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6

2016.12.07

최영철 기자의 건강萬事

감기 후 기침 계속되면 천식 의심

8주 이상이면 ‘기침형 천식’, 바이러스 감염도 한 원인…흡입기 올바른 선택·사용이 중요

  •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6-12-06 1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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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 달 전 독감을 심하게 앓은 대기업 임원 이모(53) 씨는 동네의원에서 치료받고 열과 두통, 콧물, 몸살기 등은 사라졌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터지는 기침 때문에 대형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았다. 만성화된 마른기침 증상을 치료하려던 그는 뜻밖의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진단명은 기침형 천식. 행여 폐렴이 아닐까 싶어 대형병원을 찾은 그의 증상이 알레르기 질환으로 알려진 천식일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천명음, 호흡 곤란 없어도 천식 가능성

    그리스어로 ‘날카로운 호흡’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천식은 기관지에서 알레르기 염증 반응 등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호흡기 질환이다. 여러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인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 기관지가 부어오르면서 공기 이동 통로가 좁아진다. 이로 인해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기침 증상이 유발된다. 특히 호흡 곤란과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음은 감기, 독감 등 호흡기 질환과 기관지천식을 구분하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식 중에는 이씨 사례와 같이 호흡 곤란이나 천명 증상 없이 마른기침만 반복하는 기침형 천식도 있다. 기침형 천식은 이물질이 기관지 등에 있는 기침수용체를 자극해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코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 등 호흡기바이러스 감염도 기침형 천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실제 성인에게서 발생하는 기침형 천식의 50%가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은 기존 천식이 있는 환자의 증상을 악화하는 원인이지만, 간혹 천식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RSV) 감염으로 입원한 소아의 40%는 천명 증상이 발생해 지속되거나 이후 천식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침형 천식의 약 30%는 추후 천명 증상이 동반되는 전형적인 천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호주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침형 천식은 일반 기관지 천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가 쉽지만 기침 증상이 독감, 감기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조기진단이 어렵다”며 “감기, 독감 등을 치료한 후에도 기침 증상이 8주 이상 지속된다면 기침형 천식 등 만성호흡기 질환을 의심해보고, 의료기관을 내원해 질환 발생 유무를 비롯해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침형 천식은 호흡기내과 등을 방문해 문진과 함께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 기도가역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기관지유발검사를 통해 기관지에 과민성이 있는지를 확인해 진단할 수 있다. 또한 만성기침은 다양한 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인 만큼 원인 질환 확인을 위해 필요시 내시경검사, 흉부방사선촬영, CT(컴퓨터 단층촬영)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기침형 천식의 관리와 치료는 일반 천식과 동일하다. 천식환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외부 물질에 노출되면 기침, 호흡 곤란, 천명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천식발작이라고 한다. 천식환자에게서 천식발작이 나타날 경우 폐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호흡부전 등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천식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찬 공기 노출을 삼가고 독감예방접종을 챙기는 등 호흡기 질환 감염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천식환자 중에는 일부 해열소염진통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 감기라도 자의로 약국에서 약을 구매해 복용하기보다 전문의 처방에 따라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에게 맞는 흡입기 제대로 사용해야

    기침형 천식으로 진단받았다면 일단 염증을 제거하기 위한 약물요법이 시행되는데, 흡입기 또는 경구용 약물을 통한 스테로이드 치료가 대표적이다. 이 중 흡입 스테로이드제는 꾸준히 사용할 경우 천식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식발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천식발작 증상이 주 2회 이상 되거나 최근 1년 내 심한 천식발작으로 응급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매일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윤호주 교수는 “흡입 약물은 기도에 직접 작용해 항염증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천식환자의 증상 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흡입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관련 사항을 전문의에게 얘기해 자신에게 맞는 흡입기로 교체하거나 의료진에게 반복교육을 받아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식환자 10명 중 9명이 잘못된 방법으로 흡입기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천식환자 상당수가 흡입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사용 오류는 △흡입 전 숨을 충분히 내쉬지 않기 △흡입 후 숨을 충분히 참지 않기 △너무 빠르거나 약한 속도의 흡입력 등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흡입기 교체나 반복교육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자의적으로 사용을 중지하기보다 관련 내용을 전문의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흡입 스테로이드제에 사용하는 흡입기는 크게 정량흡입기(Metered-dose Inhaler·MDI)와 분말흡입기(Dry Power Inhaler·DPI)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제대로 사용한다면 치료 효과는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흡입기는 환자의 특성과 선호도, 비용 등을 고려해 선택하고, 사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전문의와 상담해 흡입기 종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윤 교수는 “핀란드나 호주 등의 성공 사례를 보면 질환 관리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실질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특히 올바른 흡입기 사용 및 증상 관리를 위해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 교육 수가를 신설하는 등 지원이 절실하다. 천식은 만성질환인 만큼 이러한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료비 지출 등의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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