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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체르노빌 ‘고통’만 살아 있다

86년 폭발사고 수백만명 후유증, 비옥한 땅은 황무지로 … 12월15월 마지막 원자로 폐쇄

불꺼진 체르노빌 ‘고통’만 살아 있다

불꺼진 체르노빌 ‘고통’만 살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2월15일 서방측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전 안전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체르노빌의 마지막 원자로를 폐쇄했다. 즉 86년 4월26일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4호기 외에 지금까지 가동돼 왔던 원자로 3호기를 폐쇄함으로써 사상 최대의 방사능 재해를 일으켰던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8%, 방사능 오염



그러나 대참사의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불은 꺼졌지만 14년 전 폭발사고가 남긴 후유증은 아직도 크고 깊다. 발전소 자리에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처리할 수 있는 핵연료와 핵폐기물이 남아 있다. 방사선 장애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수백만명을 헤아리고 비옥한 경작지가 황무지로 버려지고 있다.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크라샤티치 마을의 대로변에는 특이한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이 탑은 체르노빌 4호 원자로 폭발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돼 이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주변 마을 이름을 기록해두고 있다. 탑 내부 기도실 벽 중앙에는 십자가의 예수가 그려져 있고 옆 벽면에는 주변 지도와 함께 사라진 마을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 있다. 빌샹카 스타노비쉐 타라시 등등.

체르노빌 폭발사고 이전에는 이곳으로부터 10km 북쪽의 폴리예스키라는 작은 도시가 이 지역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폴리예스키는 현재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체르노빌로부터 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이곳은 방사능 낙진 때문에 사람이 살지 못하는 봉쇄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곳에는 예전에 62개의 마을이 있었지만 이제는 36개만 남고 26개 마을이 사라졌다. 폭발사고 이전에는 인구도 3만6000명을 헤아렸으나 2만8000명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갔다. 이제는 8000명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체르노빌 사고로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 마을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100여곳을 헤아린다. 이 지역 주민 11만명이 우크라이나말로 ‘체르나지옹’(검은 흙)이라고 부르는 비옥한 흑토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은 전국토의 8%나 된다.

이곳 크라샤티치의 보프치키프스카학교를 방문하면 방사능 재해가 사람들의 건강에 얼마나 심각한 해를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17세까지의 학생 150여명 모두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 60여명은 먹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교장 갈리나 니콜라예브나(53)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아이들 질병이 2, 3배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곳을 통치했던 구소련 당국은 체르노빌 폭발사고로 31명이 사망했고 약2000명이 부상했으며 20여만 명이 평생 방사능장애로 인한 질병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사고 복구작업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젊은 노동자가 8000여명에 이르고 1만2000명이 심각하게 방사능에 피폭됐다고 밝혔다. 지금도 방사능 장애로 치료받고 있는 사람은 33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손실액도 구소련은 30억∼50억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서방의 한 보고서는 3년간의 정화비용으로 이미 190억달러가 들었고 2000년까지 사고 지역 국가들은 모두 1200달러를 소비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주거금지지역에는 3조3500만통의 핵폐기물이 남아 있고, 폭발사고를 일으킨 4호기의 콘크리트 석관 밑에는 185t의 핵연료와 35t의 방사능 분진이 일시 봉합 상태로 남아 있다. 부실한 석관을 교체하는 데만 16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핵연료와 폐기물 처리 등 앞으로 체르노빌 전체의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까지 내려가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체르노빌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나 방사선 장애의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체르노빌을 중심으로 반경 30km 구역은 완전봉쇄지역이다. 그 면적은 2700km2로 서울의 5배를 넘는다. 이 지역은 앞으로 거의 영구히, 최소 100여년 간은 사람이 살지 못하고 농사도 짓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남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크라이나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다. 체르노빌과 가까운 벨로루시와 러시아에까지 방사능 분진이 넘어가 피해를 주고 있다.

벨로루시 방사선방호연구소장 W. B. 네스테렌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의 결과로 벨로루시 지역의 23%가 방사능물질로 오염됐다. 체르노빌에서 발생된 방사능 낙진의 3분의 2가 벨로루시공화국에 떨어져 3221개 마을 200만명이 오염된 지역에 살고 있다. 벨로루시 전체 면적의 22%에 해당하는 1만8000km2의 경작지가 방사능에 오염됐고 우크라이나의 완전봉쇄지역과 비슷한 면적인 2640km2의 땅에서는 경작이 중단됐다.

사고 이후 벨로루시에서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는 50배 증가했고 성인의 경우 180%가 늘었다. 오염 지역의 기형아 출산은 83∼85년에 비해 87∼89년에는 200%가 늘어났고 전국적으로 20%가 증가했다. 러시아의 경우 체르노빌과 300km 떨어진 지역에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방사능 먼지에 오염된 지역이 생겨났다.

체르노빌 원전 3호기를 운전하던 직원들이 살고 있는 슬라부티치의 중심가 공원에는 폭발사고 당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추모탑이 세워져 있다. 이 추모탑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과거의 잿더미로부터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것이다.”(We will build a new world from the ashes of the old)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의 비극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너무나 크다는 생각이다.







주간동아 2001.01.11 267호 (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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