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0

2016.03.23

와인 for you

봄나들이가 더욱 향긋해진다

음식 친화성의 최고봉 로제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03-21 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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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봄나들이 철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텐트를 챙기면서, 소풍을 떠나는 사람은 도시락을 싸면서 봄날을 즐길 준비에 마음이 들뜬다. 꽃향기 그윽한 야외에서 봄의 정취를 느낄 때 와인이 빠지면 서운하다. 봄나들이에 좋은 와인은 무엇일까.
    와인은 다른 술보다 마시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온도가 와인의 맛과 향을 좌우하고, 주변 냄새도 영향을 미친다. 음식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차고 가벼운 음식에는 와인도 차갑고 가벼운 것이 어울리고, 바비큐에는 묵직하고 오크향이 좋은 와인이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해 와인을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상황과 음식에 두루 잘 어울리는 와인은 없을까.
    이럴 땐 로제 와인이 답이다. 로제 와인은 타닌이 많지 않아 해산물에 곁들여도 좋고, 매운맛이 강한 우리 음식과 부딪치지도 않으며, 붉은 과일향은 육류와도 어울린다. 많은 사람이 색깔만 보고 로제 와인을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 만들 거라 추측하지만, 사실은 붉은 포도를 으깬 뒤 포도껍질을 포도즙에 12~72시간 담가둬 연한 붉은색을 얻는다. 껍질을 포도즙에 담가두는 시간이  길수록 색이 진하면서 타닌도 느껴지는 로제 와인이 만들어진다.
    로제 와인도 종류가 다양한데, 달콤한 스타일로는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 있다. 이 와인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로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생산하며 진판델이라는 흑포도로 만든다. 화이트 진판델은 포도즙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변하기 전 발효를 멈춰 단맛이 남아 있으며, 알코올 도수는 9~12%로 낮은 편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단맛이 강하고, 높을수록 단맛이 약하다. 차게 식힌 화이트 진판델을 매콤한 음식과 즐겨보자. 달콤하고 시원한 딸기향이 매운맛을 진정시키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프로방스(Provence)산 로제 와인을 선택해보자.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로제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프로방스 로제 와인은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edre) 등 여러 가지 적포도를 섞어서 만드는데, 딸기나 수박 같은 신선한 과일향과 함께 장미향, 미네랄향, 매콤함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육류나 해산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려 로제 와인 가운데 가장 음식 친화적인 와인으로 꼽힌다.
    묵직하고 힘찬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프랑스 타벨(Tavel) 지방 로제 와인이 잘 맞는다. 타벨 로제는 역대 프랑스 왕과 교황은 물론, 헤밍웨이와 발자크 같은 유명인사가 좋아한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로제 와인보다 색이 진하고 타닌도 느껴지며 알코올 도수도 13~14%로 강한 편이다. 타벨 로제는 드물게 병 숙성이 가능한 로제 와인 가운데 하나로 오래 숙성하면 은은한 견과류향이 일품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처럼 고급스럽지도 화이트 와인처럼 상큼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와인으로 취급받는다. 반면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로제 와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로제만큼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도 드물기 때문이다. 캠핑이나 소풍에 봄꽃을 닮은 로제 와인을 챙겨보자. 모처럼의 봄나들이가 더욱 향긋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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