 큰 피부 고민으로 생각해 피부에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판매되는 유명 브랜드 제품 중에서는 비오템의 ‘하이 리차지’, 랑콤맨의 ‘레네르지 3D’, 클라란스맨의 ‘애프터셰이브 에너자이저’ 등을 꼽을 수 있다.

스킨케어도 좀더 품격 있게

MAN'S COSMETIC 바른다 그린다, 남성 화장도 진화한다

1] MP3처럼 생긴 남성용 파우더 팩트, 보브의 ‘스킨포스 엠팟’. 2] 희미한 눈썹선에 바르는 에뛰드하우스 ‘블랙엔진 절대눈썹펜슬’. 3] 유기농 인증 성분으로 만든 LG생활건강의 ‘보닌 퓨어 에멀전’.

제품의 텍스처와 사용감도 진화하고 있다. 그는 “최근 출시된 YSL 남성 라인 중 고체 형태의 제품을 얼굴에 바르면 물로 변하는 ‘하이드레이션 바’가 있었으며, 이처럼 편리성을 높인 제품들의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오템 옴므의 베스트셀링 아이템인 ‘아쿠아틱 로션’ 역시 젤 타입이지만 피부에 닿는 순간 시원한 워터 타입으로 바뀌는 제품.

남성의 ‘털 관리’ 제품이 많아진 것도 남성화장품 시장 트렌드 중 하나다.

클라란스맨의 저녁용 에센스 ‘스킨 디퍼런스’는 수염을 천천히 자라게 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이다. 아침에 면도를 해도 저녁때면 수염 라인이 거뭇거뭇해지는 이들이 기다리는 제품일 듯. 털 세포의 재생을 억제하고, 털이 가늘어지고 부드러워진다는 설명이다.

여드름 등 특정 피부 고민만을 타깃으로 한 특수 제품들도 붐을 이룬다. 크리니크의 ‘안티 블레미시 솔루션즈 스팟 트리트먼트 젤’은 여드름이 난 부위에 발라 각질을 제거하고 피지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톰 마몬 크리니크 R·D 연구소장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 피부 가운데 지성 타입이 가장 많은 데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땀이 많고 땀샘이 막힐 확률이 높아 여드름 고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의 ‘블랙엔진’ 라인 중에는 뾰루지 등 트러블이 많은 예민한 피부에 뿌려 피부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는 ‘미스트 토너’가 있다. 또 아라미스의 ‘랩시리즈 오일 컨트롤 타월렛’은 간단하게 피지를 닦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남성용 티슈. 필요할 때, 얼굴과 목 전체를 닦아내면 모공을 조이고 번들거림을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헤라 옴므의 ‘디톡스 셰이빙 존 마스크’는 잦은 면도로 건조해지거나 상처 나기 쉬운 셰이빙 존(턱과 목 부분)에만 붙여 피부 진정 효과를 주는 마스크팩이다.

더욱 ‘순수한 물’을 원하는 예민한 피부에 맞게 고안된 유기농 제품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내년 1월 출시되는 아베다의 ‘맨 퓨어 포먼스 아로마 스프레이’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된 스피어민트, 시트러스, 라벤더 오일이 은은한 향수 효과를 내는 제품이다. 또 함께 첫선을 보이는 ‘맨 퓨어 포먼스 펌 홀드 젤’ 역시 유기농 꿀 성분이 머릿결을 강력하게 고정시켜주면서도 피부에 자극이 덜한 제품. 올 10월 첫선을 보인 LG생활건강 ‘보닌 퓨어’라인은 ‘에코서트’라는 유기농 인증단체의 심사를 통과한 브라질넛 오일, 로즈마리, 제라늄 등의 성분으로 더 순하고 더 촉촉한 보습력을 준다는 스킨케어 제품이다.

에뛰드하우스의 자체 조사 결과 현재 약 70%의 남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으로 가득 찬 화장품 매장에 발을 들이는 것을 아마조네스의 나라에 발을 들이는 것만큼이나 두려워하는 남성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화장품의 아성에 도전한 이들의 놀라운 ‘진화’ 속도를 고려할 때, 백화점 매장이나 화장품 전문점에서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기 위해 줄 선 남성들을 만나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주간동아 2008.12.16 665호 (p52~54)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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