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0

2016.03.23

정치

여야 공천전쟁 성적표 새누리당 56점, 더민주당 64점

부실한 현역 교체·인재 영입, 친박·친문 계파공천에 휘둘려…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 rheehoon@naver.com

    입력2016-03-18 16: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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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약속했고 합의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그렇게 탄생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니 혹시나 했다. 물론 외견상으로는 국민 참여가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은 일반 국민 100% 여론조사로, 새누리당은 일반 국민 70%와 당원 30% 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렀다. 문제는 모든 지역에서 경선을 치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더민주당은 전략공천을 포기하지 않았고 단수추천 지역도 적잖았다.
    새누리당 역시 공식적으로는 전략공천을 하지 않았지만 단수추천과 우선추천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전략공천을 강행했다. 경선을 치르는 지역에서도 사전에 컷오프를 하는 방식으로 솎아낸 뒤 후보자를 선보였다. 선택 범위를 좁힌 상태에서 여론조사 역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치렀다. 경선이 결정되자마자 여론조사를 하니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경선을 치르는지조차 모른 채 넘어간 경우가 태반이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나 전화를 받아 중복응답을 한 사람도 있었고, 이미 주소를 옮긴 지 오래인데 옛 주소 지역구의 후보자를 선택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사람도 나타났다. 응답률 역시 2%에서 5% 내외인 가운데, 조직원들을 전화기 앞에 대기케 한 경우도 적잖았고 나이를 속여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 전화에 신물이 난 많은 국민은 이 여론조사가 언론사가 실시하는 것인지 정당이 실시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냥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정보 부족에 제한된 선택지, 그리고 후보자를 인지할 시간 부족까지. 이래저래 국민은 공천과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 소외라는 관점에서 양당 공천을 평가한다면, 각각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10점 기준으로 새누리당 4점, 더민주당 4점 정도가 아닐까. 양당 모두 낙제점이다.
    국민을 사실상 배제한 상태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계파공천에 몰입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 공천이, 더민주당에서는 친문(친문재인)계 공천이 이뤄졌다. 계파 내부에서 선수 교체가 이뤄지긴 했다. 중진을 일부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신박’계 또는 ‘신문’계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계파성은 19대 총선 공천 당시보다 더 짙어졌다. 19대 총선 공천에도 계파공천은 기승을 부렸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에서 친박계 공천이 이뤄졌고, 더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친노(친노무현)계 공천이 이뤄졌다. 그래도 당내 반발과 비판 여론을 의식해 비주류를 상당수 잔류케 하는 아량을 선보였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 일부가, 더민주당 내에서는 구민주계가 그렇게 살아남았다. 이번에 새누리당은 그나마 소수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잔류 친이계를 대부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본래 친박계였지만 비박계로 돌아선 친유승민계도 모두 정리했고 진영 의원처럼 멀어진 친박계, 곧 ‘멀박’도 대부분 정리했다. 당내 친박계 비중을 대폭 높인 것이다.
    더민주당은 이미 친노 패권주의 논란 끝에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일부가 탈당한 상태다. 이후 일련의 컷오프를 진행했고, 비주류 다수와 친노계 중진 일부를 탈락시켰다. 경선을 거치면서 그나마 소수였던 친박원순계도,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비주류 다수도 대부분 정리됐다. 그들이 정리된 까닭은 100% 여론조사 경선에 함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파 내부 선수 교체 수준

