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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화강 오염, 후유증이 더 무서워”

수온 낮고 강물 유량 줄어 자연정화 곤란 … 수돗물 공급 재개됐지만 29개 기업 생산 중단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쑹화강 오염, 후유증이 더 무서워”

중국이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를 강타한 쑹화(松花)강 오염사고로 비상이다. 이번 사태는 11월13일 하얼빈 서남쪽 200km 지점 지린(吉林)성 지린시의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지린석화공사에서 발생한 벤젠공장 폭발사고로 촉발됐다. 언론에 따르면 당일 오후 15차례의 연쇄폭발이 있었는데, 공장에서 반경 100~200m 안에 있는 주택의 유리창이 깨지고 수km 떨어진 곳까지 폭발음이 들렸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한다. 시커먼 연기와 악취가 공장이 위치한 중국 최대 규모의 화학공업지대를 뒤덮었다.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불길은 밤이 되면서 잡혔지만 더 큰 재앙이 뒤따랐다. 폭발사고로 유출된 페놀, 벤젠 등 대량의 유독성 물질이 헤이룽장 지역의 식수원인 쑹화강으로 흘러 들어간 것. 사건 직후 한 지역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쑹화강 수질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이번 일로 인한 수질오염이나 주변 대기오염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사는 사고가 난 지린석화공사의 조사 발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80km 길이의 벤젠 오염 띠가 쑹화강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해 중국 동북 평원을 감싸고 도는 쑹화강은 동북구의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관통한 후 러시아의 아무르강과 합류해 동해로 빠져나간다. 길이는 1960km.

시 당국 오염 사실 쉬쉬 … 10일 지나 알려져

쑹화강에 흘러 들어간 벤젠 등 유독 물질의 양은 100t에 이른다. 이 양은 1991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낙동강 오염 사건 때 강에 흘러 들어간 페놀 양의 세 배가 넘는다. 페놀과 유해 정도가 비슷한 벤젠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추출되는 무색의 독성 액체로 주로 플라스틱과 합성세제, 살충제 등 화학약품 제조에 쓰인다. 인체가 벤젠에 노출되면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 조직에 문제가 생기고, 고농도를 흡입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하얼빈 시민들이 식수원인 쑹화강이 오염됐음을 알게 된 것은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난 11월22일이었다. 시 당국은 11월21일 시 전역의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단수 원인을 수도관 보수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11월28일자 신문주간에 따르면 시 당국이 단수조치를 결정한 것은 성 고위간부 긴급회의에서였다. 간부들은 단수조치를 신속히 결정했지만 쑹화강 오염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했다. 지역 개발을 위한 외자유치와 하얼빈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인 얼음(氷燈) 축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했기 때문. 또 쑹화강의 물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생산 활동 중단도 큰 문제였다.

중앙 정부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보내지 않은 것도 오염 사실을 숨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헤이룽장성 당국은 중앙 정부인 국무원에 쑹화강 오염사태에 관한 긴급 보고를 올리고, 지시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또 강 유속이 빨라질 수 있도록 인근 펑만(豊滿) 댐의 방출과 중앙전문가 파견을 요청했다. 개혁개방 이후 지방 정부의 자율성이 증대됐음에도 아직은 중대한 정책 결정에서는 여전히 중앙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지방 정부의 형편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헤이룽장성 당국은 11월22일 새벽 중앙 정부로부터 지침을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단수의 원인이 상수원인 쑹화강 오염에 있음을 밝혔다. 단수 원인의 번복과 당국의 늑장 대응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 떠돌던 지진 발생 등의 유언비어와 합쳐져 일대 혼란을 가져왔다. 시중에선 주민들의 사재기로 생수와 음료수, 빵 등이 동이 났다. 항공권과 기차표도 매진됐다. 단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염려한 시민들이 하얼빈을 탈출하고자 했기 때문.

또 하얼빈에 생산 설비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감자튀김 생산업체인 캐나다의 맥케인 푸드가 쑹화강이 안전하다고 확인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현재 하얼빈 지구의 29개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했다.

하얼빈시 당국은 물을 많이 소비하는 목욕탕·세차장·이발소 등과 같은 업체에 당분간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고, 모든 학교와 유치원은 11월30일까지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또 공상(工商), 물가, 공안 등 관련 부서들은 시장 감독 및 치안 관리를 강화해 사회질서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또 2000t의 식수를 긴급 수입하고, 인근 다칭(大慶) 유전 장비를 빌려 지하수 개발에 나서는 등 질서유지와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에 착수했다.

인접국 러시아는 지금 초긴장 상태

하얼빈시를 뒤흔들어 놓았던 이번 사태는 11월27일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면서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얼빈시는 쑹화강의 벤젠 오염 띠가 시 구간을 벗어난 후 당초 약속대로 수돗물 공급을 재개했다. 헤이룽장성장인 장쭤지(張左己)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한 시민의 집에서 다시 나오기 시작한 수돗물을 들이켜는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쑹화강 오염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온이 낮고 강물의 유량이 줄어든 요즘엔 오염에 대한 자연 정화가 매우 어렵기 때문. 쑹화강 유역은 현재 본격적인 결빙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면 오염물질이 바다로 빠져나가기 힘들어, 강물이 완전히 정화되려면 해빙되는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접국인 러시아가 긴장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결빙으로 인해 아무르강으로의 오염물질 유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

이번 쑹화강 페놀 오염 사태는 비상사건 발생 시 지방 정부의 은폐와 늑장 대응, 그리고 중앙 정부 눈치 보기라는 ‘구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하얼빈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철저한 사건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지시했고, 이번 사고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의 환경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며 러시아에 공식 사과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한국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발 환경오염이 인접 국가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환경문제에 대한 한-중 간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64~65)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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