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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이동통신 최강국 ‘영국’을 가다

후발주자 ‘오렌지’ 따봉을 외치다

혁신적 요금제·강력한 브랜드 파워 구축으로 선발업체들 따라잡아

  • 런던=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후발주자 ‘오렌지’ 따봉을 외치다

후발주자 ‘오렌지’ 따봉을 외치다

오렌지의 직영 판매점인 오렌지숍.

유럽의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오렌지(Orange)’는 영국 이동통신 시장의 ‘최(最)후발 사업자’였다. 오렌지가 시장에 뛰어든 1994년 4월, ‘보다폰’ ‘O2’ 등의 선발 사업자들은 이미 9년의 연륜을 자랑하고 있었고, 같은 시기 주파수를 따낸 ‘T모바일’마저 7개월 먼저 서비스에 돌입한 다음이었다.

그러나 오렌지는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혁신적 요금제와 서비스, 강력한 브랜드 파워 구축으로 단숨에 유럽 이동통신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2000년에서 2003년까지는 쟁쟁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의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영국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보다폰, O2 등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이미 17개국에서 5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거느리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통신기업이다. 이런 오렌지의 성공 사례는 우리나라 후발 사업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만하다.

오렌지 성공의 첫 열쇠가 된 것은 ‘오렌지’라는 브랜드 자체였다. 사명(社名)과 같은 과일의 실제 색을 활용한 로고는 소비자들에게 강한 친근감을 줌은 물론, 젊고 창의적이며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까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었다.

초당 요금제·음성으로 걸기 등 최초 서비스

오렌지는 광고도 남달랐다. 기술이나 서비스의 우수성을 생짜로 강조하기보다는 ‘Future is bright, future is Orange(미래는 밝습니다. 미래는 오렌지입니다)’라는 문구 그대로 ‘오렌지가 그리는 미래 세상’을 감성적으로 전달했다. 오렌지의 사라 테일러 홍보 매니저는 “그래서 우리 광고에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줘왔다”고 설명했다.



오렌지는 사업 초기, 이렇듯 ‘생활방식’에 초점을 둔 광고를 그야말로 대대적으로 퍼부었다. 타 사업자들보다 월등히 많은 광고 공세를 통해 ‘스타일이 좋고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영국인들의 뇌리 깊숙이 심어넣은 것이다. 이제는 영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오렌지 문학상’ 제정 등으로 문화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도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정보통신산업 전문 컨설팅사 ‘OVUM’의 토니 라벤더 통신부문 디렉터는 “오렌지의 최대 성공요인은 광고를 통해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와 실제 서비스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렌지는 유난히 ‘세계 최초’ 혹은 ‘영국 최초’ 서비스 기록이 많다. 94년 세계 최초로 초당 요금제를 실시,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확 줄여주었다. 98년에는 통화 중 전화가 끊길 경우 요금을 돌려주는 ‘신용통화제도’를 시행했다. 99년에는 ‘음성으로 전화 걸기’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0년에는 고객들이 각기 자기만의 ‘선불 오프-피크 요금제(통화량이 적은 시간대에 한해 선불 할인을 해주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05년에는 영국 최초로 3세대 기반의 스트리밍 TV 동영상 다운로드 서비스인 ‘오렌지TV’를 시작했다. 무료통화 이월요금제, 선불 요금 무기한 사용제, 고객체험공간(‘오렌지숍’) 설치 등도 모두 오렌지가 처음 선보인 것들이다. 덕분에 오렌지는 98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실시한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후발주자 ‘오렌지’ 따봉을 외치다

런던 동북부에 위치한 오렌지 사옥 내부.

무엇보다 오렌지는 전국망 설치를 위해 대단히 큰 규모의 초기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 ‘고객은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통화품질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오렌지의 모토였다. 이는 비슷한 시기 출범한 T모바일의 전략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T모바일은 좋은 서비스보다는 싼 요금을 선호하며, 좁은 지역 내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기’에 휴대전화를 쓰려는 이들을 주 고객층으로 잡았다. 그에 따라 런던 근교 중심의 좁은 지역에 망 설치를 집중했다. 그러나 이는 곧 특정 지역 및 특정 시간 내 통화량 폭증과 낮은 매출로 이어졌다.

매출이 낮으니 충분한 시설 투자를 할 수 없었고, 통화 중 전화가 끊어지거나 아예 걸리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T모바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또한 함께 깨졌다. T모바일은 2000년 이 회사를 인수한 도이치텔레콤이 대대적 설비 투자에 나선 다음에야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기술에만 집중하기보다 소비자 편익 추구

오렌지의 철저한 고객중심주의는 3세대 서비스가 본격화한 지금에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오렌지의 니알 오키프 브랜드&소비자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늘 소비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24시간 내에 새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오렌지의 행동 원칙이다. 우리는 무료로 콜센터를 운영한 최초의 이동통신사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영상 중심의 3세대(3G) 서비스에서도 오렌지는 복잡한 기술 개발보다는 고객들이 새 서비스를 더 쉽고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사라 테일러 매니저는 “중요한 것은 싼 가격이나 첨단 기술이 아니다. 고객들의 체험과 반응이 가장 중요한 만큼, ‘오렌지월드(오렌지의 3G 서비스)’를 통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알려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무한경쟁에 가까운 영국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최후발주자’ 오렌지는 정확한 전략 수립과 흔들림 없는 고객 가치 추구로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오렌지에게, 또 오프콤과 영국의 여타 통신사업자들에게, 정부의 규제는 그것이 ‘배려’의 의도이건 ‘통제’를 위한 것이건 불필요하고 심지어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영국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건 정부의 뜻이 아닌 소비자의 뜻이었고,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가 돼 있는 듯 했다. 사업자들이 ‘대국회 관계’나 ‘대정부 관계’가 아닌 ‘대소비자 관계’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경쟁환경. 이를 부러워하는 것은 아마 기업들만은 아닐 게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60~61)

런던=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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