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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도 돈 벌었으니 이익 나눠라?”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에 은행권 난색 …“포퓰리즘 청구서, 대선까지 이어질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코로나19 사태에도 돈 벌었으니 이익 나눠라?”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두고 ‘시중은행 팔 비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두고 ‘시중은행 팔 비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로 하여금 연간 1000억 원대 출연금을 내게 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금융권에서 “이익공유제 신호탄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3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르면 3월 중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전망이다. 

개정안의 요지는 서민금융진흥원이 관리하는 금융자산 범위를 확대해 출연금 모금을 상시화한다는 것이다. 출연금을 내는 회사 범위를 기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에서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금융회사는 가계대출 잔액의 최대 0.03%까지 출연금을 내야 한다. 2019년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은행권 1040억 원, 여신전문금융회사 189억 원, 보험사 168억 원 등 금융권 전체 출연금 규모는 연간 약 2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여기에 복권기금 등 정부 출연금을 더해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기금 재원을 5000억 원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향후 이 돈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금으로 사용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현재 정부와 금융회사의 출연금·기부금·휴면예금 운용수익금을 재원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햇살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을 공급한다. 하지만 협약에 따라 지난해 한시 출연 기간이 종료돼 올해부터 햇살론 같은 서민 신용보증상품을 공급하려면 신규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법적 근거로 추진되는 것이 바로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이다.


“경기 부양 수단으로 은행 압박”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과 보험사도 서민금융재원 출연금을 내고, 서민금융 관련 상품을 취급하게 된다. 은행이 서민금융상품을 개발해 제시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위험 평가와 분담 비율, 시장성 여부 등을 심사해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점을 들어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금융사의 돈을 일방적으로 걷는 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가 각자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생각은 다르다.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자금을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반강제적으로 조달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나아가 이번 개정안으로 ‘금융권 이익공유제’가 본격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여권이 이익공유제 추진을 위해 금융권을 압박하는 와중에 법 개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앞서 3월 19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금융권은 큰 이익을 보고 있다”며 “꼬박꼬박 받고 있는 이자를 중단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이낙연 당시 대표가 4대 시중은행 부행장과 만나 “예대금리차 완화에 마음을 써줬으면 한다”며 은행을 정조준한 데 이어 또다시 은행권을 압박한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익공유제가 아니라 이익몰수제”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이익을 많이 냈다고 혼나는 기분”이라며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지도 않는 은행과 보험사가 관련 재원을 부담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재원으로 보증부 대출을 취급할 수 있으니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서민금융 본질상 저신용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은행에 오히려 큰 부담이 된다”며 “보증서를 통한 대위변제 시 원금만 가능하고, 여러 면책 규정이 있어 은행이 원금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항변했다.


“코로나19 대비해 배당 줄이라더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문제 삼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비해 금융권 배당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이때도 금융권은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배당 성향을 높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반발도 거셌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감독원에 의한 금융주들의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배당을 축소하면서까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리스크에 대비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수익이 난 만큼 이익을 나누라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금융권을 향한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중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해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등 정치권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 자금을 요구하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며 “대선 전까지 복지 정책 추진을 위한 ‘포퓰리즘 청구서’가 계속 날아올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은행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할수록 은행의 안전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정부는 은행이 충당금 적립 수준을 높이고, 한계 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활성화해 더 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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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82호 (p24~25)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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