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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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새삶이냐 거액 재산 다툼이냐

모 중견그룹 70대 사모님…재산분할 조정신청 속사정에 궁금증 ‘증폭’

  • 입력2005-07-26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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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 새삶이냐 거액 재산 다툼이냐
    1000억원대 이혼소송이혼소송 역사를 새로 쓴다.’ 7월4일 각 중앙 일간지에 한 70대 할머니가 1000억원대의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리자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과 소송 경위를 둘러싸고 세인의 궁금증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국내 이혼소송 사상 최대 규모인 이 소송의 요지는 모 중견기업 회장 부인 A씨(73)가 “남편의 구타와 외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혼하겠다”며 남편 B씨(76)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신청을 7월3일 서울가정법원에 냈다는 것. A씨는 구타로 멍든 신체사진까지 찍어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자연 호사가들의 관심은 이 기업이 어느 업체인지, 40대의 자식을 두고 있는 A씨가 희대의 이혼소송을 제기한 속사정이 무엇인지, 누가 변호를 맡았는지 등에 쏠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6월30일 8190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7월 첫장이 열린 3일 470원이 올랐고 5일엔 상한가, 7일엔 1000원이 올랐다. 평소 3만주 안팎이던 거래량도 7월5일 19만8440주, 6일엔 31만여주나 거래되는 폭발적 장세를 보여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는 이 회사 대주주인 노부부가 이혼을 앞두고 서로 회사를 거머쥐기 위해 지분경쟁을 벌인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의 기업은 각종 산업용 필름과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화학계열 중견기업 S사. 서울 구로동에 소재한 이 회사를 모기업으로 S산업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린 S그룹의 회장이 B씨다. 그룹 전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0여억원으로 부채비율이 낮은 견실한 ‘알짜’ 기업이지만 소비자와 직접 관련된 완제품 생산이 거의 없어 일반의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 이 회사가 밝히는 재계 순위는 300위 이내. 그룹 회장은 B씨지만 주력기업인 S사의 대표는 현재 이 회사 출신의 전문경영인 이 모씨(55)가 맡고 있다. 서울의 명문여대를 졸업한 A씨는 한때 이 회사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서울 M동에 있는 B씨의 자택엔 현재 노부부가 모두 집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가정부’라고 밝힌 한 중년여인은 “회장님은 지방출장 중이며 사모님은 한 달 전쯤 여행을 떠났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집안 내력은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S그룹 비서실에서도 “회장은 출장 중”이라는 간략한 답변만 했다.



    소송 당사자 못잖게 이들이 선임한 변호사들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A씨가 선임한 소송대리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열린합동법률사무소에 소속된 서상홍 변호사(51). 변호사 경력은 1년이 채 안 됐지만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법관 출신으로 이혼소송을 많이 다뤄본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변호사는 장관 출신의 황산성 변호사(56·여). 널리 알려진 지명도에다 지난해 수임 사건의 80, 90% 가량이 이혼소송일 만큼 ‘전문가’로 알려졌다. 특히 ‘황혼 이혼’과 관련해 99년 12월 ‘남편의 가부장적 권위는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피고(남편)측의 승소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A씨는 왜 위자료 청구 대신 재산분할 조정신청을 택했을까. 한 변호사는 “1000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낼 경우 소장에 붙이는 인지 가격만 청구액의 1000분의 5, 즉 5억원을 내야 한다. 반면 재산분할 신청의 인지대는 1만원에 불과하다. 소송비용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재산분할 조정신청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B씨가 기업재산이 아닌 개인재산에서 1000억원을 지불할 금전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도 A씨에게 있다”고 귀띔했다. 수십년간의 결혼생활을 유지했음에도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한 A씨의 진의가 ‘독자적인 새삶 개척’과 ‘거액의 재산’중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밝혀내기엔 아직 때가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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