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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파트 관리비 체납 “골 아파”

“비싸고 서비스 엉망” 도시 곳곳서 불만 … ‘자본주의’ 변신 언젠가 겪어야 할 진통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中 아파트 관리비 체납 “골 아파”

中 아파트 관리비 체납 “골 아파”

무장경찰들이 아파트 관리비를 체납한 한 주민을 수갑을 채운 채 끌고 나오고 있다.

2005년 10월30일 이른 아침, 베이웬자위엔 아파트에 사는 뤼핑 부부는 갑자기 들이닥친 법원의 무장경찰에 의해 잠옷 차림으로 끌려 나왔다. 법원의 아파트 관리비 납부 명령을 거부한 이유로 연행된 것이다.

10월 말 베이징 도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비 체납자 강제 연행과 관련된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인민법원은 98명의 법원집행관과 무장경찰을 동원해 관할 지역 내 13개 아파트 단지에서 16명의 관리비 체납자를 연행하고, 주민 30여명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형에 처했다고 한다.

수십 명의 무장경찰을 대동한 법원집행관은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체납자들을 찾아내 성명만을 확인한 뒤 수갑을 채워 강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웃 주민들이 연행에 항의해 엘리베이터와 법원 차량을 막아서며 몇 시간에 걸쳐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무장경찰 이른 아침 체납자 연행

베이징의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주택주위원회(業主委員會)를 구성해 아파트 관리비 납부 거부를 무기로 아파트 주택관리회사(物業管理公司)와 분쟁을 벌였는데,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본보기식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차오양구 법원 관할지역의 아파트 관리비 체납 관련 소송은 2002년 135건에서 2004년 735건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올해엔 10월에 이미 1009건에 달해, 이 문제는 전체 민사소송의 10% 이상을 점하게 되었다. 그래서 법원은 올 8월을 기점으로 아파트 관리비 체납사건을 집중 처리하기 시작했다. 여론의 비난에도 강제 연행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강제 연행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연행된 사람 중 10명이 1만7000위안(약 230만원)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비를 완납했고, 16명은 구류를 살았으며, 23명은 1000위안(약 13만원)의 벌금을 납부했기 때문이다. 연행 며칠 만에 아파트 관리비 체납 사건의 70%가 집행돼 현재는 아파트 관리비 징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주민들의 아파트 관리비 납부 거부가 차오양구 한 지역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파트 관리비 납부 거부는 중국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나타난 구조적 현상으로 중국 대도시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연행 같은 강제적인 수단만 활용한다면 대중의 불만을 고조시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의 주택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중국의 도시 주택시장은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주택산업이 본격적인 시장 궤도에 들어선 것은 겨우 7년에 불과하다.

中 아파트 관리비 체납 “골 아파”

아파트 관리비 체납자 연행을 위해 무장경찰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고 있는 법원집행관.

계획경제 시기 중국의 도시민들은 근무하는 곳에서 거의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복지주택에 살았다.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돼 시장을 통한 주택 구입이 가능해진 다음에도 이 관행은 이어졌다. 그 때문에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의 주택시장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침체기에 있었다.

1998년 말 중국 당국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근무지를 통한 복지주택 공급을 전면 금지하는 처방을 내놓았다. 이로써 주택은 복지재가 아닌 온전한 상품이 돼, 중국은 본격적인 주택시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 증가 속도는 국민경제 증가 속도보다 세 배 이상 빨라, 대도시 주택가격은 매년 20~30%씩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 주택시장은 초보 단계인지라, 이해를 둘러싼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쟁은 주택시장의 소비자인 입주자와 공급자인 건설업체 사이에 생긴다. 현지 언론은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아파트 건설업체의 일방적인 설계 변경을 꼽고 있다. 애초 약속한 주택의 공급면적을 축소하거나 녹지를 조성하기로 한 곳에 상가나 유치원을 세우는 등 건설업체의 횡포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설계 변경을 통해 건설업체가 얻게 되는 이득은 그들이 내야 하는 벌금이나 보상금을 훨씬 상회하므로 업체는 입주민과의 갈등이 있음에도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건설업체에 대한 입주자의 불만은 아파트단지 주택관리회사와의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난방, 경비, 보수 등 아파트 단지 내 각종 서비스 공급을 담당하는 주택관리업은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신종 업종. 그런데 주택관리회사의 선정은 소비자인 입주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분양한 건설업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있다. 보통 건설회사의 자회사가 맡는데, 입주자들이 이를 변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학자들 주택 자치운동 주목

입주자들은 주택관리회사가 정한 서비스 항목과 비용에 불만이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 중국소비자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주민 중 거주지 주택관리회사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75%를 넘는다. 주택관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여기는 사람은 92.9%이며, 78.6%의 사람들이 지불하는 관리비에 합당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처음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건설회사와 주택관리회사의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산발적인 행동이 아무 효과가 없자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선거를 통해 주택주위원회를 결성하고, 대표를 뽑아 주택관리회사의 변경 등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에 나선 것. 때로는 차량 시위 등 가두집회도 감행했다. 또 주택주위원회는 효과적인 압박 수단으로 아파트 관리비 납부 거부를 선택했다.

이런 주택주 자치운동은 2003년 9월 법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중국 국무원이 주택주위원회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인정하는 법률인 ‘물업관리조례(物業管理條例)’를 통과시킨 것이다. 법률에 따르면 주택주는 주택주대회 또는 주택주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으며, 투표를 통해 주택관리회사를 선정할 수 있다. 그러나 조례 세칙에서는 주택관리회사 교체를 위한 정족수로 전체 주택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관리비를 체납한 주택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中 아파트 관리비 체납 “골 아파”

중국 주택시장은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중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 단계여서 이해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주택관리회사에 불만이 있는 대다수 주민들이 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법원은 이들을 연행할 법적 근거를 갖게 된 것.

현재 베이징에서 주택관리회사 교체를 위해 조직된 주택주위원회는 240여개에 달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베이징 중허자위엔(中和家園) 주택주위원회. 하지만 이 위원회 역시 주택주위원회 결성에만 23개월이 걸렸고, 선거 비용만 약 70만 위안(약 1억원)이 들었다. 이렇게 엄격한 법 조항은 관련 소송에서 주택주들이 잇달아 패소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주택주 자치단체들로 하여금 관리비 납부 거부 등 비합법적인 행동을 채택할 수밖에 없게 했다.

어쨌든 이 같은 주택주 자치운동은 사유재산에 대한 도시민의 각성 및 권리의식 제고를 가져왔다. 과거 주택이 분배되던 시기 거주지는 주민에 대한 당국의 이데올로기 교육장이자 경제적, 사회적 통제가 관철됐던 이념적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이라는 사유재산을 둘러싸고 다자간의 이해관계가 뒤얽히는, 자본주의적 산물로 변했다.

중국의 사회학자들이 주택주 자치운동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부 학자는 중국 시민사회의 새로운 맹아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62~63)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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