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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BTS

그래미도 인정한 방탄소년단 상업적 파워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



3월 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Dynamite’ 단독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 [뉴스1]

3월 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Dynamite’ 단독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 [뉴스1]

영대 현모 님 수고하셨어요! 그래미 어워드 중계하시느라. 

현모 에고, 새벽 사전행사에서 방탄소년단(BTS)이 화상으로 수상 소감을 할까 봐 잠을 한숨도 못 자서. ㅠㅠ 

영대 저는 그래미를 미국에서 현지 방송으로만 보다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중계를 봤는데, 워낙 프로페셔널해 전혀 졸린 느낌이 없던데요. 

현모 남편은 후반부에 너무 피곤해 보였다던데. ㅜㅜ 



영대 출연하는 가수나 배경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오시고. 아무리 전문 통역사라도 그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는 건 어려울 거 같아요. 

현모 아니에요. 제가 좋아해서 그래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라인업에 오른 그 모~~~든 가수를 다 좋아하거든요. ㅋ 

영대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현모 음악도 좋고, 특히 인물에 대해 공부하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영대 어떤 부분이요? 

현모 음, 예컨대 이번에 신인상(Best New Artist) 부문의 경우 수상자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이 유력했지만, 혹시 몰라 나머지 후보도 다 조사했거든요. 그중 디 스모크(D Smoke)라는 래퍼는 우리나라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같은 넷플릭스 오디션 프로그램 ‘리듬 앤드 플로(Rhythm & Flow)’에서 우승해 유명해졌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 한 고등학교 스페인어 선생님이었어요! 

영대 ㅎㅎㅎㅎ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현모 솔직히 너무 재밌잖아요. ㅠㅠ

영대 얼마나 재밌으면 울기까지….

현모 그래서 디 스모크의 영상을 보면 영어로 “우리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이 잘돼서 넘 기뻐요!!” 이런 댓글이 종종 보여요.

영대 훈훈하네요. 인간적이고.

현모 또 영어와 스페인어 둘 다 완벽한 발음으로 랩을 하는 바이링구얼 래퍼여서 노래에 항상 스페인어 랩을 넣는데, 그 때문에 이분한테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는 댓글도 많아요. ㅎㅎㅎ

영대 현모 님, 어렸을 때 혹시 팝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 ㅎ

현모 그리고 중간에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랑 합동으로 추모 공연을 한 브리트니 하워드(Brittany Howard)라는 가수 있잖아요. 이분은 올해도 5개 부문에나 후보로 올랐어요. 원래 앨라배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나 선더비치(Thunderbitch) 같은 밴드의 멤버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솔로로 전향한 케이스거든요. 그런데 밴드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전까지 한동안 우체국 근무를 병행했어요! 저는 이런 인생 스토리가 넘 재미나서 꼭 찾아봐요. 

영대 근데 확실히 ‘알고’ 말한다는 티가 나요. 

현모 이분이 얘기하는 거 보면 정말로 딱 우체국에서 맞아줄 것 같은 푸근한 인상이랍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영대 전에 ‘로다운30’의 기타리스트 윤병주 씨가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힘들어 음악을 할 수 없다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진짜로 좋아하면 음악은 그냥 하면 되는 거라고, 생업을 위해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하면 된다고. 

현모 이런 시상식 준비가 즐거운 이유는 거기 모인 아티스트들이 스타이기 전 ‘팬’이라는 사실 때문인 것 같아요. 스스로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 팬으로서 벌이는 큰 축제잖아요. 

영대 무슨 일을 하든 늘 음악이 마음속에 있는 사람들이 결국 잘되는 게 무척 좋죠. 

현모 그래서 이들은 본인의 업적을 인정받고 상을 받으려고 오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동료 아티스트들이나 어릴 적부터 동경해오던 선배들의 공연을 보러 온다는 기대감도 큰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방탄소년단도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음악인들에게 자신의 단독 무대를 선보였다는 거 자체가 영원히 변치 않을 ‘Grammy alumni(동문)’에 들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어요. 

영대 저는 그런 이유로 BTS가 수상에 ‘실패’했다고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그래미라는 축제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죠. 물론 그래미도 비판받을 것은 비판받고 바뀌어야 할 것도 있지만, 어쨌든 그 권위 안에서 인정받은 거니까요. 

현모 ‘실패’가 포인트라면 지금까지 62년간 매년 실패했다는 기사가 나왔어야죠. ㅋㅋㅋ 

영대 아, 내 말이요! 제가 장담하는데, 먼 훗날 “우리에게도 BTS가 있었다”는 말을 하는 날이 올 거예요. 

현모 그래미의 공정성과 권위를 따지는 데 몰두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보기에 그래미는 BTS에게 그냥 거쳐 가는 길이에요. 관문이고요. 수많은 이력 중 하나죠. 

영대 저도 공감해요. 

현모 그래미에서 아무리 상을 탔어도 훗날 “그게 무슨 소용이었나”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수상을 못 했어도 지나고 보니 “그게 뭐가 문제였나”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어요. 

영대 그래미에 목을 매자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정도 급이 되는 아티스트라는 여러 증거 중 하나라는 거.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방점을 찍어야 해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현모 그렇죠. 이제 그 보수적인 그래미도 빗장을 열 수밖에 없는, 게다가 전체 라인업의 가장 마지막 즈음에 일부러 배치해 시청자를 붙들어 매야 할 정도로 그래미도 그 파워를 익히 알고 있는 아티스트가 된 것만은 분명하죠. 

영대 역으로 말하면 그 안에서도 그만큼 상업적 파워가 있는 아티스트는 드물다는 거니까. 

현모 그래미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성과가 그렇지만,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반드시 따내야 하는 일생일대의 목표로 생각할 게 아니라, 좋아서 꾸준히 하다 보니 덤으로 따라온 보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겠죠. 

영대 자연스럽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로 넘어가겠는데요? 

(계속)





주간동아 1282호 (p54~55)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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