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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암매장된 ‘진실 캐기’ 10년의 추적

베일 벗는 Y종교단체 신도 살인사건 … 당시 검사 수사 책임자로 교주 두 번째 구속시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검찰, 암매장된 ‘진실 캐기’ 10년의 추적

검찰, 암매장된 ‘진실 캐기’ 10년의 추적
‘평검사 시절에 시작한 수사를 10년 후 부장검사가 돼서 마무리짓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다. 그것도 검찰과 경찰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종교단체 내부 살인사건의 전말을 10여년 간의 추적 끝에 밝혀낸 것.

이야기의 주인공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신도 암매장 사건의 수사 책임자 수원지검 이경재 강력부장과 8월17일 신도 살해를 교사한 혐의로 구속된 Y종교단체 교주 조모씨(55).

피해자 9명 중 2명 사체 발견

이 강력부장은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 시절이던 1994년 1월, 조씨를 이 단체의 헌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해 6년여간(2000년 8월15일 출소) 감옥에서 썩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 후 1년8개월간 이 종교단체의 피해자 가족들과 언론이 제기한 조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파고들던 이검사는 끝내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95년 9월 대전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95년 3월에는 Y종교단체 신도 소모씨(84년 실종 당시 20세)의 사체를 발견하고 소씨를 집단구타해 숨지게 한 이 단체 소속 신도 4명을 살인혐의로 기소했으나, 이들이 조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극구 부인해 추가 기소에는 실패했다. 그 후 흐지부지됐던 Y종교단체 신도 살해 암매장 사건은 세인들 사이에서 잊혀져가는 듯했다.

이번에 조씨의 살인교사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 종교단체의 전 신도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64)가 검찰조사 과정에서 “조씨의 지시에 따라 9명을 살해 후 암매장했고, 그 장소는 내가 모두 알고 있다”고 진술했기 때문. 8월13일 김씨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다음날 김씨가 신도 2명이 묻혀 있다고 지목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부근에 대한 발굴작업에 나서 일단 이 종교단체의 전 신도 지모씨(실종 당시 35세)의 유해를 찾는 데 성공했다. 지씨는 Y종교단체 관련 실종자 가족들이 90년 이전까지 교주 조씨의 지시를 받고 배교자를 처단하러 다닌 행동대장이었다고 지목한 인물로 90년 8월 실종됐었다. 지씨는 실종되기 전 신도를 살해 암매장하도록 교사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교주 조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는 이 강력부장이 95년 소씨 살인혐의로 구속했던 4명의 신도들이 살인을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검찰, 암매장된 ‘진실 캐기’ 10년의 추적

수원지검 이경재 부장검사.

검찰은 김씨의 진술이 일관성 있고 김씨가 지목한 자리에서 지씨의 사체가 나오자, 8월16일 Y종교단체 교주 조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8월15일 김씨가 두 번째로 살해해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전모씨(92년 실종·당시 50세)의 유해 발굴 작업이 금광저수지 인근 지역의 지형 변화로 실패로 돌아가자 한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법원이 혹 이를 빌미로 조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17일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불과 몇 시간 전에 김씨가 세 번째로 살해 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여자 신도 박모씨(90년 실종·당시 58세)의 사체가 전북 정읍시 하경산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상황이 역전, 법원은 이날 밤 조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와 함께 박씨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J씨를 구속하고 자백을 받아냈다. 김씨가 모든 것을 폭로한 결과였다.

이 강력부장은 “내가 이 사건을 담당했었고, 이 사건에 대해서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제보가 우리 부로 들어온 것 같다”며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에는 확실한 물증과 경험이 없으면 뛰어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10년 동안 계속 이 사건을 추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암매장된 ‘진실 캐기’ 10년의 추적

