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5

2008.12.16

예산안 볼모, 또 그들만의 싸움질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2-08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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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안 볼모, 또 그들만의 싸움질
    예산안 심의를 둘러싸고 21세기판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왈(曰):

    여야합의면 어떠하며 단독처리면 어떠하리.예산안 강행처리 벌어진들 그 어떠하리. 일단은 예산안 심의해 국민경제 살려내리.

    민주당 왈(曰):

    예산안을 고치고 고쳐 일백 번 고쳤어도 오만한 한나라당에 국민은 있고 없고, MB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12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멀쩡한 도로가 파헤쳐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예산안 심의를 둘러싼 여야 간 팽팽한 기(氣)싸움이다. 둘 다 반갑지 않지만 연례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헌법 54조 2항에는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것을 지킨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미 올해 예산안도 12월2일로 정해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또 넘겼다. 2003년 이래 6년 연속으로 헌법을 어긴 대기록이다. 올해는 다를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여전히 정치권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헌법이 정해놓은 시한을 훨씬 넘긴 지금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하면서 여야 간 난타전이 계속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생떼를 쓰고 있다. 막무가내로 민생을 피폐하게 하고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며 주거니 하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 심의를 강행하면 모든 상임위 운영에 전면적 차질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받거니 한다.

    무리한 예산안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여당, 기한 내에 통과시켜주면 밀린다고 생각하는 야당. 오십보백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예산안 심의가 늦어지는 만큼 실업, 서민생활 악화, 중소기업 도산 등을 막기 위한 수조원의 예산 투입이 늦어진다. 정말 그들이 항상 입에 발린 말처럼 얘기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설마 이방원이 정몽주를 테러하듯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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