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0

2016.03.23

스포츠

‘손샤인〈SON SHINE〉’ 빼고 뛴다

슈틸리케호, 3월 말 레바논·태국과 A매치 2연전…월드컵 본선 티켓 바로미터 될 것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3-21 10: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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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의 봄이 왔다.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이 3월 12일 개막해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국가대표팀도 이제 기지개를 켜고 새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2015년을 화려하게 보낸 ‘슈틸리케호’는 2016년 또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3월 열리는 A매치 2연전을 통해 올 한 해 슈틸리케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월 21일 경기 안산시에 소집된다. 올해 처음으로 모이는 대표팀은 24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7차전을 갖고, 사흘 뒤에는 방콕으로 옮겨 태국과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이미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 자격을 획득한 대표팀은 6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 앞서 이번 레바논전 및 태국전을 장기간 미소집에 따른 공백 극복과 일부 선수의 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당초 3월 A매치 2연전 두 번째 상대는 태국이 아닌 쿠웨이트였다. 하지만 쿠웨이트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으면서 G조 8차전이 연기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부랴부랴 상대를 물색했고, 뉴질랜드와도 접촉했으나 시간이 촉박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 결국 태국을 선택했다. 단 태국이 한국처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F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FIFA 랭킹 57위인 우리보다 한 수 아래 전력(118위)이라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 상대 전적에서도 30승7무9패로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원정 레바논전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 왜 빠졌나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FC)의 이름이 없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 AFC),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동료들이 포함됐지만 손흥민은 빠졌다. 꾸준히 대표팀에서 뛴 핵심 자원 가운데 한 명인 손흥민이 3월 A매치 명단에서 빠진 것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발탁을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최고 성적인 동메달을 획득했던 올림픽대표팀은 이번 리우대회에서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손흥민이 합류한다면 메달 획득 전망이 훨씬 더 밝아질 수 있다.
    3월 21일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나란히 소집되기에 앞서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 간 교감이 있었다.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해 1월 카타르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2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신 감독은 손흥민을 일찌감치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로 점찍었다. 최전방부터 좌우 윙 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 공격라인 전 포지션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손흥민은 굉장히 매력적인 카드다. 올림픽 ‘와일드카드 선발’로 마음을 굳힌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양해를 구했고, 통 큰 양보를 받았다.  
    남은 건 손흥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과 토트넘과 교감을 나누는 일이었다. 신 감독이 손흥민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의 의지를 물은 이후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토트넘 측에 3월 A매치에 손흥민을 차출하지 않는 대신, 리우올림픽에 나서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도 발송했다. 최종 회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꽤 긍정적이라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설명이다.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FIFA의 국가대표 의무 차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소속팀이 거부하면 선발할 방법이 없다. 손흥민은 비록 3월 A매치에는 부름을 받지 않았지만, 와일드카드로 올림픽에 나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배려 차원 선수 선발은 마지막

    이번에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선수 23명 가운데 K리거는 3명에 불과하다. 절대다수가 해외에서 뛰고 있다. 골키퍼 3명 모두 일본 J리그 소속이다. 현실적 선택이다. K리그가 갓 개막했다는 점을 고려해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유럽리거들을 대거 호출했다. 대부분 최종 엔트리에 충분히 들어갈 자격이 될 만큼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이청용을 비롯해 제자리를 잡지 못한 박주호(29·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24·TSG 1899 호펜하임), 지동원(25·FC 아우크스부르크)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 대표팀에서 멀어질 수 있다. 오는 문도, 나가는 문도 열려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택은 다소 의외에 가깝다. 박주호 등은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내뱉은 말을 뒤집었다는 혹평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자들을 불러들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뽑아선 안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6전승을 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이들이 큰 구실을 해줬다”고 다시 불러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계 휴가를 마치고 입국하면서 소속팀에서 활약이 미미한 선수들을 3월에 불러들일 수 있음을 넌지시 내비친 바 있다. 이미 2차 예선을 통과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인 데다 3월에 만날 상대는 레바논 등 전력상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팀들이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입국 때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를 불러 한 경기씩 뛰게 하면 떨어진 경기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전 활약에 대한 배려 차원의 선수 선발은 이번이 마지막일 공산이 크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다툴 최종예선은 9월 시작된다. 대표팀은 이에 앞선 6월 유럽 현지를 찾아 강호 스페인, 체코와 평가전을 갖는다.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기회는 3월 두 경기를 빼면 6월 스페인, 체코전뿐이다. 6월 평가전 때는 경기력과 출전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제대로 된 멤버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번만’이라는 말로 이런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슈틸리케호는 찬란한 한 해를 보냈다. 6월부터 시작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도 6전승(23득점·0실점)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하며 총 20번의 A매치에서 16승3무1패를 기록했다. 승률 80%는 1980년 이후 최고 기록이고, 한 해 16승은 1975년(18승1무4패)과 78년(18승2무)에 이어 최다승 2위다. 연간 17경기 무실점은 한국 축구사에 없던 신기록이다.
    올해 대표팀의 초점은 월드컵 최종예선으로 향한다. 3월 평가전은 최종예선을 향한 과정 중 하나다. 레바논, 태국 등 약체들과의 대결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둬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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