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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산물, 최악 ‘폭염’에 신음하는 지구촌

인도, 파키스탄, 미국, 유럽 이어 8월엔 중국 폭염 예측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산물, 최악 ‘폭염’에 신음하는 지구촌

7월 13일(현지 시간) 스위스 알프스의 론 빙하 일부가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흰색 천을 덮어놓았다. [뉴시스]

7월 13일(현지 시간) 스위스 알프스의 론 빙하 일부가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흰색 천을 덮어놓았다. [뉴시스]

3월 중순부터 50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덮친 가운데,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8개 주 1억 명 이상 시민에게 폭염주의보와 경보를 내렸다. 서유럽 전역에서는 극심한 더위로 산불과 가뭄이 발생한 가운데 영국은 사상 최고기온인 40도를 넘어섰다. 세계 곳곳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건강은 물론, 농업 환경과 전기 시스템 등에도 막대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산물인 폭염은 지구의 기후 붕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다.

유럽 폭염 발생 빈도, 42년간 3~4배 증가

폭염으로 전례 없는 고온을 기록 중인 영국의 기온 분포 지도. [영국기상청 홈페이지]

폭염으로 전례 없는 고온을 기록 중인 영국의 기온 분포 지도. [영국기상청 홈페이지]

영국 기상청의 피터 스토트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를 통해 “영국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것은 기후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결과”라며 “유럽대륙의 기후 위기가 우리의 계산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염으로 유럽 전역이 40도를 넘어서는 무더위를 겪고 있다. 더위는 현재 동쪽으로 이동 중이며 8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탓에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점점 거세지고 있지만 유럽에서 폭염은 특히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이 폭염의 ‘핫 스폿’으로 불릴 정도로 지난 42년 동안 북부 중위도의 나머지 지역에 비해 폭염 발생 빈도가 3~4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이 5일 연속 평균 최고기온을 5도 이상 초과할 때를 폭염이라고 한다. 폭염은 ‘열파(Heat Wave)’라고도 부른다. 열파란 온도를 증가시키는 적외선 파동을 일컫는 말이다. 열파의 중심에는 뜨거운 공기 덩어리를 만드는 고기압 시스템이 있다. 약 3~8㎞ 높이에 형성된 고기압은 아래쪽 공기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며 누른다. 밑에 있는 공기는 아래로 밀려서 압축되며 데워진다. 가열된 압축 공기층은 마치 반구형의 지붕(돔)을 덮은 것처럼 뜨거운 지상의 공기를 제자리에 가둔다. 이를 열돔 현상이라고 부른다(그림 참조). 일반적으로 대류를 통해 열기가 흩어지지만, 열돔이 한 지역에서 며칠 동안 제자리에 머무를 경우 폭염이 된다. 매우 건조하고 맑은 대기 상태가 유지되면서 가뭄과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폭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 자주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토양의 건조, 고기압 영역의 작용, 제트기류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다. 그 저변에는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

스티븐 벨처 영국기상청 수석 과학자는 영국 기상청 블로그를 통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건에서 기후 모델링을 해보면 영국 기온이 40도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매우 높은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3년마다 40도를 초과하는 무더위가 계속해서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열대 태평양의 바다 온도는 비대칭적으로 상승했다. 서태평양 온도가 동태평양에 비해 급격히 올라가자, 서태평양에서 상승한 바다의 열을 연료 삼아 가열된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열돔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세한 바람이 뜨거운 공기를 동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제트기류가 육지 쪽으로 공기를 가두고 있다”며 “가라앉는 공기는 결과적으로 열돔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 변화로 열돔 정체 지속

1976년(왼쪽)과 2022년(오른쪽)의 세계 열 이상 현상을 관측한 지도. 현재 더위가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광범하위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NASA 홈페이지]

1976년(왼쪽)과 2022년(오른쪽)의 세계 열 이상 현상을 관측한 지도. 현재 더위가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광범하위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NASA 홈페이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화된 제트기류가 북미와 유럽, 아시아의 폭염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트기류는 지구 자전 때문에 발생하는 편서풍을 말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며, 북극의 찬 기단이나 아열대의 뜨거운 기단을 인구가 집중된 중위도 지역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유럽 기후 또한 이러한 제트기류에 의해 조절된다. 하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강력한 고기압을 순환시키지 못하고 있다. 극지방 기온이 상승해 극지방과 적도 사이 온도차와 함께 기압차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북극은 지구 전체에 비해 서너 배 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극지방도 폭염이 덮치면서 3월 북극 일부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30도 이상 올라갔다. 남극 또한 40도 이상 치솟았다. 그 결과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열돔이 오랫동안 한곳에 머무는 대기 정체(블로킹)가 길어져 장기간의 폭염 피해를 유발하게 됐다. 여름에는 폭염과 가뭄, 홍수가 생겨나고 겨울에는 비정상적인 한파가 찾아오는 복합적인 기후 재난도 뒤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제트기류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이중 제트의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 것 또한 유럽 폭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기존 이중 제트 현상이 더욱 오래 지속되면서 그 사이에 저기압이 형성돼 뜨거운 공기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은 논문에서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같은 고위도 육지 지역의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여름에 육지와 바다 사이 온도차가 커지면서 이중 제트 상태가 더욱 오래 지속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의 열에너지 교환 역할을 하는 극지방과 아열대 제트기류. [미국 NASA 홈페이지]

지구의 열에너지 교환 역할을 하는 극지방과 아열대 제트기류. [미국 NASA 홈페이지]

탄소배출량 줄여야 폭염 완화

대니얼 스웨인 미국 UCLA 기후과학자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극단적인 무더위를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일상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폭염은 아마도 가장 과소평가된 잠재적 재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극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어떤 위협이 닥칠지는 아직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폭염은 고온이 익숙하지 않은 지역과 냉방 시설을 가동하기 힘든 취약 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져 발생하는 폭염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몇 달간 인도, 유럽, 미국 등지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데 이어, 8월에는 중국에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중국 국가기상센터는 중국에서 7월 2주 동안 폭염이 지속된 데 이어, 8월에는 더 많은 지역에서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 적색경보가 발동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폭염을 막으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1도 상승해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IPCC는 2100년까지 기온이 1.5도 올라갈 경우 전 세계 인구의 14%가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심각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향후 탄소배출량이 감소하면 폭염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비키 톰슨 영국 브리스톨대 기후과학자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4.3도 상승할 경우 매년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6분의 1이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8도만 상승할 경우 매년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1000분의 1로 확연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겪는 폭염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산물”이라며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다면 극한 날씨를 안정화하고 폭염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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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50호 (p29~31)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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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52호

2022.08.12

‘폴란드 대박’에 비상하는 K-방산株, 향후 전망도 장밋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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