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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디너쇼, 문화가 되다

파티형 디너쇼 2030 유혹

‘술+스낵+공연’ 결합 형태로 젊은층에 인기 … 가수·관객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하나 되기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파티형 디너쇼 2030 유혹

파티형 디너쇼 2030 유혹

청담동에 위치한 라이브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에서는 매일같이 수준급의 재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디너쇼’가 젊어졌다고 해도 정작 젊은이들에겐 너무 점잖다. 무엇보다도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본다는 것 자체가 낯설다. 우아한 조명 아래 조용히 앉아 스테이크 칼질을 하면서 음악을 음미하다 보면, 하품만 나올 뿐이다. 어두컴컴하고 시끄러우면서 어딘지 모르게 매캐한 분위기에서 손에 맥주병 하나 들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음악을 느낄 순 없을까.

술 없이 공연만 보는 건 왠지 밋밋하고, 그렇다고 디너쇼를 보기엔 엉덩이가 들썩이는 20, 30대를 겨냥한 공연 형태가 바로 ‘파티형 공연’이다. 술과 간단한 스낵, 그리고 공연이 합쳐진 파티형 공연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파티형 공연의 강점은 ‘본다’가 아니라 ‘같이 논다’는 데 있어요. 지난해 압구정동의 한 클럽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공연에 간 적이 있는데, 제 옆에서 맥주 마시며 춤추던 가수가 자기 차례가 되니까 무대 위로 올라가더군요. 무대가 낮고 스탠딩 콘서트라 객석과 구분이 거의 없어,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죠.”

잡지사 기자인 강모(31) 씨는 파티형 공연의 마니아다. 그는 짜여진 공연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파티도 즐기고 공연도 보는 파티형 공연의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또 기분을 ‘업(up)’시켜 주는 맥주도 곁들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1부에 콘서트, 2부엔 애프터 파티



강 씨는 12월17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하는 일본 힙합 듀오 엠플로 콘서트에 갈 생각이다. 밤 10시부터 진행되는 이 콘서트는 12시에 공연이 끝난 후 새벽 5시까지 애프터 파티가 이어진다. 엠플로 멤버들이 직접 DJ를 맡는 이 파티에서 관객들은 그저 클럽에 놀러 온 듯 맥주 한잔 하면서 노래하며 춤추고 즐기면 된다. 물론 미성년자는 공연만 보고 돌아가야 하지만.

콘서트 기획을 맡은 워커힐 호텔 예능팀의 권성우 지배인은 “파티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관객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데다가 가수 측에서도 관객들과 더 가깝게 호흡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와 파티를 기획하게 됐다”며 “엠플로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게스트 가수들이 플로어에서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6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진행되는 바비킴과 부가킹즈, 리사의 합동 공연도 전형적인 파티형 공연이다. 특이한 건 이날 공연에는 간단한 스낵이 아닌 뷔페형 디너가 제공된다는 점. 입장료 5만5000원만 내면 공연은 물론 이탈리안 요리와 와인, 맥주까지 즐길 수 있다. 이날 레스토랑은 스탠딩 공연장으로 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서 음식을 먹고, 서서 공연을 즐겨야 한다.

파티형 공연은 스탠딩 공연에서 한 발짝 나아간 형태다. 과거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감상하는 공연 형태에 싫증을 느낀 젊은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온몸을 흔들 수 있는 스탠딩 공연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 가운데 2003년경부터 국내에 이른바 일본의 시부야계 음악이 큰 인기를 얻게 됐는데, 재미있는 점은 시부야계 공연이 주로 클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수가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도 DJ가 음악을 계속 틀어준다는 것이다.

청담·압구정동, 홍대 앞이 파티형 공연 주무대

파티형 디너쇼 2030 유혹

파티형 공연의 가장 큰 강점은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작가(30) 씨는 “댄스나 록 공연의 경우 2시간 공연을 마치고 그냥 파하면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시부야계 공연은 공연을 마치고도 음악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가수나 관객들 모두 자연스럽게 공연의 느낌이나 흥분을 지속할 수 있다.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되면서 클럽 파티와 일반 공연의 벽이 서서히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소 장비만 갖추고도 공연할 수 있는 힙합 장르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파티형 공연의 활성화 요인 중 하나다. 다른 장르의 공연들은 오케스트라나 밴드 등이 필요하지만 힙합은 반주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수가 랩을 하고 춤을 출 수 있다. 즉 아무런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클럽 파티에서도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파티형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힙합이나 소울 장르의 가수들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엠플로 콘서트처럼 대형 공연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반 공연장보다 작은 공간인 클럽 등에서 300명 내외의 관객과 함께하는 소규모 공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파티형 공연들은 바나 클럽 등이 몰려 있는 호텔이나 서울 청담동, 압구정동 일대 또는 홍대 근방에서 주로 이뤄진다. 국내 최고급 호텔로 불리는 W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는 올해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파티형 공연, 아니 엄밀히 말하면 공연형 파티가 열린다. 호텔 내 3개의 바에서 진행되는 이날 파티는 앤디 컬드웰 등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들이 재즈 공연을, 영국 유명 공연팀인 봅스터 스캣이 현란한 댄스 공연을, 그리고 라이브 밴드가 펑크·소울·디스코 음악 등을 선보일 계획. 파티를 기획한 ‘riskei’의 파티 컨설턴트 손용준 씨는 “파티와 공연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서 우리는 파티라는 측면에 더 비중을 뒀지만, 공연이나 연주자의 질은 일반 콘서트보다 오히려 더 좋을 것으로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클럽들이 자신만의 특성에 맞춰 특정 장르 공연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많다. 청담동에 위치한 라이브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는 매일같이 수준급의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특정일에는 세계적 수준의 재즈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라이브 공연을 한다. 개업 7주년이었던 4월1일에는 국내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인 이정식과 스윙 재즈 빅밴드인 ‘실크로드’의 합동 공연을 진행했다. 12월18일에는 사애키 안나의 탱고 라이브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입장료는 3만원, 음료와 식사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

홍대 앞으로 가면 선택할 수 있는 공연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다양한 재즈 클럽, 록 클럽, 힙합 클럽 등이 모여 있기 때문. 5000원에서 1만원 정도만 내면 맥주 한잔 마시면서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파티형 공연의 인기는 공연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부모 세대에게 디너쇼 티켓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그저 공연은 같이 놀며 즐기는 삶의 일부일 뿐이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32~33)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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