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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근혜, 경쟁자지만 지금은 협력”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 “당권 대권 분리하되, 대표 임기는 보장 … 몰락한 당 일으킬 터”

  • 김시관 sk21@donga.com

“박근혜, 경쟁자지만 지금은 협력”

“박근혜, 경쟁자지만 지금은 협력”
4·30 재보궐 선거 후 순항하던 한나라당이 다시 삐걱거린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맥주병을 날려 비난을 받은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여의도연구소(소장 윤건영 의원) 에서 작성한 문건이 공개돼 스스로 발등을 찍는 우를 범했다. 박근혜 대표의 허상을 낱낱이 기록한 내용 때문에 문건 유출은 즉각 ‘정치공작설’로 이어졌고, 당은 친(親)박과 반(反)박의 대립구도로 재편됐다. 같은 시기,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대표를 새로 선출하자는 안을 내놓아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이 갈등 사이사이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려 내분 성격이 다분히 대선 전초전, 또는 파워게임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감싼 이 사안은 모두 강한 휘발성을 내포하고 있어 자칫 내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6월1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강재섭 원내대표로서는 ‘소프트 랜딩’을 위협하는 이런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 그는 갈등의 조정자이면서 한편으론 갈등의 당사자란 묘한 처지에서 내홍의 성격과 방향을 가늠한다. 그는 “박 대표는 나의 경쟁자”라고 규정하면서도 “대표의 임기를 임의로 중단시키는 조기 전당대회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나라당은 망한 가문”이라고 진단하고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국민들에게 팔리는 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6월15일 오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그를 만났다.

-취임 100일을 맞았는데 성과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고 싶었다. 고전적 용어로 얘기하면 부국강병, 국권수호 등과 같은 묵직한 어젠더를 선점, 정국을 주도하고 싶었다. 싸우고 대립하고, 이런 국회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체질도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이 외면했던 대선과 총선 때와 같은 모습으로는 더 이상 희망을 입에 올리기 어렵다. 제1 야당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잊혀진 여인’도 불쌍하지만 (국민들에게) 잊혀진 정당은 그에 못지않게 불쌍하고 초라하다.”

-끊임없이 변화하자는 말 같은데.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고 속도다. 이제 농경시대는 갔다. 유목민처럼 움직여야 적응이 가능하고 생존할 수 있다. 박정희 시대 때는 새마을운동 하나 갖고 18년을 끌고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일주일만 지나면 국민들은 ‘다른 정책 없나’ 하고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이런 속도전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아침 당직자 회의에서 조간신문 보고 주제를 잡으면 낭패를 본다. 온갖 뉴스가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배달된다. 몸이 가벼워야 한다.”

-체중조절에 성공했다는 말인가. 바깥 시각은 다른 것 같은데.

“한나라당은 한때 잘나가던 ‘가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망해버린, 몰락한 가문이다. 부패, 독재, 보수 이미지를 아직도 다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을 다 극복해야 한다. 그러자면 아버지 시대, 잘 살았다는 자부심과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라면을 끓여 먹고, 토지의 최서희처럼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소매를 걷어 붙여야 한다. 아들도 나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느슨하면, 희희덕거리면 잘못이 나온다.”

-골프장 맥주병 사건 후 TK(대구·경북) 출신 정치인들의 권위의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는 분지에 위치하다 보니 사회적 지형이 답답하다. 느리게 움직이던 시대 대구는 교통과 교육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KTX를 타고 2~3시간이면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지형이다. 그런 지형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어쨌든 자성해야 할 일이다.”

-골프장에서 지역 출신 의원이 상공인에게 정치자금을 적게 준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지난 총선 당시 지역상공인들이 한나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17대 총선 때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돈을 쓰지 않았다. 쓸 돈도 없었고, 쓸 데도 없었다.”

-TK 상공인들은 ‘(정치인들이) 받기만 하고 하는 일은 없다’고 불만인데.