8월17일 구속된 Y종교단체 교주 조모씨.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김씨가 8월13일 체포돼 모든 것을 실토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김씨는 그 전에 이미 검찰측과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김씨를 긴급체포하기 전 이미 김씨가 자신이 Y종교단체 교주 조씨의 지시를 받아 신도 9명을 살해하고 암매장했다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하고, 자신이 죽인 신도들을 암매장한 곳을 찾아다니며 찍은 2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다는 사실이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김씨는 이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한 전 신도 정모씨(44·공갈 미수로 구속)와 함께 조씨한테서 돈을 뜯어내려다 실패하자 후한이 두려워 도망다니고 있었고, 검찰은 문제의 테이프를 입수해 김씨를 쫓던 중이었다. 이 강력부장은 “김씨를 설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지만 김씨가 죄를 크게 뉘우치는 데다, 진술이 성실해 사건 재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대목은 김씨와 이 강력부장이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 1995년 3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이 강력부장은 Y종교단체 전 신도 소씨 살해 암매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씨와 윤모씨(사망), 라모씨가 조씨의 지시를 받고 말을 듣지 않는 신도를 살해한다는 정황증거를 잡고 이들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적도 있다. 결국 8년 만에 이 강력부장은 김씨의 얼굴을 보게 됐고, 그에게 모든 사실을 자백받을 수 있었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김씨와 J씨, 라씨 이외에도 살인과 암매장에 관련된 3∼4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8년 만에 조씨를 구속한 이 강력부장은 “나는 수사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도와준 것밖에 없으며 모든 것은 강력부 소속 검사들이 한 것”이라며 “앞으로 사체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추가 혐의를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추적60분 담당 PD도 끈질긴 미련

검찰, 암매장된 ‘진실 캐기’ 10년의 추적

용의자들의 진술에 따라 시신 발굴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세인들의 의문을 사는 일이 발생했다. 극비리에 진행된 검찰의 수사내용이 KBS ‘추적60분’ 팀에게 모두 노출된 것. ‘추적60분’측은 8월17일자 방송에서 검찰이 확보한 김씨의 비디오테이프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방영했다. 검찰의 수사내용과 김씨의 자백이 그대로 담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8월14일 오전 조씨가 긴급체포된 인천공항에도 ‘추적60분’ 팀의 카메라가 먼저 와 있었고, 이때 촬영된 내용이 추적60분과 뉴스에 배경화면으로 사용됐다. 이미 검찰의 수사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검찰이 ‘추적60분’ 팀에 이 중대한 사안을 고의로 흘렸을까, 아니면 반대로 김씨나 다른 인물로부터 제보를 받은 ‘추적60분’ 팀이 이 사건을 추적했던 이 강력부장에게 비디오테이프를 전달하고 취재 소스를 받은 것일까.

‘추적60분’ 팀은 이에 대해 “절대 검찰과의 공조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강력부장도 “오해를 살 만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추적60분’ 팀과는 그 어떤 공조도 없었다. 조씨가 긴급체포될 것을 KBS측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심지어 조씨를 긴급체포하려던 직원이 KBS 카메라맨을 몰래카메라를 찍는 일반인으로 잘못 알고 테이프를 빼앗는 해프닝도 벌어졌는데 무슨 소리냐”고 덧붙였다.

KBS ‘추적60분’ 팀이 밝히는 이번 Y종교단체 관련 내용 보도의 전말은 이렇다. “Y종교단체에 대한 추적은 83년부터 시작됐고, 95년에도 관련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다. 다른 부서로 옮긴 당시 사건 담당 PD는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피해자들과 연락을 취하며 7년여 동안 교주 조씨의 살인교사 의혹을 추적해왔다. 그러던 담당 PD가 2002년 ‘추적60분’ 팀으로 컴백했고 때마침 그에게 결정적 제보가 들어왔다. 용의자들이 시신을 암매장한 장소를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테이프 복사본 하나가 이 종교단체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지난해 출감한 후 다시 교세를 늘려가던 조씨와 그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내부갈등이 커지면서 비디오테이프 가운데 하나가 사건을 추적하던 담당 PD에게 전해졌다.”

결국 검찰과 마찬가지로 KBS측도 95년 사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PD가 추적 끝에 비디오테이프를 구하고,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양측 모두 “사건의 성격과 상대 단체의 성격을 고려해 제보자나 공조 여부에 대해 묻지 말아달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과연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조씨의 혐의에 대해 기소를 유지하고,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제 공은 재판부에게로 넘어갔다.



주간동아 2003.08.28 399호 (p14~1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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