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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격상해 美 ‘차세대 전자전체계’ 도입해야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 ‘제공권’ 중요성… NGJ로 北 방공망 무력화 가능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한미동맹 격상해 美 ‘차세대 전자전체계’ 도입해야

미 해군 주도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자전체계(NGJ)’ 개념도. [사진 제공 · 미 해군]

미 해군 주도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자전체계(NGJ)’ 개념도. [사진 제공 · 미 해군]

옛 소련의 군사 격언에 “결국 적진에 깃발을 꽂는 것은 보병”이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첨단 항공기와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대가 와도 적을 제압해 항복을 받아내는 최후 주역은 보병이라는 얘기다. 소련 역사를 살펴보면 지상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격언은 결과적으로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지상군에 대한 과도하고 삐뚤어진 집착 때문에 소련군이 망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련군 후신인 러시아군도 지상군 맹종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1990년대 이후 졸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개전 6개월 만에 공수(攻守)가 바뀐 형국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국 영토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남부전선을 주전장(主戰場)으로 정하고 엄청난 화력 공세를 퍼붓고 있다.

러시아 후방까지 타격하는 우크라이나군

미군의 현용 전자전기(電子戰機) 
EA-18G 그라울러. [뉴시스]

미군의 현용 전자전기(電子戰機) EA-18G 그라울러. [뉴시스]

러시아 후방 벨고로드주와 크림반도 일대도 우크라이나군의 타격 대상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술탄도미사일과 드론, 항공기 등을 이용해 7월 말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해군기지 본부청사를 시작으로 3주에 걸쳐 크림반도에 있는 주요 공군기지와 지휘소, 보급창을 연타했다. 러시아 본토 벨고로드주 후방 깊숙한 곳의 러시아 공군 비행장과 보급창이 동시에 초토화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특수부대 전력부터 드론, 전투기, 로켓, 탄도미사일까지 가용한 모든 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의 원거리 표적을 미국이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에이타킴스(ATACMS) 전술탄도미사일이나 자국산 흐림(Hrim)-2 미사일, Tu-141 무인정찰기를 개조한 자폭형 무인기, 특수부대로 타격하는 식이다. 헤르손과 자포리자, 돈바스 전선과 같이 비교적 가까운 곳의 러시아군은 M141 ‘하이마스(HIMARS)’와 M270 다연장 로켓포(MLRS)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유도로켓 유도형 다연장 로켓포(GMLRS), 전술 항공기인 MIG-29와 Su-24, Su-25 등을 투입해 공격하고 있다. 특수부대를 제외하면 모두 하늘에서 날아오는, 다시 말해 레이더로 포착 가능한 무기들이 러시아군 전략시설을 연일 강타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세계 최강으로 선전된 러시아군 방공무기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러시아군 방공시스템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러시아군은 옛 소련군처럼 철저히 지상군 중심의 교리를 따른다. 소련군은 군종(軍種)에 서열을 두고 전투지휘권과 진급 우선권, 예산 배정에 차등을 뒀다. 서열 1위는 전략로켓군, 2위는 육군, 3위는 방공군, 4위는 공군, 5위가 해군이었다. 이런 서열에 따라 항공 작전도 육군이 주도했다. 서방 국가에선 공군이 항공 작전을 전담하는 게 상식이지만, 소련은 육군이 다층 방공전력을 갖추고 이를 방공군이 보조하는 형태의 교리를 택했다. 이에 따라 소련 육군은 소구경 기관포부터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제대별 방공무기를 개발했다. 유효 사거리와 고도별로 다층방공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가령 근거리 표적은 14.5㎜ 중기관총과 23·37·57㎜ 기관포가 맡고 보병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차량·장갑차 탑재 지대공미사일이 겹겹이 방공망을 구축해 기동부대를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퉁구스카’ 등 구형 방공체계가 러시아 주력

러시아군의 ‘판치르-S1’ 복합 방공체계. [위키피디아]

러시아군의 ‘판치르-S1’ 복합 방공체계. [위키피디아]

최근 들어 방공시스템 성능이 높아지면서 물량 위주의 소련식 방공 교리는 많이 간소화됐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서방 국가에 비해 촘촘한 방공시스템을 갖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기본 전투 단위인 ‘대대전술단(BTG)’은 전차와 장갑차 72대를 중심으로 자주포 6문, 다연장로켓 6문으로 구성된 2개 포병대와 기관포·미사일 하이브리드 방공차량 6대로 이뤄진 방공포대를 갖추고 있다. 1개 정규 BTG에 편제된 차량 142대 중 6대가 방공차량인 것이다. 수량은 결코 적지 않지만 문제는 전력의 질적 수준이다.

