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0

2016.10.26

국제

드디어 발톱 드러낸 구글

사물인터넷 통합OS 무상 제공, 스마트폰 ‘픽셀’ 이어 자율주행자동차도 직접 제조?

  • 이규석 동북아국제문제연구소장 ja4514@naver.com

    입력2016-10-21 18: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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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10월 12일 밤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구글 일본법인에 일본 첨단기업 담당자 200여 명을 초대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시대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통합운영체계(OS)에 관한 청사진을 소개하는 첫 전략설명회를 개최한 것. 인공지능 비즈니스를 일본에서 확대하고 싶어 하는 구글은 이날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무한의 사물인터넷을 하나의 통합시스템으로 묶어 관리하는 거대 인터넷시장 건설 전략을 제시했다.

    구글 연구부서 구글브레인을 공동창업한 그레그 코라도(Greg Carrado) 선임연구원은 이날 “세계표준으로 제공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서 차용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많은 아이디어가 공유돼 각 기업은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코라도 선임연구원은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물인터넷 흐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고 일본 기업인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전략설명회에 참가한 한 일본 벤처기업 관계자는 “구글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면 자체 개발 비용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시장 큰손, 일본에 먼저 제안 

    사물인터넷은 여러모로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냉장고가 비어 있는 식재료를 알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시대가 올 테고,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도로명과 목적지 등을 단말기에 입력하면 자동차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최단거리로 달릴 것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기술은 사물인터넷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의 운명도 여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구글이 역점을 두는 것은 사물인터넷 OS를 각기 따로 만들어 세계 각국에 제공하는 일이다. 이때 OS를 ‘세계표준’으로 만들어 어느 기업이든 무료로 사용하게끔 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OS를 만들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무료로 제공했고, 애플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초대형 기업 다수는 구글 OS를 도입해 스마트폰 기기를 만들었다.  



    또한 구글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운전 시스템에서도 세계적인 ‘프로바이더(provider·제공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아직 자율주행자동차에 탑재될 OS의 이름은 발표하지 않았다.

    사물인터넷은 비단 냉장고, 스마트폰, 자율주행자동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빅데이터·금융·메신저 기기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계가 사물인터넷의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기계들이 제멋대로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무한정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때 그들을 전부 아울러 통제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코라도 선임연구원은 도쿄 전략설명회에서 사물인터넷 통합OS의 일부로 보이는 ‘텐서 플로(Tensor Flow)’에 대해 장시간 설명했다. 마치 교과목에 영어, 국어, 수학 등 각 과목(사물인터넷)이 있다면 텐서 플로는 모든 과목을 일목요연하고 질서정연하게 통합해 보여주는 ‘전과’ 같은 존재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11월 텐서 플로를 전 세계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도쿄 전략설명회는 인공지능시장 규모 면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일본의 많은 IT기업에게 텐서 플로를 사용해보라며 적극적으로 권하는 장이었다. 만약 구글 요청대로 일본 기업들이 텐서 플로를 사용한다면 구글은 통합OS 세계표준 달성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단, 구글이 통합OS를 가동하는 데는 몇 가지 난제가 있다. 그중 하나가 사물인터넷에는 ‘공통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각 사물인터넷 OS를 인터넷에서 전부 통합운영할 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공통의 말이 필요한 것이다. 사물인터넷 통합체계는 사물의 공동(집합)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서로 ‘말(코드)’이 통해야 한다.



    구글만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

    구글이 ‘공짜’를 앞세워 사물인터넷 통합OS 세계표준화를 도모하는 동안 IBM,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IT기업들도 넋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IBM은 언어와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내놓으며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고, 페이스북은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성과를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문자나 음성으로 여러 명과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Chatbot)’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기업 중에는 도요타 자동차와 히타치 제작소가 독자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구글이 한 발 앞서가는 모양새이지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이들 중 어느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구글의 세계표준화 무상 제공 전략은 일반 소비자에게 무자비한 ‘돈벌이’ 수단으로 비치기도 한다. 구글의 무상 제공 전략은 순전히 제조사에 국한된 것으로, 실제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이용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될 법한 앱을 팔아 판매대금을 챙기고 있다. 제조업체는 물건을 팔아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다.

    더욱이 현재 구글 움직임으로 봐서는 OS를 공급하는 프로바이더에만 머물지 않고 종국에는 완제품 제조에 도전할 개연성이 크다. 얼마 전 구글이 스마트폰 ‘픽셀’을 직접 출시한 것처럼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율주행자동차도 비슷한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구글로부터 OS를 무상 제공받은 기업은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 공산이 크다. 구글이 OS 핵심 기술까지 무상으로 넘겨줄 일은 만무하기 때문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사물인터넷 시대 진정한 승자가 되고 싶다면 구글에 모든 것을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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