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7

2017.03.01

국제

집요해지는 일본의 독도 야욕

‘다케시마의 날’ 대대적 홍보… ‘독도는 일본땅’ 초중교육 의무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02-27 16: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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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시마네(島根)현은 2월 22일 이른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을 계기로 독도 영유권을 확보하고자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마네현은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과 공동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및 교육위원회에 배포했다. 일본 각 지자체는 다케시마의 날에 맞춰 청사 및 공공시설에 포스터를 게시했다.

    ‘다케시마’라는 제목의 포스터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합동으로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까지 한 것은 앞으로 대국민 홍보전을 전방위적으로 벌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마네현은 1905년 2월 22일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 행정구역으로 편입·고시됐다는 이유로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조례로 지정해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해왔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내각부 정무관 등 차관급 인사를 참석게 했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이 행사에 정부 고위관리를 5년 연속 파견한 것은 시마네현을 앞세워 독도 영유권을 침탈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의식화 교육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지시에 따라 투 트랙으로 독도가 자국 땅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홍보다. 마쓰모토 준 영토문제담당상은 최근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 오키(隱岐)기성동맹회’라는 극우단체의 이케다 고세이 회장과 만나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점을 국내외에 알리도록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케시마의 날’ 포스터를 제작 및 배포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독도가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10개 국어로 만들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 해외 홍보도 대폭 강화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정부는 각종 국제행사에서 우리나라의 독도 홍보를 저지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담당상이 우리나라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1월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에 있는 독도 표기를 없애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두 번째 전략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세뇌 또는 의식화 교육이다. 일본 정부는 2월 14일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고시했다. 이 개정안은 초안으로, 한 달간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3월 중순 최종 확정된다. 개정안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목에서 ‘다케시마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초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독도와 센카쿠 열도가 일본 땅이라고 돼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학습지도요령에 이런 내용을 명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은 2020년(초등학교)과 2021년(중학교) 적용될 예정이다. 학습지도요령은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의 규정을 근거로 정하는 것인 만큼 법적 구속력을 가져 모든 교과서와 학교에 강제된다. 학습지도요령은 문부과학성이 정한 기준으로, 수업 및 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지침 구실을 한다. 마쓰노 히로카즈 문부과학상은 “장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자국 영토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선전과 교육은 일본인에게 한국, 중국에 대한 분노 및 적개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국민으로 하여금 자국 영토를 한국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거나 센카쿠 열도를 중국이 힘으로 빼앗으려 한다고 인식하게 함으로써 ‘영토를 지키려면 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국민 가운데 독도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끊임없는 선전으로 이제는 상당수가 한국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여긴다. 독도나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분쟁 조장은 자국민의 인식을 바꾸려는 고도화된 정치작업이라 볼 수 있다.

    또 아베 총리가 적극 추진해온 개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베 총리의 목표는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새해 시정 연설에서 “올해가 평화헌법을 제정한 지 70년 된 해”라면서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개헌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한 듯하다. 아베 총리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빌미로 주한 일본대사와 총영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뒤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귀임시키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도는 군사적 전략요충지

    일본이 독도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군사적으로 전략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독도는 동해 중앙에 위치해 주변국의 해양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할 뿐 아니라, 해상 교통로도 통제할 수 있는 등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독도의 군사적 중요성은 과거 러일전쟁 때 증명됐다. 일본이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강제로 편입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이곳에 망루와 통신시설을 설치한 것이었다. 당시 일본 연합함대는 러시아 발틱함대와 동해에서 전투를 벌여 승리했다. 지금도 독도에선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물론, 일본과 북한의 해군 및 공군 전력의 이동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독도의 군사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본으로선 동북아 제해권을 장악하려면 독도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경제적 이유도 있다. 독도 주변 해역은 황금어장이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이 해역에는 각종 어류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차세대 에너지라 부르는 메탄하이드레이트 때문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독도 남서쪽 해역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메탄가스가 응축된 고체물질로, 500~1000m 깊이 해저나 시베리아처럼 추운 곳에 주로 매장돼 있고 불꽃을 갖다 대면 타기 때문에 ‘불타는 얼음’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잠재 매장량은 6억t으로 우리나라가 3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해역은 일본이 자국 해역이라고 주장하는 곳과 많은 부분 겹쳐 있다. 이 물질을 상용화하려면 상당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13년 메탄하이드레이트 시추에 성공했고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와 함께 독도 문제가 ‘뇌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월 17일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별도로 만나 평화의 소녀상과 독도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양국 모두 과거사와 영토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음에도 아직 가깝고도 먼 나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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