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2016.07.13

와인 for you

삼겹살과도 치명적 앙상블

그레이스 켈리의 ‘도멘 오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07-12 10: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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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제 와인! 도멘 오트(Domaines Ott) 와인을 본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멘 오트는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지방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있는 도멘 오트 로제는 모나코 왕비였던 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좋아한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단 한 모금으로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는 도멘 오트 로제. 과연 이 와인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

    도멘 오트 와인은 먼저 자태부터 빼어나다. 가운데가 불룩하면서도 길고 날렵한 병 모양은 포도밭 주위에서 자라는 사이프러스나무를 닮았고, 우아하게 뻗은 병 입구는 프로방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자나무를 본떴다. 병 맨 아래 큰 테두리 한 개와 윗부분의 작은 테두리 두 개는 프로방스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상징한다. 이 병은 도멘 오트 설립자의 아들 르네 오트(Rene′  Ott)가 1926년 디자인한 것으로, 도멘 오트는 지금까지 90년 동안 이 병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도멘 오트 와인은 맛과 향도 고급스럽다. 연한 살굿빛 색상, 레몬, 복숭아, 파인애플 등 갖가지 과일이 어우러진 향미, 부드러운 질감, 은은하게 퍼지는 여운은 명품 로제 와인의 표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도멘 오트의 품질은 수많은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와이너리는 대부분 가장 좋은 포도로 레드 와인을 만든 뒤 남은 것으로 로제 와인을 제조한다. 그러나 도멘 오트는 우수한 포도를 모두 로제 와인을 만드는 데 쓴다.

    포도를 선별하는 과정도 네 단계나 된다. 먼저 밭에서 잘 익은 송이만 골라 포도가 상하지 않도록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다. 수확한 포도는 트럭에 싣기 전 한 번 더 상태를 확인한다. 와이너리에 포도가 도착하면 운송 도중 상한 것을 골라낸다. 그리고 압착기에 넣기 전 마지막으로 포도 품질을 검사한다. 착즙에도 매우 공을 들인다. 포도를 세게 압착하지 않고 부드럽게 눌러 포도에 있는 즙의 60%만 짜낸다. 포도껍질이 심하게 찢어지거나 씨가 깨지면 즙이 쓰고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와이너리보다 1~3개월 더 숙성해 복합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와인은 병입 전 또다시 상위 70%와 하위 30%로 나눈다. 상위 70%로는 도멘 오트의 최고급 로제 와인인 샤토 드 셀(Chateau de Selle), 클로 미레유(Clos Mireille), 샤토 로마상(Chateau Romassan)을 만들고, 하위 30%로는 세컨드급 로제 와인인 바이 오트(By Ott)를 만든다. 까다로운 선별 과정 때문에 생산량이 워낙 적은 데다 자국 내 소비도 많아 우리나라에는 샤토 로마상 약 400병, 바이 오트 약 200병만 수입되고 있다. 가격은 샤토 로마상이 8만 원, 바이 오트가 4만 원 정도다.



    도멘 오트는 조지 클루니, 샤론 스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좋아한다 해서 ‘스타를 위한 와인’ 또는 ‘로제 와인의 스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고급스러운 와인에도 반전 매력이 있다. 잘 구운 삼겹살에 백김치 한 조각을 올리고 도멘 오트를 곁들여보자. 와인의 은은한 과일향이 돼지고기를 맛있게 감싸고, 상큼한 산도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우아한 로제 와인과 소박한 삼겹살이 만들어낸 환상의 하모니가 입안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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