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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제4지대 신당 연기만 모락모락

정의화 ‘빅텐트’ 구심점 노릇 가능…친박 패권주의 부활 여부가 창당 동력 될 듯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제4지대 신당 연기만 모락모락

제4지대 신당 연기만 모락모락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새누리당 복당보다 ‘새한국의 비전’이란 모임을 통해 정치세력화의 길을 택했다(왼쪽).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 방문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사진은 5월 25일 제주포럼에 참석한 반 총장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제3지대도 아니고 제4지대다. 당연히 제3지대보다 여지가 없다. 결국 창조적 파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직은 견고한 제1지대와 제2지대 내 균열을 만들어낸 다음, 이탈세력을 흡수해야 한다. 이미 1차 균열이 발생했고 일부 이탈세력이 모여 제3지대 신당인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 나머지를 끌어모아야 하는데 더 소수라는 것이 걸림돌이다. 제1지대인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근혜(친박)계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 제2지대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서도 친노무현(친노), 친문재인(친문)계 비중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비박근혜(비박)계와 더민주 비노무현(비노)계, 이들 비주류는 수적으로도 열세지만 구심점도 없다. 그나마 비주류 일부는 주류에 협조적이기까지 하다. 더민주는 1차 균열 당시 비주류가 제3지대 신당으로 합류한 탓에 더 그러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1차 미세균열로 비주류 일부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일부가 당선했지만 극히 소수다. 이들이 결국 제4지대 신당 창당의 주역이어야 하지만 아직은 복당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런 와중에 가장 먼저 치고 나온 인물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다. 정 전 의장은 새누리당으로 복당하기보다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길을 택했다. ‘새한국의 비전’이 그것이다. 초대 연구원장은 친이명박계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참여인사 면면을 보면 여야를 아우르는 형태다. 고문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참여한다.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 의원과 정두언 전 의원이 참여하는가 하면 더민주 우윤근 전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도 참여한다. 새누리당 비주류 중에서도 유승민계인 무소속 조해진, 류성걸, 권은희 전 의원도 참여한다.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과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자진사퇴한 김용태 의원도 참여한다.



정의화 ‘빅텐트’로 들어가는 순간 끝?

정 전 의장은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박형준 원장은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55%가 보수라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중도보수 내지 개혁보수를 대변하는 20~25%의 국민이 있다. 이런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지금 부재하다. 그래서 오히려 한다면, 국민의당과 연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제4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필요할 수 있다”며 목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새한국의 비전’은 제4지대 신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정 전 의장은 빅텐트를 펼치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명분일 뿐, 결국 본인의 대권도전을 뒷받침할 ‘정의화 신당’ 창당이 진짜 목적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적잖다. 그런 이유로 벌써 발을 빼려는 참여인사도 없지 않다. 당장 새누리당 복당이 결정된 유승민 의원부터 “거기 참여할 생각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정 전 의장이 이미 대권주자이고 지지율까지 높았다면 오히려 서로 동참하려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의 대통령선거(대선) 출마를 아직은 낯설어하는 이가 많다. 이런 조짐이 나타나자 정 의장은 최근 이렇게 해명했다. “제가 몸담았던 보수 쪽, 중도를 생각한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의원, 그런 사람, (중략) 그다음에 중간지대로 본다면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 (중략) 그런 분들이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것보다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것이 빅텐트론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를 거론한 점이 이채롭다. 당장은 제4지대로 출발하지만 제3지대까지 흡수하길 희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의당보다 좀 더 우측지대를 공략해 교두보를 구축한 다음 국민의당까지 흡수해 광범위한 중도신당을 만드는 2단계 전략인 셈이다. 이 경우 1차 공략 대상은 역시 새누리당, 그중에서도 비박계 비주류일 것이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가 탈당하려면 동력을 모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하락하고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는 것이 계기다.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야 비로소 비주류가 움직일 테고, 친박계도 동요할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내년 대선 투표일에 임박해 그런 상황이 벌어질수록 제4지대 신당 창당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미 총선 참패로 친박계 책임론이 불거진 바다. 그래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으나 혁신은 지지부진하다. 이름은 혁신형 비대위지만 현 비대위를 혁신형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최근 비대위는 집단성 지도체제를 단일성 지도체제로 바꾸고, 대표의 인사권을 대폭 강화하는 반혁신적 조치까지 단행했다. 총재정치시대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일부 비주류가 반발하고 나섰다.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으나 혁신위원회 무산으로 자진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국민 관심이 다 떠났다. 비대위에 기대도, 관심도 없다. 공당으로서는 사망선고”라는 격렬한 평가까지 내놨다. 정병국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비주류 표심을 결집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세등등한 친박계에 비해 여전히 힘이 달린다.