    더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이미 당원 물갈이를 단행했다. 구민주계 당원의 탈당이 이어지는 속에서 온라인 당원 모집이라는 방식으로 친노 또는 친문 성향의 당원을 대거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이 여론조사 경선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친문계 공천에 힘을 보탰다. 더민주당은 응답자가 300명만 넘어서면 유효한 여론조사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소수인 골수 지지세력의 참여만으로도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양당의 계파공천에 대한 평가 점수는 어떨까. 물론 계파공천이 덜한 쪽에 점수를 더 줘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6점, 더민주당은 7점 정도다. 특히 더민주당은 친노계 좌장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반면, 새누리당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을 탈락시키지 않았다는 점,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크다. 1월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역의원 교체를 바라는 의견이 55.4%에 달했다. 교체 희망지수는 이처럼 높지만 현역의원 교체 비율은 역대 최저치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현역의원 교체 비율은 49%였다. 더민주당은 이보다 낮은 34%였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그 나름 공천혁신을 단행한 덕분이다. 그 결과 당초 더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이 압승하는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
    20대 총선의 현역의원 교체 비율은 양당 모두 30% 선에 불과하다. 그들이 위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 귀 기울였다면 현역의원 교체 비율은 오히려 19대 총선 당시를 능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귀를 닫았고 철저히 계파공천에 몰입했다. 여기에 여론조사 경선이 갖는 함정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조직을 동원한 이들이 결국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결국 현역의원은 대거 살아남았다. 현역의원 교체 점수는 새누리당 7점, 더민주당 6점이다. 초반에는 더민주당이 컷오프를 주도하는 듯했지만 후반에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교체 비율을 높인 점을 고려한 점수다.
    처음은 창대했다. 더민주당이 그 나름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면서 불을 댕겼다.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 내에서도 인재 영입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그러나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역일꾼론을 강조하며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인재가 지역에서 뛰고 있다는 지적도 했고, 더민주당처럼 쇼를 벌이지 않겠다고 선언도 했다. 반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단수공천과 우선추천을 적극 활용하겠다며 과감한 인재 영입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는 인재 영입 1호라며 스스로 찾아온 인재들도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끝났다. 김무성 대표는 의지가 없었고 이한구 위원장은 시간이 없었다. 그사이 살생부 의혹, 공천 여론조사 결과 유출, 윤상현 의원 녹취록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인재 영입이란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현역의원 간에도 살리느니 마느니 하는 판에 정치 신인 문제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더민주당의 인재 영입도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명을 채우고 사퇴했고,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인재 영입이 일부 이뤄졌지만 소수에 그쳤다. 그들도 지역구를 돌고 돌아 수도권에 주로 배치됐으나 생환 가능성은 미지수다. 초기에는 전문성을 갖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학생운동권 출신 또는 진보성향 인물로 변해간 것도 감동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재 영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느낌이다. 인재 영입에 대한 평가 점수는 새누리당 5점, 더민주당 7점 정도가 아닐까 한다. 막판에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그래도 더민주당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공천 잡음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소식이 봇물을 이룬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민의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계파공천이 그 어느 때보다 노골적이던 까닭에 잡음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래도 도가 지나쳤다. 스마트시대답게 스마트폰 녹취가 널리 유행했고, 녹취록 유포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적극 활용되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내 공천 잡음은 드라마나 영화를 능가했다. 당대표가 정보지에서 봤다는 살생부를 측근 손을 거쳐 유출하고, 근거도 충분치 않은 정보에 흥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살생부 명단에 오른 것을 확인한 정두언 의원은 공천을 주도하는 친박계 소장파와 모종의 대화를 나눈 끝에 이를 언론에 공개해 당대표를 곤경에 빠뜨렸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공천을 받았다. 압권은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유출이다. 친박계 소장파로 사실상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당 내외에 알려진 그는 알려진 바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김무성 대표를 개◯◯로 부르는 위엄을 과시했다. 도대체 누가 그것을 녹취해 언론에 공개했는지 세간의 관심사지만, 관련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다. 집권 여당대표를 흥분하게 할 정도라면 정보지 내용을 믿어도 되는 것 아닐까. 술자리에서 수군거릴 뿐이다.



    2012년 대선의 재판?

    더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했다. 잡음을 일으킬 만한 이가 상당수 탈당한 까닭이다. 오히려 잡음이 너무 없는 것이 화제였다. 말 많은 친노계 현역의원들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총선 승리라는 대의명분 때문이라는 해명이지만 낯선 풍경이다. 그런 와중에 청년 비례대표 공천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당사자 가운데 최유진 후보는 사퇴했고, 김규완 후보는 자격을 박탈당했다.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의 딸인 최 후보는 공천 실무자에게 첨삭지도를 받았고, 김 후보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전 비서 출신이자 새누리당 보좌관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청년 비례대표 공천 논란으로 청년 대상의 총선 흥행몰이에 실패한 일도 아프지만, 과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불공정 논란을 연상케 하는 악재였다. 공천 잡음에 대한 평가는 새누리당 6점, 더민주당 8점이다.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유출 파문은 윤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쉽게 사그라질 사안이 아니다. 전체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크다고 본다.
    총점을 집계해보면 새누리당 28점, 더민주당 32점이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다면 새누리당 56점, 더민주당 64점이다. 국민적 관점에서 보면 실망스러운 공천 결과지만, 굳이 평가를 내린다면 더민주당이 약간 앞서간다는 판단이다. 독자 여러분도 위의 5가지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를 한번 매겨보길 권한다.
    이번 20대 총선은 2012년 대통령선거의 재판, 곧 2차 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치르게 됐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친박계 공천을, 더민주당은 친문계 공천을 한 때문이다. 물론 제3당인 국민의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긴 하다.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다시 한 번 박근혜를 외치며 친박 새누리당을 지지할까, 아니면 이번에는 문재인을 외치며 친문 더민주당을 지지할까. 그도 아니라면 이번에는 안철수 또는 양당심판을 외치며 국민의당을 지지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총선을 향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계는 가고 있다. 이제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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