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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추적

건설현장 품질 관리자 용역 공공연

대형 업체 비용 절감 유혹 불·탈법 … 공사 하자·품질 관리 허술 건설 안전 위협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건설현장 품질 관리자 용역 공공연

건설현장 품질 관리자 용역 공공연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고속도로, 공항, 항만, 아파트 공사 등 각종 건설현장에서 불·탈법 용역을 일삼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모른 체하고 있다.

건설기술관리법(이하 건기법) 제24조는 건설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 품질관리자(품질관리 기술자)는 반드시 시공사(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역이나 아웃소싱, 하도급 등의 업체는 이를 일절 금지하고 있는데 버젓이 이를 행하고 있는 것.

품질관리자는 기술사·기사·산업기사·기능사 등의 자격을 갖춘 인력으로, 공사현장에서 자재 검사와 시험에서부터 각 공정의 하자 여부·안전도·공사환경에 이르기까지 공사 진행 구간마다 시방서와 품질관리계획, 품질시험계획과 대조해 품질을 인증하는 기술자들이다. 이들이 하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시공업체는 하자 부분을 새로 공사해야 한다. 또 자재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다시 구매해야 할 만큼, 품질관리자는 공사의 안전과 품질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들이다.

건기법, 하도급 형태 고용 일절 금지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하도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럼에도 건기법이 품질관리자만큼은 용역이나 하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1994년과 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는 품질관리자의 중요성이 인정돼 용역이나 하도급 형태로 이들을 고용하지 못하게 한 것.



그런데 대형 건설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적 시공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품질관리자들을 헐값의 용역 기술자들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인데, 건설시공 능력 20위 안의 기업 중에도 품질관리자를 정식으로 채용해 쓰는 곳은 드물다.

‘주간동아’는 이 건설업체들과 용역계약을 맺고 품질관리자들을 파견한 품질검사 전문기관들의 내부문건과 공사현장 제보자의 증언을 검토한 결과, 품질기술자 불·탈법 용역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건설현장 품질 관리자 용역 공공연

건설기술관리법이 품질관리자만큼은 용역이나 하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1994년과 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계기가 됐다.



건설현장 품질 관리자 용역 공공연

대우건설에 품질관리자를 용역 공급한 S사의 내부문건들.

2005년 기준 시공 능력 2위의 대우건설. 대우건설에 품질관리기술자를 제공한 품질검사 전문기관 S사는 자사가 대우건설의 현장 품질관리 업무 전체를 아웃소싱(용역)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S사가 자신들을 소개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에는 자신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현장 품질관리 위탁 용역업무’라고 적시해놓고 있다. S사는 원래 현장에서 시공업체가 할 수 없는 품질시험 업무를 일부 대행해주는 품질검사기관이지만 품질관리자의 용역까지 하고 있는 것.

문건에서 S사는 대우건설로부터 현장 품질관리 부문을 아웃소싱해 시험실 운영 관리를 전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아웃소싱 협약금액은 월별로 정산한다고 적시해놓았다. 대우건설과 S사가 맺은 협약 내용에는 ‘품질관리자의 등급별 인건비, 실험실 운영비, 품질관리 업무의 범위’ 등이 명시돼 있었다. S사가 보유한 품질관리 기술자들이 200여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불·탈법 용역의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올 4월 품질관리자 운용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 S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품질관리자들의 소속을 대우건설로 계속 옮기고 있는 중이다”라며 “4월 이후 모두 38명을 신규 채용하고 현재도 옮길 대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S사의 사내 인트라넷을 보면 이런 회사 이적 행위는 불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이적’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2005년 2월2일에 작성된 S사의 인트라넷 공지사항을 보면 “대우건설로 이적하는 기술자는 건기법이 개정되면 당사(S사)로 원상 복귀하는 게 조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월급은 본인이 당사에서 수령한 2004년 연봉 수준으로 책정키로 합의했다”고 돼 있었고, 더욱이 “소속을 변경할 의사가 없거나 현장 사정이 바뀌어 소속 변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자는 조속히 연락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건기법에 저촉돼 문제가 되므로 잠시 대우건설 소속으로 가 있다가 다시 돌아오라는 뜻.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역 품질기술자가 건설회사로 이적해도 월급은 용역업체에서와 똑같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용역회사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이는 정식 채용으로 볼 수 없다. 이는 편법, 탈법 채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공사가 끝난다고 품질관리자들을 품질검사기관(S사)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나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S사 측은 “불법 용역은 한 적이 없고, 다만 시험 대행을 했을 뿐”이라며 “불법과 합법은 법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장 품질관리 위탁 용역’ 문건

시공 능력 6위의 현대산업개발과 7위의 포스코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회사에 품질관리자 파견 용역을 하고 있는 품질검사 기관인 D사의 사내 공지사항을 보면 불·탈법 용역의 증거들이 무수히 널려 있다. D사 소속의 품질관리자들은 이들 업체의 월별 용역 계약금액의 입금이 늦어지면서 월급 날짜가 바뀌기까지 했다.

