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6

2016.09.28

안보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 중국 몽니로 유야무야

中, 北 측 민생 분야 제재하면 자국 산업 피해 우려… 접경지역에선 버젓이 수해 복구 지원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 sjkim@ytn.co.kr

    입력2016-09-26 1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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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좀 더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들고 있지만, 중국의 반대로 새로운 내용은 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1월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8개월여 만에 다시 핵실험에 나서자 즉각 규탄 언론성명을 발표하고 새로운 결의안 초안 마련에 착수했다. 새 결의안에는 4차 핵실험 이후 3월에 채택된 결의안 2270호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70호의 ‘인도적 예외 조항’을 대폭 줄이는 방안, 북한의 수출 금지 품목에 섬유 제품을 포함하는 방안, 2270호 결의안 채택 당시 빠졌던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 금지’ 조항을 넣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中, 대북제재에서 ‘민생 제외’ 시사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새 결의안에 이러한 내용들을 넣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이에 반대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 처지에선 유엔 안보리가 담으려는 새로운 대북제재 조항이 북한뿐 아니라 자신들의 목까지 조일 공산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현재 북한 내부와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만드는 섬유제품은 북한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중국 동북 3성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중국에 진출한 북한 인력은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창구이기도 하지만, 중국 산업계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자신들이 적극 가담해 북한을 옥죄어 치명타를 안긴다면 그 피해는 북한과 인접한 자국이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대북제재를 적당한 수준에서 따를 뿐이지 북한 체제를 흔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도 중국이 대북제재를 꺼리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측 속내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한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왕 부장은 9월 1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에서 “북한 5차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는 찬성하지만, 개별 국가의 일방적 제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11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일본을 방문해 “미국은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대북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었다.

    9월 19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이 대북제재를 핵문제에 한정하고, 3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 마찬가지로 민생 분야는 제재 대상에서 빼고 싶다는 생각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왕이 외교부장이 5차 핵실험 이후 한국 외교부 장관, 일본 외무상과 각각 가진 전화회담에서 “새로운 제재 결의에는 찬성했지만, 북한으로의 석유 수출 전면 금지 등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한미일 3국의 주장에 관해서는 코멘트를 피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이 지역 내 대립을 불렀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을 일으킨 책임이 미국과 한국에도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모두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속내와 향후 움직임을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 외교 장관은    9월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갖고 “3국이 긴밀하게 공조해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을 더욱 제한하기 위해 가능한 독자적 조치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 수장이 대북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근 6년 만이다. 앞서   3국 외교 장관은 2010년 12월 워싱턴 회담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응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다면 한미일 3국의 제재는 ‘그들만의 파티’로 끝날 개연성이 크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민생 분야 의존도는 최근 태풍 피해 구조와 복구 과정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함경북도를 중심으로 휩쓸고 간 태풍으로 북한에서는 5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했고, 7만 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일반 주민이 수해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와중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이후 국제사회를 향해 수해 지원을 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김정은 정권의 이러한 행태는 과연 북한 측에 수해 지원을 해야 하는지 국제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9월 16일 한국 언론들은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사상 최악 수준의 수해를 겪는 북한이 미국에게까지 구호 요청을 하면서도 정작 최대 우방인 중국에게는 구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제히 전했다.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권정근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는 미국의 대북지원 단체들에 e메일을 보내 최근 발생한 함경북도 지역 수해 현황을 설명하고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에게까지 다급하게 손을 벌린 북한이지만, 중국에는 공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



    北, 中에 수해 지원 요청 안 했다고?

    이러한 해석이 나온 배경에는 9월 14일 평양에서 열린 한 행사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몽골, 베트남, 라오스 등 북한과 친선·협조 관계를 맺고 있는 아시아 9개국 대사를 초청해 수해 복구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초대받지 못했다. 이를 놓고 언론들은 북·중 관계 악화로 심사가 뒤틀린 북한이 중국 측에 수해 지원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북한이 중국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고 중국이 이에 화답하고 있다는 소식이 필자에게 속속 들려왔다. 중국 지린(吉林)성의 한 소식통은 지린성 정부가 북한의 요청을 받아 적극적으로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추석 다음 날인 9월 16일에도 지린성 룽징(龍井)시 정부 관계자가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을 이끌고 수해가 심한 회령과 온성 지역에 다녀왔다고 한다. 도움을 주러 갔는데도 북 측 인사들이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는 분위기여서 룽징시 관계자가 “북한 사람들은 싸가지가 없어 밥맛없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북한이 14일 평양 행사에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초청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중국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핵실험 다음 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항의하자 이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린성 투먼시 관계자도 북한 수해 소식을 전해왔다. 집중호우로 두만강 상류에 있는 1급 댐 2곳이 담수량을 견디지 못하자 북한은 동시에 수문을 열었다. 북한은 중국 측에 수문 개방을 미리 알렸고, 연락받은 중국은 공무원을 전원 동원해 둑을 높게 쌓아 대비했다. 하지만 중국보다 강둑이 낮은 북한 쪽으로 두만강물이 넘쳐 들어오면서 북한의 피해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번 집중호우로 중국에서 북한 청진시로 들어가는 입구인 회령과 온성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에 따라 두 지역을 거쳐 청진으로 가는 12t 물류 트럭이 40대 정도 침수해 전량 손실되는 등 북·중 무역도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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