“대구 경제의 주종인 섬유산업 활성화를 위한 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박 대표와 호흡은 잘 맞나.

“박 대표는 가다 보면 나중에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분이다. 나도, 박 대표도 갈 길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분도 나도 당을 살리는 것이 목표 아니겠는가. 나중에 (대선 및 경선장에서) 뛸 때 물건(한나라당)이 형편없다는 평가가 나오면 결국 우리 둘 다 도태될 수밖에 없다. 몇 달 전 한나라당은 시장에서 안 팔렸다.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팔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가. 당의 체질을 개선, 명품으로 만드는 데 전력을 할 시기다.”

-정책 등에서 이견이 많아 보이는데.

“서로 영역이 다르다. 나는 원내 활동에 주력하고 정책 정당을 만드는 게 임무다. 반면 박 대표는 대외 활동하고 악수하고…, 서로 그런 처지를 이해하려 한다. 오히려 언론이 싸움을 붙이려 한다. 며칠 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경원 의원이 ‘아기가 100일이 되면 뒤집는다. 강 대표도 이제 (취임) 100일이 됐으니 잘못된 것을 확실히 뒤집어 잘하자’고 얘기하기에 내가 ‘처녀 기자들도 있는데 뒤집기를 알겠느냐’고 했다. 이튿날 강 대표가 시집 안 간 박 대표가 뭘 아느냐고 비난했다는 소문이 나더라. 이견은 있지만 갈등은 없다. 나하고 경쟁하고 있고 또 앞으로 경쟁할 사람이지만 조화롭게 당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혁신위에서 조기전대론을 통해 박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안을 만들었는데.

“혁신위 안을 놓고 내부 토론을 벌이는 회의를 내가 주재해야 하는 처지라 조심스러운데, 개인적으로 얘기한다면 적당한 시기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당 대표의 조기 사퇴에는 반대한다. 당원이 뽑은 대표의 임기는 지켜줘야 한다. 잘못하면 권력투쟁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실질적 세력이 아닌 대선관리용 체제도 너무 길면 그 또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관리만 하는 지도부가 1년 반이나 2년 동안 당을 온전하게 끌고 갈 수 있겠는가.”

-강 대표의 대권 도전 얘기가 나온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그런 꿈을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 대선에 출마하겠다 안 하겠다는 얘기를 할 시점이 아니다. 지금 나는 당 대표다. 당 대표 소임에 충실할 생각이다.”

-당내 빅3(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체제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청소년 대표로 있던 박주영이 어느 날 갑자기 국가대표로 발탁돼 걸출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형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았다. 불과 한두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박주영은 준비된 선수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 정치권에도 준비된 정치인이 많다. 급변하는 정치권이 현재의 이런 모습, 이런 구도로 2007년을 맞을 것이라곤 보지 않는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적 행보가 급박한데.

“그분은 그분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것, 내가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 내 얘기만 하겠다.”

-2002년 대선의 핵심 이슈는 도덕성과 이념이었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할 사람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좌우상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한풀이보다 화합하는, 미래로 가는 추동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국민들한테서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런 조건을 두루 갖춘 사람 가운데 고건 전 총리도 포함되는 것 같다. 영입할 의사는.

“당이라는 게 다방면의 인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론 힘들지 않겠는가.”

-이념 균형, 한풀이 지양 등의 용어는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 같은데.

“사실 지난 2년간 우리 사회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었다. 코드가 나오고 이전투구와 흑백논리가 지나치게 횡행했고, 미래가 아닌 과거지향적 이슈에 매달려 국력을 소모했다. 지난 2년간 우리 사회를 감쌌던 쟁점들은 대부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제 이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당과 우리당 일각에서 연말 정계개편론이 나온다.

“우리당도 한나라당도 결국 대선 주자를 뽑는 과정에서 이합집산이 있지 않겠는가. 역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7.05 492호 (p36~37)

김시관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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