건설현장 품질 관리자 용역 공공연

D용역업체 소속의 한 품질관리자 월급통장. 용역업체는 건설회사가 통장 A로 넣은 품질관리자의 월급 전액을 빼내 그중 30%를 제한 뒤 통장 B로 지급했다.

D사의 사내 공지사항을 보면 경부고속철도 한 공사구간에는 시험실장(특·고급 기술자) 외에 2명이 용역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적혀 있고, 대산항 개발1단계 사업현장에는 3명의 품질관리자가 배치됐다고 나와 있었다. 이들은 모두 D사 소속의 직원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품질시험계획에 명시된 필수 품질관리자는 모두 현대산업개발 소속으로, 아웃소싱을 한 부분은 시험실에서 일하는 보조 인력”이라며, “D사가 시험 대행업무는 할 수 있고, D사에 아웃소싱을 맡긴 부분은 단순 시험대행 업무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D사 소속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경부고속철도 공사현장에서 품질관리자로 근무하다 최근 그만둔 김모 씨는 “현대산업개발의 목포-장흥 간 고속도로 현장에서 일하다 경부고속철도 현장으로 옮긴 뒤 얼마 전 그만뒀다. 그런데 현장 품질관리에 그 회사 소속 품질관리 직원만 쓰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 현장에서 일하다 최근 다른 구간으로 옮긴 이모 씨의 경력증명서에는 D사 소속으로 품질관리 업무에 종사했다는 사실이 정확히 쓰여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용역업체인 D사의 직원을 자신들의 회사로 ‘편법적’으로 이적하고 있는 경우. 그런데 포스코건설로 이적한 품질관리자들의 월급은 D사로 들어갔다 다시 본인에게 지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D사는 수수료 명목으로 30% 정도의 돈을 뗀 뒤 기술자들에게 월급을 제공하고 있다. D사는 포스코건설과 용역계약을 맺은 뒤 품질관리자의 소속만 포스코건설로 바꿔 월급은 자신들이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법망을 피하면서 용역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용역계약을 통해 품질관리자들을 불·탈법으로 고용하는 이유는 용역업체에 속한 기술자들의 인건비가 저렴하고, 용역계약을 맺은 구조이다 보니 이들이 공사 하자를 쉽게 눈감아주기 때문이다. D사 소속으로 대형 건설업체의 공사현장에서 품질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 한 기술자는 “설사 불량 자재가 확인되거나 공사상의 큰 하자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에 이의를 달면, 시공업체 소속 현장소장의 눈 밖에 나 결국은 용역업체에서 쫓겨나게 된다”며 “책임은 용역업체 소속의 품질관리자가 져야 하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하자를 눈감아줄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다른 현장의 용역직 품질기술자는 “월급이 시공업체 소속 품질관리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다 보니 이직률이 높다. 이직률이 높으니 제대로 품질관리가 될 수가 없다”며 “새로 온 용역직 품질관리자는 현장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품질관리 서류에 OK 사인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불법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의 태도다. 건교부는 건설업체들의 불·탈법 용역 행태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품질관리자는 건설기술자로서 건설업자에 고용된 인력이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법에 따라 부실벌점 2~3점이 부과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부실벌점 0.1~0.2점 차이로 공사 입찰의 당락이 결정 나므로 부실벌점 2~3점은 매우 큰 처벌이다.

건교부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불·탈법 용역을 파악하고 올 10월 한 차례 지도 점검을 나갔으나, 실상은 전혀 이들의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 건교부 건설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불법 용역 사태에 대한 소문은 들어왔으나 실질적으로 이를 밝혀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 있는 용역 품질관리자들의 말은 전혀 다르다. 용역업체에 속한 한 품질관리 기술자는 “용역업체인 품질시험검사 업체의 홈페이지만 들어가 보면 각종 불·탈법의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데 왜 단속이 어렵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품질관리자들의 경력을 관리하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이들의 경력만 조회해도 불·탈법 사례들은 쉽게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 한 차례 지도 점검뿐

건교부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품질관리 용역 행태를 일벌백계하면 용역업체에 속한 품질관리자들(1000여명 추정)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업체에 대한 용역업체의 품질관리자 공급이 끊어지면, 품질관리자들은 용역업체의 정식 직원일 때보다 더 열악한 계약직이나 현장 임시직으로 고용될 확률이 높다는 것.

한 용역업체의 대표는 “우리가 이렇게(불·탈법 용역)라도 하지 않으면 품질관리자의 처지는 더욱 곤궁해지고, 품질관리는 더욱 엉망으로 될 것”이라며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감리업체처럼 품질관리 업무를 건설업체의 공사 업무와 구별해 품질관리 회사에 맡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신영철 정책위원은 “대형 건설업체들의 품질관리 용역 형태는 분명히 하도급으로 규정할 수 있으므로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지금처럼 원청 시공업체에 품질관리를 맡기는 체제에선 제대로 된 품질관리가 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형 건설업체들은 용역 체제로 이어온 건설현장의 품질관리 행태가 오히려 양성화되기를 원하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각종 공사현장에 배치된 품질관리자를 시공사 소속이 아니어도 가능하도록 하는 건기법 개정안을 건교부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20~22)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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