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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영입해도 줄 자리가 없다”

한나라당 지방선거 앞두고 인재 영입 시도 … 당 중진들 기득권에 막혀 ‘지지부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정운찬 영입해도 줄 자리가 없다”

목표는 지방정부. 안개 속의 각개 전투가 시작됐다. 내년 5월 지방선거의 백미는 서울시장 다툼. 서울시장 선거는 2007년 대선의 전초전이다. 또 고건 전 국무총리, 이명박 시장이 그랬듯 대선 후보군에 편입하는 지름길. 굵직한 정치인들이 서울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6개월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서울시장 하겠다는 사람들 꼴 보기 싫다. 당 지지도가 높아진 틈을 타 이름값 높이겠다는 심보다.”(한나라당 한 당직자)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맹형규·이재오·홍준표·박계동·박진 의원. 이들은 40%를 넘어선 당 지지율을 뒷배로 앞다투어 레이스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당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나라당 지지도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당내 대선주자들의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 P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을 겨냥해 “40%의 지지율은 당내 기득권층의 희생과 쇄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은 하나같이 본선에서의 승리를 낙관한다. 당 분위기도 대체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커, 누가 나가더라도 승리할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현재대로라면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직업 정치인’과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영입 인사’의 다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후보들 “강금실과 맞붙지만 않으면…”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의 떼어논 당상일까.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는 떼어논 당상이라고 우쭐거리다가 여당 같은 야당이 되거나 웰빙 야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CBS의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수위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강 전 장관은 22.7%로 2위를 차지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17.2%)을 5.5%포인트 앞질렀다.

한나라당 후보군들 역시 강금실 전 장관이 껄끄러운 눈치. 맹형규 의원은 “맞대결 여론조사 결과 강 전 장관과 맞붙었을 때 내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강 전 장관이 가장 까다로워 보인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과 한나라당 후보의 맞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접전. 야당의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당의 40% 지지율을 10%가량 까먹으면서 고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부 인사 영입론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의 벽의 거세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우리당 내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지방선거 판세를 뒤흔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나 본인은 노코멘트다. 정치 입문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여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필승카드로 다걸기(올인) 할 수밖에 없다. 강 전 장관 외에도 우리당 내에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손석희 아나운서, 추미애 전 의원, 진대제 장관, 박원순 아름대운재단 상임이사 등이 오르내린다.

“정운찬 영입해도 줄 자리가 없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치적인 청계천 복원 모습.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대비하고 인재풀을 늘이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작업에 들어갔다. 인재영입위원회(위원장 김형오)를 꾸려 벌써부터 영입대상자 900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것.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굵직한 외부 인사의 영입은 아직 전무하다. 당내 인사들의 반발과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게다가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김형오 의원은 얼마 전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만나 한나라당에 들어와 달라고 제안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두었지만, 구체적인 ‘자리’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총장은 김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인재영입위원회는 삼고초려, 사고초려를 해서라도 정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표도 강 건너 불구경

그러나 문제는 줄 자리가 없다는 점. 당 중진들이 광역자치단체장을 노리다 보니 외부 인사가 끼어들 틈이 없다. 따라서 강금실 전 장관이나 CEO형 후보에 대항할 카드를 준비해놓아야 한다는 주장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서울시장 후보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고 드러내놓고 말한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적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전략 공천은 호남 등 취약 지역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재영입위원회 측의 한 인사는 “상대 후보의 윤곽이 결정되면,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도 외부 인사 영입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밖에선 똑 부러지게 줄 자리도 없이 삼고초려하고 있으면서도, 안에선 의원들의 기득권에 밀리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이 쉽게 이길 선거를 어렵게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돌다리 두들기는 식으로 조순, 고건이라는 필승카드를 내세워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 있다.

특정 선거를 위한 외부 인사 영입은 한국적 정치의 산물이다. 미국엔 한국과 같은 영입 작업은 거의 없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아래서부터 뛰거나 당에 선거자금 등으로 기여해야 한다. 유기준 의원은 외부 인사 영입론에 대해 “한나라당 정치지망생들에겐 역차별이자 당 정체성 상실 행위다. 당내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16~1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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