장비 보급 상태가 좋은 정예 부대에는 신형 방공체계 ‘판치르-S1’ ‘토르’가 배치됐지만 여전히 러시아군의 주력은 구형 ‘퉁구스카’ ‘오사’ ‘스트렐라’다. 이들 무기체계의 구체적 스펙은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20㎞ 이내 거리의 공중 표적을 맡는다. 원거리·고고도 공중 목표물은 BTG의 상급 제대 ‘연합군(CAA)’에 포대 또는 대대 단위로 배속된 중장거리 방공자산의 몫이다. 일명 ‘부크’ 시리즈나 ‘S-300’ ‘S-350’ 등 방공무기가 배속돼 40~150㎞ 거리의 공중 표적을 제압한다. 현재 러시아군 방공 무기체계의 카탈로그 데이터만 보면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대공 방어가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러시아군이 7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의 공중 공격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한 채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객관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도하는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전장의 제공권은 우크라이나가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주요 방공자산은 대부분 파괴됐고 생존한 일부 전력도 레이더를 끈 채 숨어 다니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7월 초 우크라이나군은 하이마스와 GMLRS 전력을 조합해 러시아 방공자산을 파괴했다. 7월 하순부터는 MIG-29 전투기에 장착된 미국산 대(對)레이더 미사일(ARM)인 AGM-88 ‘고속 대방사 미사일(HARM)’로 러시아군을 제압하고 나섰다. HARM은 전파 방사원(放射原)을 추적해 레이더를 파괴하는 무기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 레이더는 켜는 족족 파괴되고 있다. 
 HARM의 사거리는 90㎞에 불과하기에 러시아군이 사거리 150~400㎞인 S-300·S-400 방공시스템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듯했다. 문제는 방공시스템의 레이더를 24시간 내내 가동할 순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군 위성과 정찰기가 러시아 방공시스템의 운용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러시아군에 방공자산이 분명 존재하는데 제 역할을 못 하고 숨기 급급한 상황인 것이다. 결국 침공군인 러시아군이 전장 각지에서 우크라이나 전투기와 헬기의 공습에 시달리는 ‘공수 역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이 새겨야 할 전훈(戰訓)은 제공권 장악의 중요성이다. 북한과 중국은 옛 소련군 교리를 모방하면서도 더 촘촘한 방공망을 운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군은 강력한 방공망 제압 능력을 갖추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당장 미군만 하더라도 방공망 제압 능력을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걸프전 이후 미군이 수행한 군사작전은 대부분 적 방공망을 제압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美 전자전기로 일방적 공세 가능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의 석유 저장시설이 4월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 헬기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의 석유 저장시설이 4월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 헬기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군사작전의 주요 전과를 항공 전력이 차지하는 미군이 공습에 앞서 가장 먼저 투입하는 전력이 전자전기(電子戰機)다. 전자전기는 말 그대로 전자전을 수행하는 항공기다. 쉽게 말해 적의 전자장비, 그중에서도 레이더 무력화에 특화된 무기체계다. 전자전기는 평시에 적의 지상·공중·해상 배치 레이더가 방사하는 전파를 수집, 분석한다. 유사시 적 레이더와 동일한 방해 전파로 감시망을 교란하기 위해서다. 레이더는 전파가 표적에 반사돼 돌아온 반사파를 분석하는 식으로 적을 찾는다. 리시버에 돌아온 반사파가 애초에 자기가 쏜 전파의 반사파가 아니라면 표적 데이터를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자전기 공격에 당한 레이더 스크린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뒤덮인다. 이처럼 레이더 먹통으로 방공자산의 눈이 먼 적에게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미군이 지금까지 적을 상대로 일방적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전자전기인 것이다.

미군이 현재 운용하는 EA-18G 그라울러는 현존하는 최강 전자전기다. 그라울러의 핵심은 AN/ALQ-99 전자전 포드로 144㎞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적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미군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해 차세대 전자전체계(NGJ) 개발에 나섰다. NGJ는 기존 포드보다 먼 거리에서 더 강력한 전자 교란 능력을 확보하고자 고대역(High-band)·중대역(Mid-band)·저대역(Low-band) 시스템으로 나눠 개발되고 있다. 이 중 AN/ALQ-99를 대체할 주력 중대역 시스템인 NGJ-MB가 7월 미 해군에 납품됐다. 현재 실전 투입에 앞서 최종 조율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GJ-MB의 사거리는 기존 전자전 시스템의 2.5배에 달한다. 360㎞ 거리 내 다종다양한 적 레이더를 동시에 교란할 수 있다. 교란 거리 안에 S-300이나 S-400, 부크나 판치르 등 어떤 방공시스템이 있어도 전자전기 1대로 모두 잠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군은 이 시스템과 연동해서 사용하고자 ‘사거리 연장형 차세대 대레이더 미사일(AARGM-ER)’도 개발했다. 사거리가 기존 HARM의 3배가 넘는 300㎞에 달하고 스텔스 설계로 적 방공시스템에 탐지되지도 않는다. 현재 이들 시스템 개발은 미 해군이 주도하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7월 F-15EX 등 전투기 플랫폼에도 NGJ와 AARGM-ER 패키지를 통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공군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 공군은 아직 F-15EX에서 NGJ를 운용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미 F-15EX에 ‘이글 수동·능동형 경고 및 생존체계(EPAWSS)’라는 강력한 자체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NGJ를 탑재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다만 수세적 방어 장비인 EPAWSS와 달리 NGJ는 공격적인 장비로 용도가 다르다. 의회의 압박도 상당해서 미 공군이 NGJ를 완전히 외면할 순 없는 상황이다.

NGJ로 서해상 北·中 전력 교란 가능

미 공군 F-15EX에 NGJ 시스템 통합이 결정되면 한국 공군도 F-15K 성능 개량 과정에서 NGJ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F-15K에서 NGJ를 운용하면 북한 전역은 물론, 서해 상공이 대부분 교란 가능 범위에 들어간다. 북한이나 중국군 전투기와 레이더, 군함이 NGJ 사거리에서 적대적 행동을 취하는 순간 눈이 멀고 한국군의 일방적 공격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F-15K의 NGJ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전략적 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NGJ는 전략자산이기에 한국군 도입이 쉽지 않겠지만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면 희망은 있다. 미국은 호주에 EA-18G를 판매하고 핵잠수함까지 제공하겠다며 오커스(AUKUS) 레짐을 출범한 바 있다. 한국도 한미동맹을 격상하는 한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기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호주와 필리핀의 정권교체로 느슨해진 반중(反中) 동맹 보완 필요성을 미국에 어필한다면 NGJ 도입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특히 NGJ를 도입하기로 한 호주가 미국의 반중 동맹에서 점점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은 한국에 좋은 기회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국의 NGJ 전력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새로운 ‘게임 체인저’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한다.





주간동아 1354호 (p50~53)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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