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6

2016.02.24

기업

롯데 신동주의 ‘경영권 탈환 작전’

역전 가능성 높지 않아…신격호 총괄회장 ‘정신감정’ 판결도 변수

  •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ceo@chaebul.com

    입력2016-02-23 11: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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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동빈 형제 간 대결이 다시 불붙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법인 정관에 따라 대주주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 시 2개월 안에 주총을 열어야 한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요구한 이번 임시주총을 주목할 만한 이유는 주총 안건이 ‘경영진(이사) 해임건’이기 때문.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한국 롯데캐피탈 사장 등 모두 7명. 이 중 신 총괄회장을 제외한 6명의 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을 들고 나왔다. 사실상 현 경영진을 모두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임시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승리한다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번 임시주총 대결은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신동주-동빈 형제의 맞대결 3라운드다. 1라운드는 지난해 초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시작됐고, 2라운드는 지난해 8월 신격호 총괄회장마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면서 극에 달했다.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신동빈 회장 측이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대결은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두 번의 싸움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 측은 이번에도 ‘이변은 없다’며 애써 낙관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의 낙승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사실 과거 두 번의 싸움에서 신 회장 측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룹 내 조직과 인맥을 장악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덕분이었다. 당시 조직도, 인력도 부재하던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제대로 힘써보지도 못한 채 나동그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변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제 나름대로 상당한 조직을 갖추고, 내공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국내에 ‘SDJ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민유성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특히 비록 일부이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내부 인맥과도 손잡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높이고 있다. 과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역전’은 가능할까.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나리오는 세 단계로 진행돼왔다. 1단계는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후계자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2단계는 신동빈 회장 측의 부도덕성을 최대한 부각해 그룹 안팎의 여론을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마지막 단계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모든 경영권을 탈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 요구는 ‘경영권 탈환’의 마지막 시나리오인 셈이다.



    경영권 탈환 3단계 시나리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임시주총에서 참패한 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를 앞세워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롯데가(家)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여론전을 전개하는 한편,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장악의 최대 변수인 종업원지주회를 포섭하는 물밑 작업을 전개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분포를 보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 지분을 포함해 의결권 우호지분 33.8%(신격호 총괄회장 지분 포함)를 보유했다. 나머지 지분은 종업원지주회가 31.1%를 갖고 있고, 신동빈 회장과 그를 지지하는 임원 지주회가 23.8%를 보유 중이다. 결국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가 승리의 최대 변수다. 일본 상법상 이사 해임안은 ‘일반 결의’ 사항이어서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주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이 확실하게 승리하려면 전체 지분의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주주 분포로 볼 때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주 전체가 의결권에 나설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대 변수’인 종업원지주회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이냐는 점이다. 그동안 암중모색을 통해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얻었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판단이지만, 지난해 8월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 측을 지지했던 종업원지주회가 6개월 만에 생각을 바꿨는지는 뚜껑을 열기까지 모를 일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얻고자 일본 롯데홀딩스 상장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종업원들에게 준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비상장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을 가진 종업원들 처지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신 전 부회장의 임시주총 소집에 대해 신동빈 회장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해왔다”며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사실 종업원지주회가 여전히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면 신 전 부회장의 ‘임시주총 카드’는 찻잔 속 태풍일 뿐이다. 신 전 부회장이 아무리 애를 써도 전체 지분의 40%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계속 지지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 부분은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을 주주별로 독립적으로 행사하느냐, 아니면 대표자가 대리 행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난해 8월 임시주총에서는 종업원지주회가 대표자를 통해 일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시주총을 앞두고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대표자가 신동빈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인사로 전격 교체됐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시간이 흐르면서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는 한국 기업”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 등의 발언으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게 신 전 부회장 측 생각이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점이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 상실’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영향력 차단에 애써왔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창업주이자 아버지까지도 매도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한국 내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일본 계열사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허위 제출한 혐의 등을 받는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데다, 시민단체가 신동빈 회장을 사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한 상황이다.



    대세 가를 종업원지주회의 지지

    그렇다면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먼저 결정적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이는 종업원지주회가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는 보장이 없고, 쓰쿠다 사장 등 현 경영진이 내부 조직을 장악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역전할 ‘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시주총을 열더라도 주총의 모든 실무를 현 경영진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전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



    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동주 전 부회장 지지’에도 경영진 내부에서 ‘반(反)신동빈 기류’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점은 그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점을 잘 아는 신 전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임시주총 소집이라는 카드를 꺼내 ‘정면승부’에 나선 까닭은 자신의 최대 지지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에서 비롯된 조급증 때문인 듯하다. 현재 한국 법원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위한 정신감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인 것이다.
    설령 이번 임시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패하더라도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대주주인 신 전 부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송이나 주총 소집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동빈 체제를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전쟁은 ‘승자독식’ 구도가 깨져야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분할’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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