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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2조 원 삼킨 액체로켓 개발 안 하나, 못하나

19년간 개발 중…내년 말 예정된 시험발사도 슬그머니 연기한 항우연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2조 원 삼킨 액체로켓 개발 안 하나, 못하나

2조 원 삼킨 액체로켓 개발  안 하나, 못하나
북한 무수단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때문에 아주 중요한 우리의 로켓 소식이 파묻혀버렸다. 북한 무수단 미사일이나 광명성 4호 위성을 쏘아 올려준 은하 3호 발사체에 견줄 수 있는 우리의 KSLV-2 발사체 시험발사가 슬그머니 연기된 것이다. 6월 29일 이 발사체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정부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 “내년 말로 예정된 KSLV-2 시험발사를 연기한다”고 보고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항우연을 두둔하고 있어 KSLV-2 시험발사 연기는 기정사실화할 눈치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우주개발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다. 이들의 지적을 종합하면 이렇다.

“북한은 실패를 거듭해도 무수단과 은하를 쏘아 올렸다. 발사 기술은 실패할 때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수단이 공중 폭발할 때마다 ‘북한이 실패했다’고 아전인수식 해석만 반복하다 6차 발사에서 1414km까지 치솟고 대기권 재진입까지 성공하자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북한이 성공해버렸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발사가 성공을 만들었다. 우리는 뒤늦었음에도 실패가 두려워 시험발사를 연기하고 있다.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항우연은 발사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망령에 젖어 있다”며 “그 망령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석유(케로신)를 사용하는 액체엔진 개발을 4~5년 만에 끝냈는데 항우연은 19년째 해왔음에도 또다시 연기했다”고 비난한다. 석유엔진은 석유와 액체산소를 싣고 발사돼 액체산소를 뽑아 기체산소로 바꾼 다음 석유와 섞어 불을 붙여 힘을 얻는다. 또 다른 액체엔진인 수소엔진은 석유 대신 액체수소를 싣고 발사돼 이를 기체로 바꾼 다음 역시 액체산소를 변화시킨 기체산소와 섞어 불을 붙여 힘을 얻는 것이다. 한국은 석유엔진만 개발하려고 한다.





북한 대포동 성공에 놀라 시작된 나로호

2조 원 삼킨 액체로켓 개발  안 하나, 못하나
이들은 우리 국민 수준을 안타까워했다. “우리 국민은 과학기술을 중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과학기술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 어렵고 애국적인 것으로만 보고, 그들이 개발 기간을 연장하거나 예산을 늘려달라면 묵묵히 받아들인다. 누구도 그들이 연구개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사하거나 조사하지 않는다.”

우주개발 분야 교수로 일해온 한 인사는 ‘과학연구’와 ‘기술개발’은 다른 것인데 국민이 이를 같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연구는 연구를 통해 없는 것을 찾아내거나 개발하는 일이고, 기술개발은 과학연구 등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시스템이나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과학연구는 성공을 자신하지 못하기에 적은 자금을 투입하지만, 기술개발은 상업화라는 성공을 전제로 하기에 많은 자금을 지원한다. 발사체는 60여 년 전 개발된 것이라 많은 기술이 공개돼 있다. 한국은 그러한 기술을 토대로 한국형 발사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니 이는 전형적인 기술개발에 해당한다. 오랜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사기업이라면 절대로 19년을 쏟아 붓지않는다. 시험발사를 연기한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항우연 실무자들은 나로호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 나로호 때 우리는 석유엔진 개발에 자신이 없어 러시아가 만들고 있는 앙가라 로켓을 사와 1단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로호를 쏜 것은 발사 경험을 쌓아 제대로 된 국산 석유엔진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발사에 두 번 실패하자 이 목표는 잊고 발사 성공 자체를 목표로 인식하게 됐다. 실패하면 비난받고 성공하면 찬사받는 문화가 형성됐으니, 항우연 관계자들은 성공할 수 있을 때까지 발사를 연기하는 습성을 갖게 된 것이다.”

나로호를 제작하기 전 우리는 KSR-1, 2, 3 로켓을 만들었다. 이 중 KSR-1과 2는 현무 미사일을 응용해 만든 고체연료 로켓이고, KSR-3은 석유로켓(액체로켓)이었다. 우주발사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액체로켓을 만들어봐야 한다. KSR-3 개발은 1998년 초 시작됐는데 그해 8월 31일 북한이 광명성 1호 위성을 올린다며 대포동을 발사했다. 대포동이 광명성 1호를 궤도에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포동의 잔해는 일본을 넘어가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그러자 깜짝 놀란 정부는 KSR-3 개발비를 크게 올렸다. 이러한 배려가 한국의 우주개발를 희한하게 왜곡했다. 대포동에 비하면 KSR-3은 새 발의 피인지라, 돈과 인력만 투입되면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다. 그런데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자 핵심 부품을 독자개발하기보다 선진국에서 사와 조립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 결과 780억 원이라는 거액과 5년이라는 세월이 들어간 2002년 11월 28일에야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혀 자랑하지 않았다. 대포동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42km까지 올라갔다 79km를 비행한 탓이다.

