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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권노갑 후폭풍

新黨 접거나 새 기회거나

민주당 신주류 내부 사실상 자중지란 … 탈당 등 돌출행동 가능성 더욱더 높아져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新黨 접거나 새 기회거나

노무현 대통령은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아가 이 사건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이와 관련, 주목해볼 만한 사건이 있다. 6월 중순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특검 기한 연장에 대한 노대통령의 선택이었다. 당시 야당은 특검 연장을 요구했고, 여당은 신·구주류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특검 연장에 반대하고 있었다.

그 무렵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민주당의 386 소장파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찾았다. 이들 의원들은 문수석에게 “노대통령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고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검 연장은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문수석은 “솔직히 고민이다. 특검을 연장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노대통령의 고민을 전달했다고 한다.

문수석과 노대통령의 고민은 이랬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북송금액 4000억원 이외에 현대 계좌에서 정체불명의 돈이 자꾸 나오더라는 것. 그 가운데 일부는 김영완씨를 통해 여권에 건네졌다는 150억원이었는데, 이 돈 외에도 정치권에 제공된 것으로 보이는 돈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 무렵 이 돈의 수령자와 용처를 정확히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2000년 총선을 전후해 여권에 건네졌다는 정황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석은 “특검은 그래도 얘기가 통하는 편이다. 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경우 통제가 불가능하다.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특검을 연장해서라도 현대 비자금 문제를 특검이 처리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문수석을 중심으로 한 특검연장론자들의 설득에도 노대통령은 특검 연장을 거부키로 한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6월25일 노대통령은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지지세력 이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적어도 노대통령은 6월 중순 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적어도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사실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 이는 그후 최근까지 나타난 노대통령의 반응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권 비자금 어느 정도 예견?

특검 기한 연장 관련 논란이 한창일 때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들은 민주당을 탈당해서라도 신당 창당을 강행하겠다고 결의하고 간접적으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끝내 신당론을 외면했다. 신주류의 간판인 정대철 대표가 검찰수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 또한 “검찰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았다.

노대통령이 신주류의 바람에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은 특검 수사 보고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권노갑 비자금 파문을 어느 정도 예견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사 결과 신주류마저 비자금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개입은 자칫 스스로를 묶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아무튼 권 전 고문 비자금 파문은 현실로 드러났다. 권 전 고문이 조성한 정치자금의 최대 수혜자가 수도권 신주류 정치인들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당 논의 자체도 주춤한 상태다. 그러면 당사자들인 민주당 신주류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이제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다. 동력을 상실했다고나 할까. 전당대회를 통해 신당의 운명을 결정짓자고 했을 때 사실상 신당은 불가능해진 것 아닌가.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한껏 부풀려놓은 신당 논의를 접고 ‘소프트랜딩’하느냐다.”(민주당 신주류 한 초선의원)

“오히려 신당의 개연성이 높아졌다.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를 하자는 신주류의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구주류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신주류를 끌어안기보다 궁지로 내모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만약 전당대회마저 불발에 그친다면 우리의 선택은 뻔하지 않은가. 강경파의 탈당을 시작으로 신당 움직임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민주당 신주류 한 고위 당직자)

권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수수 파문이 민주당 신당 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주류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실상 신당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 행보가 盧心 파악의 잣대”

최근 청와대 비서관들의 잇따른 사직과 총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노대통령의 총선 구상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이해성 홍보수석비서관과 최도술 총무비서관 등 노대통령의 측근 두 사람이 민주당의 공천을 받는 게 아니라 제3의 정치세력으로서 출마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대통령이 민주당에 대한 관심을 거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당파의 한 핵심 관계자도 “부산·경남 쪽은 탈당 결의를 끝내고,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해성 수석까지 부산에서 출마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노대통령은 이제 민주당 신당파에게도 기대하지 않고, (개혁신당과) 따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일단은 밖에 ‘노무현 신당’이 만들어지고, 민주당은 내분을 수습해 굴러가되, 연말에 재통합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정도에서 신당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신당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노심(盧心)을 파악하는 잣대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신기남 정동영 의원과 더불어 3인방으로 불리지만 신주류 인사들 대다수가 그나마 노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천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의원의 선택이 분명해지면 그 뒤 자신의 거취를 정하겠다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천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절대 (민주당) 탈당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혁신당을 주장했지만 이것이 반드시 민주당 탈당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천의원이 탈당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신당 창당 움직임은 끝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일까. 대다수 신주류 인사들은 이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자중지란에 빠진 내부사정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탈당 등 극한 선택을 할 세력이 돌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신주류 한 핵심인사는 “아무리 허언을 일삼는 정치인이라지만 지난 5월부터 넉 달 이상 정치개혁을 하겠노라고 국민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왔다. 그래 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주저앉는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누구라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전당대회까지 무산되고 나면 반드시 돌출행동을 하는 신주류 의원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단 전략이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 정치생명을 맡기는, 각개약진하는 정국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주류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8월이 저물어가고 있다.





주간동아 2003.08.28 399호 (p20~22)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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