보수세력은 일단 차기 전당대회에서 누가 대표가 되는지를 유심히 살필 것이다. 또다시 친박계 대표가 탄생한다면, 그래서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계 패권주의 청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4월 총선 당시 투표 불참으로 분노 의사를 표시했던 그들이다. 구체적으로 연말 또는 내년 초 새누리당 지지율이 폭락한다면 보수세력 내에서 정계개편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이때 비주류가 행동에 나서 탈당을 결행할 때 제4지대 신당 창당에 힘이 실릴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분노가 제3지대 신당 창당의 동력이었듯,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분노 역시 제4지대 신당 창당의 동력일 수 있는 것이다. 친박계는 영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신보수로 세대교체가 필요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 패권주의는 더 견고해졌다. 더 나아가 스스로 차기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 되고자 반 총장을 내세워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친박천하의 연장을 꿈꾸는 것이다. 보수세력 가운데 상당수는 반 총장을 반긴다. 그러나 친박계가 옹립하는 것까지 반기진 않는 듯하다.



제4지대 신당 연기만 모락모락

6월 16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 탈당한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허용키로 했다. [동아일보]

진보세력 내에서는 이미 세포 분열이 이뤄졌다. 미약하나마 제3지대 신당 창당까지 이뤄지면서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세대교체를 할 기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당은 그 존재만으로도 더민주 내에서 친노 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터다. 만약 친노 패권주의가 지속된다면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갈아타는 진보세력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당의 우향우 전략과 친박 계파주의에 대한 혐오감에 힘입어 새누리당에서 국민의당으로 갈아타는 보수세력도 더 많아질 것이다. 제4지대 보수신당 창당까지 지지부진하다면 보수세력의 이동은 봇물을 이룰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국민의당이 잘한다는 전제하에서 일이다. 국민의당이 내분 또는 악재로 허덕인다면 오히려 제4지대 신당 창당에 힘을 실어주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4월 총선에서 이미 둑이 터졌다. 하지만 보수세력은 역시 보수세력이다. 급격한 변화보다 점진적 개선을 지향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새누리당을 수리해가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총선 이후 상황은 수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점에서 제4지대 신당 창당의 동력 역시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그 동력을 결집해낼 것인가. 어쩌면 반 총장일지도 모른다.



반기문 신당은 블랙홀?

반 총장은 최근 한국 방문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친박계 의도와 달리 그는 친박 후보가 아닌 국민 후보가 되길 원하는 것이다. 무산되고 말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해찬 전 총리도 만나려 했다. 호남지역, 그리고 진보세력 가운데 반 총장에게 호의적인 사람도 의외로 많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6월 7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반 총장 지지율은 22%로 안철수 대표(17%)와 문재인 전 대표(12%)를 앞질렀다. 대선 출마를 예고하는 발언을 한 이후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지지하던 보수세력 상당수가 반 총장 지지로 돌아서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는 반 총장이 제4지대 신당 창당을 주도할 경우 폭발력과 확장성이 예상외로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새누리당 비주류도 반 총장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이미 끝냈을 것이다. 제3지대 신당 창당은 안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4지대 신당 창당 역시 강력한 구심점을 필요로 한다. 반 총장 정도라면 그 구심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반 총장의 선택과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반 총장이 결국 친박 후보의 길을 간다면 누가 제4지대 신당 창당을 주도할 수 있을까. 유승민 의원 정도가 아닐까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가능하지만, 임기 중간 사퇴하고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유 의원은 중도는 물론 진보세력 내에서도 평가가 좋은 편이다. 호남 유권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중도보수를 기반으로 진보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이다. 그런 유 의원에게 새누리당 비대위가 복당을 허용키로 했다. 복당하더라도 유 의원이 비주류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비주류의 검증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제4지대 신당 창당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는 물론 정의화 전 의장과 연대도 적극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6.06.22 1043호 (p26~28)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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