그리고 황급히 시작한 것이 훗날 나로호로 불린 KSLV-1 개발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자신 없어’ 러시아에서 액체엔진인 앙가라 로켓을 사와 쏘아보는 것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그리고 멋쩍었는지 사이드로 추력 30t짜리 액체엔진을 만들어 지상 연소시험까지만 해봤다. 나로호 발사 성공 후엔 추력 70t의 액체엔진을 개발해 내년 말 KSLV-2를 쏘아보기로 했다. 6월 8일 항우연은 이 엔진 지상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6월 29일 이 엔진으로 만드는 KSLV-2 시험발사를 연기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독자개발 대신 외국 부품 사다 조립

액체엔진의 지상 연소시험이 성공했으면 계획대로 이 엔진을 묶어 만든 KSLV-2를 정식으로 시험발사해야 하는데, 소소한 이유를 들어 연기한 것이다. 1998년을 액체엔진 개발 원년으로 보면 내년은 만 19년이다. 19년을 들이고도 대한민국은 국산 액체엔진을 탑재한 발사체를 개발하지도, 쏘아보지도 못한 나라가 된 것이다. 참고로 북한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은 사업 시작 4~5년 만에 독자적인 액체엔진을 쏘아 올렸다.  

이 때문에 “항우연 인사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사업을 연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항우연 내부 인사들조차 “발사하기 전까지는 개발비가 제대로 나온다. 그런데 발사에 실패하면 바로 질타가 나오니 연구원들이 어느 쪽을 택하려 하겠는가. 독자개발보다 성능이 입증된 외국 부품을 사와 조립하고, 마지막에는 나로호처럼 외국 힘을 빌려 제작하려는 안일우선주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항우연 사업은 제대로 된 감사도 받지 않는다. 항우연을 관장하는 미래부도 실패를 두려워해 항우연 사업은 제대로 감사하지 않는다. 국민과 국회는 우주개발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빠져 있어 국회조차 국정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사업이 길어질수록 편안해지는 것은 미래부와 항우연이니 한통속이 돼 자꾸 사업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항우연 측은 “지금까지 개발해온 75t급 엔진(추력 70t의 액체산소엔진)의 연소기가 불안정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료탱크를 용접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확실한 성공을 위해 연기한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19년간 액체엔진 개발을 위해 투입된 금액은 1조 원 정도다. 그리고 앞으로 1조 원가량 더 들어갈 예정이다. 나로호 사업비를 보태면 총 비용은 3조 원에 이른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과 19년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액체엔진을 개발하지 못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은하와 무수단, 북극성을 개발해온 북한은 항우연과 미래부를 손가락질하면서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연기에 관한 정정보도문
본지는 2016. 7. 27. 자 주간동아 1048호에서 “2조 원 삼킨 액체로켓 개발 안하나, 못하나”라는 제목 하에, ① “다른 나라들은 석유(케로신)를사용하는 액체엔진 개발을 4~5년 만에 끝냈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년째해왔음에도 또다시 연기했다”. ② “19년간액체엔진 개발을 위해 투입된 금액은 1조 원 정도다. 그리고앞으로 1조 원 가량 더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① 석유(케로신)를 사용하는 액체엔진 개발을 4~5년 만에 마친 외국의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특정 모델을 기준으로 개발기간을 산정한 것인 반면, 위 기사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개발기간이라고 한 19년은 액체엔진 개발기간 전체를 통산한 것으로서 그 비교기준이 다릅니다. 동일한 비교기준에 따라 특정 모델인 KSLV-II(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의75톤급 액체엔진만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개발기간은 위 보도 당시 7년째였습니다.

② 한국형발사체 액체엔진 개발비용은 시험설비구축 비용을 포함하여 2010.3.부터 2016. 12.까지 약 4,661억원이고, KSR-III 개발사업비 전액 및 KSLV-I(나로호) 개발사업에서 액체엔진 개발사업에 앞으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액체엔진 개발비용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9,348억 원입니다.      






주간동아 2016.07.27 1048호 (p28~29)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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