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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식 감수성 ‘치명적 매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프랑스식 감수성 ‘치명적 매력’

프랑스식 감수성 ‘치명적 매력’

음유시인 그랭그와르,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해설자로 \'대성당의 시대\' 등 서정성 깊은 노래들을 부른다.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그렇다. 관객들의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아름다운 음악이든, 화려한 볼거리든, 가슴 떨리는 감동이든, 이 작품은 그 이상의 것을 펼쳐 보인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 담고 있는 깊이와 울림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말이다.

3월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이 오른 뒤 ‘노트르담 드 파리’가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몇 초에 불과했다. 음유시인 그랭그와르가 매혹적인 목소리로 서곡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는 순간, 객석은 이미 햇빛 찬란하던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옮겨간 듯했다.

20여년 동안 세상과 격리된 채 소외와 고독을 곱씹어 온 콰지모도의 상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정염에 몸서리치는 주교 프롤로의 고뇌, 세상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았으나 자신의 사랑만은 끝내 이루지 못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좌절은 그렇게 생생히 객석까지 전해졌다.

관객들이 순식간에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압도적인 음악. 대사 없이 54곡의 노래로만 이어지는 이 뮤지컬에서 음악은 작품의 기본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다.

에스메랄다의 치명적 매력에 빠져든 세 남자, 콰지모도·페뷔스·프롤로가 한목소리로 부르는 ‘참 아름답다’는 프랑스에서 44주간 음악 차트 1위를 지켰던 명성 그대로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프랑스식 감수성 ‘치명적 매력’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정을 숨기지 못한 채 토해내는 ‘신부가 되어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부랑자들의 심장 펄떡이는 자유가 느껴지는 ‘광인들의 교황’, 숨을 거둔 에스메랄다 앞에서 절규하는 콰지모도의 ‘춤을 추오, 나의 에스메랄다’ 등 공연 내내 쏟아져나오는 노래들은 관객의 호흡까지 붙들어놓을 만큼 강렬한 울림으로,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여지없이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16명 무용수들의 춤사위도 객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연기를 하는 배우와 춤을 추는 무용수가 철저히 구별돼 있는데, 무용수들은 발레·아크로배틱(곡예)·브레이크 댄스·현대무용이 혼합된 역동적 몸짓으로 시종일관 무대를 휘저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랑스식 감수성 ‘치명적 매력’

하늘에서 드리워지는 거대한 종 아래로 기어나오는 무용수

단순하지만 힘 있는 무대 연출도 볼 만하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높이 9m, 길이 20m 규모의 세트는 장면에 따라 노트르담 성벽, 집시들의 아지트, 파리 뒷골목, 참혹한 감옥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사람의 몸으로 정교하게 움직여지는 석조 구조물, 하늘에서 드리워지는 대형 종 등도 브로드웨이 작품들의 무대 소품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조명과 어우러져 객석에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트르담 드 파리’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 권력자를 조롱하고, 집시와 이교도,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을 넉넉히 감싸 안는 이 작품은 가벼운 유머나 통속적 이야기 전개 없이도 뮤지컬이 관객을 매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범이다. 뮤지컬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쉬운 공연이다. 3월20일까지, 문의 02-501-1377.



주간동아 2005.03.15 476호 (p78~7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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