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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 고국 무대 오르는 발레리나 강예나

부상 딛고 다시 찾은 화려한 몸짓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부상 딛고 다시 찾은 화려한 몸짓

부상 딛고 다시 찾은 화려한 몸짓
발레리나 강예나. 발레 애호가라면 의당 기억하고 있을 이름이다. 10대에 로열발레학교로 유학 가 18세에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 단원이 되고, 20세에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되었으며, 이듬해 같은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가 된 그는 ‘발레 신동’으로 누구보다 화려한 발레리나의 길을 걸었다. 발레를 배우는 소녀들은 ‘나도 강예나처럼 되어야지’ 하면서 토슈즈 끈을 졸라맸다. 그런 강예나이기에 1998년 미국 굴지의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이하 ABT)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한 것은 당연한 절차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해에 당한 무릎 부상으로 강예나는 꼬박 2년간 무대를 떠나야 했다. 한창 전성기인 20대 중반에 찾아온 치명적 부상이었다. 2000년에야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그녀의 자리는 군무 무용수였다. 2년 반 동안 고된 군무 무용수 생활에 좌절하며, 꿈을 다지며 보낸 강예나는 마침내 6월19일 ABT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공연에서 다시 솔리스트 자리에 섰다. 발레 ‘돈키호테’의 ‘플라워 걸’ 역으로.

“6월19일은 제 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거예요. 다치기 전에 맡기로 했던 바로 그 역할을 5년 만에 다시 했으니까요. 다른 단원들도 제가 얼마나 그 역할을 원했는지 알고 있었어요. 동료들이 준 꽃송이들로 그날 분장실의 거울이 안 보일 정도였어요.”

강예나는 담담하게 그동안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군무 무용수 생활이 앞으로의 무용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단다. “ABT는 유난히 공연 횟수가 많아요. 하루에 두 번 공연할 때도 많죠. 솔리스트는 번갈아 출연하지만 군무 무용수는 이 모든 작품들을 다 해야 해요. 오전에 모던발레를 하고 저녁에는 ‘백조의 호수’ 무대에 서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저는 집중력과 적응력을 배웠어요. 모두들 대접해주던 프리마 발레리나 시절에는 어림없는 일이죠.”

올해로 ABT와 6년째 계약한 강예나의 위치는 아직 군무 무용수다. 그러나 강예나는 솔리스트 역을 맡으면서 서서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8월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네 가지 모던발레의 유혹’에 출연, 오랜만에 고국 팬들에게 춤을 선보인다. 나초 두아토의 ‘숲’, 하인츠 슈푀얼리의 ‘All Shall Be’, 유병헌의 ‘파가니니 랩소디’, 홍승엽의 ‘뱀의 정원’ 네 작품을 선보이는 이 무대에서 강예나는 ‘숲’과 ‘All Shall Be’ 두 작품에 출연한다. “두 작품의 성격이 아주 달라요. ‘숲’은 느리고 명상적이고 ‘All Shall Be’는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거든요.”



만만치 않은 역경을 거쳐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서일까, 아니면 고향 같은 유니버설 발레단 무대이기 때문일까, 강예나의 얼굴은 더없이 평안해 보였다.





주간동아 2003.08.28 399호 (p87~87)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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