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7

2016.10.05

커버스토리 | 국민은 빚잔치 공기업은 돈잔치

낙하산 탄 기관장들 평균 연봉 2억 원 꿀꺽

실적 악화, 방만 경영에도 성과급 챙겨…대주주인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 이뤄져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9-30 1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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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임직원이 받는 대규모 성과급이 연일 화제인 가운데,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 및 성과급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공공기관 알리오’에 명시된 기관장 연봉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기재부)의 2015년 경영실적평가 결과를 대입해 산출해보니, 올해 30개 공기업 기관장이 받는 성과급 총액은 22억8663만 원이었다. 전년도 18억1148만 원보다 4억7515만 원 증가했다. 기관장 성과급은 경영실적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데, 6월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A등급을 받은 기관은 공기업 8개에 준정부기관 12개로, 지난해에 비해 5개 기관이 늘었다. B등급 또한 2개 기관이 추가됐다.

    결국 올해 공기업 기관장이 더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데는 경영실적평가 개선이 큰 몫을 했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C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등급에 따라 기본 연봉의 48~120%(S등급 120%, A등급 96%, B등급 72%, C등급 48%)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기관장의 개인별 성과급 역시 지난해에 비해 평균 1600만 원가량 올랐으며 C등급 이상 받은 24개 기관 기관장들의 평균 성과급은 9060만 원에 달한다. 정부가 전 공공기관에 성과급연봉제를 도입하고자 해당 기관 직원들에게 ‘당근’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했지만 기관장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올해 누가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을까. 경영실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한국전력공사의 조환익 사장이다. A등급은 평균 연봉의 96%를 성과급으로 받기 때문에 조 사장의 경영실적평가 성과급은 1억3471만 원이다. 그다음이 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경영실적평가 성과급 1억2246만 원을 수령한다. 그 밖에도 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 1억2062만 원,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1억1623만 원,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1억1336만 원,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1억1101만 원, 최계운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1억770만 원,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1억772만 원 등 총 8명의 공기업 기관장이 1억 원 넘는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이들 모두 경영실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경영실적평가에 따라 성과급 좌지우지 

    지난해에 비해 성과급이 가장 많이 오른 공기업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이다. 한국중부발전은 2014년 경영실적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지만 2015년에는 B등급으로 급등하면서 9100만 원 성과급이 책정됐다. 그러나 전년도 E등급을 받아 2015년 6월 사퇴한 최평락 전 사장은 퇴임 전까지 일한 기간을 계산해 2704만 원만 수령했다. 한국남부발전 역시 종전의 D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라선 덕분에 올해 받을 성과급은 9100만 원이지만, 김태우 전 사장은 2015년 9월 조기 사퇴하면서 6800만 원만 지급받았다. 전년도 D등급에서 이번에 B등급으로 오른 한국수력원자력의 조석 사장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곽성문 사장에게는 각 9100만 원, 8506만 원 성과급이 지급된다. 기관장뿐 아니라 상임위원 또한 경영실적평가와 연동하는 성과급을 받는다. A등급은 기본급 및 월봉 기준 80%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으며 B등급은 60%, C등급은 40% 성과급을 받는다.

    물론 모든 공기업 기관장이 이처럼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D·E등급을 받은 13개 기관은 성과급이 한 푼도 없고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에게는 인사 조치도 내려진다. 올해 D등급을 받은 9개 기관 가운데 대한석탄공사,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기관장은 경고 조치를 받는다. 단,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임명된 6곳의 기관장은 제외됐다. E등급인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국제방송교류재단,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기관장 또한 해임건의 대상이지만 재임 기간 요건(2015년 말 기준 6개월 이상)에 미달해 제외됐다.



    문제는 기재부의 경영실적평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다. 한전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듯, 현재 기재부가 실시하는 공기업 경영실적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더욱이 경영실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을 제외하더라도 공기업 기관장들은 이미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 알리오’에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올해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기본급은 1억2422만 원으로 지난해 1억2120만 원에 비해 302만 원 올랐다. 하지만 기본 연봉(기본급+고정 수당+급여성 복리후생비)에 경영실적평가 성과급까지 다 합치면 2015년 평균액은 1억8198만 원으로, 2014년 1억5440만 원보다 2758만 원 늘어 17.8%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기본 연봉+성과급)은 2007년 처음으로 2억 원을 넘어선 뒤 2013년(2억2525만 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정부는 2013년 말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심각한 부채 문제를 엄중하게 관리하겠다며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에 나섰고, 그 결과 2014년에는 평균 연봉이 31.4%(7084만 원)나 급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만인 2015년 다시 2억 원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평균이 아닌 개별 연봉으로 따지면 올해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가져가는 총 임금은 2억7861만 원으로 3억 원에 육박한다. 경영실적평가 성과급 2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전 사장 역시 임금으로 총 2억5328만 원을 챙긴다.


