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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비중 급증, 재등장한 ‘전세 소멸론’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11년 만에 월세가 전세 추월했으나 전세 장점 여전히 유효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월세 비중 급증, 재등장한 ‘전세 소멸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전세는 이제 사라지고, 월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요즘 부동산을 주로 다루는 유튜버나 블로거가 올린 콘텐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전세 소멸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전월세 거래는 총 40만403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월세가 59.5%(거래 건수 24만321건)로 전세 40.5%(16만3715건)를 크게 앞질렀다. 한 달 전인 4월(50.4%)보다 9.1%p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전세를 뛰어넘은 것은 국토부가 월세 거래량을 처음 조사한 2011년 이래 올해 4월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 기록을 5월에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또 1~5월 누적 기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도 월세 비중이 51.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1.9%)보다 10%p 증가한 것으로 이것 역시 사상 최초다.

임대차 3법이 도화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비율이 늘면서 등장한 전세 소멸론은 이전에도 있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직후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임대시장에 눌러앉은 게 발단이었다.



집이 팔리지 않자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이자 부담과 시세차익 손실을 세입자에 떠넘기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특히 2013년 이후 예금금리가 연 3%를 밑돌자 6~8%에 달하는 월세전환율(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비율)을 노린 월세 물량이 크게 늘었다.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큰 이득이 되지 않으니 집주인들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한 뒤 월세를 받아 수익을 얻는 방식이 인기를 끈 것이다. 이후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들어섰고, 머지않아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세 소멸론이 쏟아졌다.

그런데 최근 대두된 전세 소멸론의 출발점은 금융위기 때와 양상이 많이 다르다. 우선 집값 급등으로 전세금이 꾸준히 오른 상태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대출 죄기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으로 보유세 부담이 한꺼번에 늘어난 집주인들이 전월세를 올려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한몫했다.

특히 2020년 8월 도입된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은 최근 활발한 월세 전환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기존 주택에서 4년 거주를 채우는 임차인이 늘어나 전세 매물이 줄어든 데다, 집주인들이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상승분만큼을 월세로 받으려는 움직임이 급증한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임대차 3법 도입 후, 서울 전세비중 6.5%p 감소’에서 이런 양상이 잘 드러난다. 이 보고서는 서울지역에서 임대차 3법 도입 전 20개월(2018년 12월~2020년 7월)과 이후 20개월(2020년 8월~2022년 3월)의 거래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를 보면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20개월 동안 그 전 20개월보다 거래량은 8.1% 증가했다. 계약 형태별로는 전세가 3.0% 줄었고 준전세(50.7%), 준월세(18.2%), 월세(27.0%)는 모두 늘었다. 특히 아파트만 보면 전세가 6.1% 줄어든 반면 준전세(69.3%), 준월세(26.0%), 월세(32.9%)는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 임대차계약에서 비중도 전세는 62.8%에서 56.3%로 6.5%p 감소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준전세(3.5%p), 준월세(2.2%p), 월세(0.7%p)가 채웠다.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앞으로 몇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방침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출금 부담을 세입자의 월세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때 다락같이 오른 집값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집값 상승폭을 감안해 무조건 전세금을 올리기에는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부담이다. 결국 전세보증금에 맞게 수억 원을 한꺼번에 조달하기보다 수십만~100만 원대 수준의 월세를 선호할 개연성이 크다.

전세제도 사라질 가능성 낮아

하지만 시중 예상대로 전세제도가 소멸할 확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면 전월세전환율(기준금리+2%)도 결국 상승하게 되고 그만큼 월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전세 물량이 다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의 여러 장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 창구로서 매력이다. 수도권 등 주요 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0% 이하로 제한돼 있어 금융시장에서 주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다. 그 빈틈을 전세가 메울 수 있다.

임대료 체납 리스크도 없다. 집주인에게 세입자의 임대료 체납은 큰 사업 리스크다. 체납했다고 세입자를 마음대로 쫓아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세는 매달 임대료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세가 월세보다 저렴하다.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3~4%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한창 때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전월세전환율은 전국 평균이 5%대 중반이고, 지역에 따라 10%에 육박한다.

전세의 경우 보증금을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월세는 세입자 입장에서 매달 내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해도 집주인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비용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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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47호 (p26~27)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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