    기업은 빚더미, 기관장에겐 1억 원 넘는 성과급

    근래 기관장 연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공기업은 2014년 말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다. 김선덕 HUG 사장의 연봉(기본급+경영실적평가 성과급)은 2014년 1억3888만 원(전대 사장)에서 2015년 2억4350만 원으로 1억462만 원(75.3%)이나 늘었다. 2014년에는 받지 못했던 경영실적평가 성과급으로 1억1594만 원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경영실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예상 연봉은 2억2266만 원이다.

    문제는 HUG가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었다는 점이다. HUG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5년 포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628억150만 원, 3522억5616만 원으로 전년 대비 8.8%, 9.7% 감소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1억 원 넘는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점에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공기업 경영실적평가는 기관의 수익성만으로 따질 수 없다. 올해는 2015년 경영실적평가를 위해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실적평가단을 운영해 기관 제출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현장 실사도 하는 등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실적평가의 허점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3월 새누리당 이노근 전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5대 공기업은 지난해 기관 평가와 청렴도에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각 공기업 대표는 1억 원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3등급을 받은 서울주택도시공사(옛 SH공사)는 2014년 4등급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등급이라는 최저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설관리공단도 2013년 3등급에서 2014년 4등급으로 하락했고,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3등급을 받았다.

    또한 서울시 5대 공기업의 부채는 서울시 전체 공기업 총부채의 98%를 차지하는 등 경영 여건도 좋지 않았다. 2014년 말 기준 서울시 5대 공기업의 총 부채액은 21조5994억 원으로 그중 서울주택도시공사 17조1490억 원, 서울메트로 2조9532억 원, 서울도시철도공사 1조2555억 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1827억 원, 서울시설관리공단 590억 원 등이다. 그럼에도 각 기관장의 연봉은 1억 원을 웃돈다. 2015년 서울메트로 사장의 연봉은 1억2500만 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1억2200만 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억2000만 원, 서울시설관리공단은 1억1600만 원, 서울주택도시공사는 1억1200만 원이었다.

    공기업 기관장에게 지급되는 억대 연봉과 관련해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대로 된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기관장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국가가 자기 소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일반 사기업의 경우 사장이 제구실을 못하면 주주들이 나서 그에 응당한 월급만 사장에게 주는 것처럼, 공기업은 국민이 대주주인 만큼 국민을 대신해 정부가 각 기관장의 경영 실태를 파악하고 감시하며, 나아가 성과에 비례하는 급여를 지급해야 함에도 정부의 공기업 급여체계는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경영자 능력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메커니즘임에도 공기업에서만큼은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이 대주주, 정부는 평가 대리인일 뿐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실적평가를 계량화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결국 공기업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 성과를 낸 것처럼 포장하거나 비정상적인 수법으로 성과를 계량화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양적평가가 아닌 ‘질적평가’로,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장을 잘 아는 전문 패널들이 평가자로 참여해 다면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

    권 교수는 “현재 기재부가 진행하는 경영실적평가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정부 주도적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기업 역시 평가를 위한 가시적 성과에만 목을 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 이면에는 공기업 기관장의 ‘전문성 결여’라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 관행처럼 이어져 오는 공기업 기관장의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 경영에 상당한 손실을 안길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공기관장 채용을 앞두고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가 기승을 부린다.

    실제로 최근 임기가 만료됐거나 9월 말 만료되는 공기업 기관장 자리는 10여 곳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이 8곳으로 가장 많고 농림축산식품부가 2곳,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각각 1곳이다. 금융공기업 또한 9월 말부터 임기가 만료되기 시작해 내년 1월까지 기관장이 줄줄이 교체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낙하산 논란이 한창이다. 기관장은 대부분 공공기관 주주총회나 주무부처 심의·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3년 임기가 보장되며 1년 연임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에 임명되면 다음 정부까지 임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현 정부 실세들의 ‘막차 타기’ 각축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공기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대의를 실현하려면 기관장을 평가하는 올바른 잣대와 누가 봐도 합당한 급여체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현재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급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공공기관장에 대한 적절한 평가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권 교수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등의 근본적 폐단을 개혁하고, 공기업 자체가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의 기관장 검증에 정부가 칼을 빼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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