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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통합당과 ‘아스팔트 우익’의 결별, 첫 과제는 대중소통 채널” [진중권의 직설 13]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통합당과 ‘아스팔트 우익’의 결별, 첫 과제는 대중소통 채널” [진중권의 직설 13]

  • ‘주간동아’는 진보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한국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담긴 기고문을 매주 화요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다. <편집자 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미래통합당에서 아스팔트 우익들과 결별을 시작했다. 계기가 된 것은 8·15 광화문 집회였다. 집회 며칠 전 통합당을 향해 집회를 적극적으로 만류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원희룡 지사가 만류에 나섰지만, 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참여는 없으나 당원들의 개인적 참여는 막지 않겠다’며 사태를 방관했다. 결국 민경욱·차명진·김문수·김진태 등 전직 의원들이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현역 홍문표 의원과 유정복 전 인천시장도 집회에 얼굴을 내비쳤다. 거기서 대형 클러스터가 발생하자 민주당에서는 때를 놓칠세라 일제히 통합당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댔다.

보수와 아스팔트 우익

8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 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뉴시스]

8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 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뉴시스]

이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개신교 내에서도 논란이 있을 정도로 정통 교단과 차이가 있다. 언젠가 우연히 그 교회 신도들이 식당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내용과 방식이 평범한 기독교인들의 식사 기도와는 전혀 달랐다. 교단 내에서 논란이 있는 교회일수록 신도를 사회와 단절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반복적 세뇌를 통해 교회 안에 세상과 유리된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면, 망상으로 빚은 그 세계 안에서 교주는 신의 행세를 하게 된다. 전광훈 목사는 심지어 신보다 높은 지위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 

신도들로부터 맹목적 충성을 끌어내려면 그들을 늘 종교적 흥분상태로 몰아넣어야 한다. 그래서 논란이 큰 종교일수록 신도들의 삶 전체를 아예 교단의 모임으로 채우려 들기 마련이다. 거기서 자연스레 밀집·밀폐·밀접의 조건, 즉 바이러스 확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천지 교단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최대 클러스터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신천지보다 규모만 작을 뿐 사실 신도 수 대비 확진률은 외려 신천지보다 높다. 이런 이들이 대거 몰려나왔으니, 그 집회가 바이러스 확산의 전국적 중심이 되는 것은 확정된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그저 종교집단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들의 종교적 믿음은 정치적 광신으로 이어진다. 전광훈 목사는 늘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의 지령에 따라 적화통일을 획책하고 있다’고 설교해 왔다. 목사의 망상에 세뇌된 신도들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연방제 적화통일을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느끼고, 나라를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광화문에 모인 것이다. 그들이 검사를 거부하고 격리 중 도주하는 것 역시 검사와 격리를 정치적 탄압으로 오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반사회적 행태가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데에 있다. 



보수든 진보든 국민을 위하는 방식의 이름이어야 한다.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동료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게 보수인가? 보수정당이라면 ‘윤리적’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 민폐가 보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을 막아야지 앉아서 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었다. 이 방관은 ‘정치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했다. 집회로 감염폭발이 일어날 경우 그 책임은 보수가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를 예상해 미리 차단했어야 한다. 결국 확산의 주요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죄를 보수가 뒤집어쓰게 됐다. 괜한 짓으로 정권에게 빠져나갈 빌미만 준 것이다.

깨끗한 결별이 필요하다

사건이 터진 후에야 겨우 주호영 원내대표가 뒤늦게 “공동선에 반하는 무모한 일을 용서할 수 없다”며 이들과 선을 긋고 나섰다. 그러자 반발이 터져 나왔다. 차명진 전 의원은 “이게 당이냐”며 “동지는 쫓아내고 근본 없는 양아치한테 안방 내주더니”라고 한탄을 뿜어냈다. 복당을 원하는 홍준표 의원은 “그 사람들은 온몸으로 문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일 뿐”이라며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 사람들을 극우세력으로 몰고 가면서 국민과 야당으로부터 고립시키려고 하는 정치적 음모는 참으로 놀랍다.” 이는 과거와 결별하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통합당은 일단 차명진·민경욱·김문수·김진태 등 아스팔트 극우와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주 원내대표의 말대로 이들에게는 ‘공동선’의 개념이 없다. 그런 이들에게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 홍준표 의원의 복당은 통합당에 큰 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옹호하는 것이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것을 당대표까지 지낸 그가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것이고, 정치적 감각의 결여는 정치인의 죄악이다. 그걸 다 알면서도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에서 쫓겨난 그에게 지금 비빌 데라곤 거기밖에 없지 않은가. 

결별을 위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제시한 기준은 참조할 만하다. 그는 보수 쇄신의 기준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1) “탄핵이 사기라며 과거의 늪에 빠져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는 분들”, (2)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난하고 북한 개입까지 주장하며 역사적 의미를 폄훼하는 분들”, (3)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버와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믿고 따르는 분들.” 그의 말대로 “중도층의 비호감만 양산하는 극단적인 분들은 결코 건전한 중도·보수 야당의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보는 오래전에 분화를 끝냈다. 보수도 이제 창조적인 분화가 필요하다. 

통합당의 전환에 대한 반발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통합당이 ‘민주당의 2중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자, 사랑제일교회측은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는 바로 미래통합당”이라고 비난했다. 우리공화당도 미래통합당이 “위장보수를 벗고서 더불어민주당 2중대, 호남세력에게만 구애하는 친호남당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하나는 그 전환이 통합당의 외연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차명진 전 의원은 “중도층은 미통당(미래통합당) 안 가고 안철수한테 갈 거다. 안철수가 빠르게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의 혁신과 확장

결별이 어려운 것은 상층이 아니라 기층이리라. 현재 보수의 핵심 지지층은 유튜버에 장악되어 있다. 얼마 전 김무성 전 의원이 보수 유튜버와 전쟁을 선포했다. 그의 말대로 보수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과장되어 있다.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가 엄청나게 큰 줄 알았는데 투표해보니까 아니라는 증명이 돼 버렸다.” 문제는 확장성이 없는 이들 “극우 유튜버들이 기고만장해 우파에서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비판해서 다 죽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극단적 논조가 보수의 자기쇄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통합당의 변신 노력을 이들은 보수 정체성의 배반으로 여길 것이다. 

통합당의 진성당원들은 여전히 이들 보수 유튜버의 영향 아래에 있다. 그 결과 당심과 민심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생겨 버렸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그 심연의 깊이를 보여준다. 주 원내대표가 미스터트롯 형식의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하려 하는 것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고육책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당심을 민심에 접근시키기 위한 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면 유튜브에 빼앗긴 지지층을 되찾아 올 필요가 있다. 보수 유튜버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쏠리는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킬 대안이 있어야 한다. 

보수 유튜브에 막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그나마 ‘성제준 TV’, ‘지식의 칼’, ‘윤 TV’ 등 봐줄 만한 것들도 있다. 최근 수준이 확 떨어진 민주당 측 채널들보다는 차라리 이들의 수준이 더 높다. 하지만 이들 채널도 보수층을 겨냥하고 있어 확장성은 떨어진다. 문제는 컨텐츠가 정(正)에 대한 단순한 반(反)에 머문다는 점이다. 중도층에 소구력을 가지려면 비판이 합(合)의 관점에 서야 하나, 거기에 필요한 보수의 비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꽤 날카로운 비판을 하면서도 결국 수구의 입장으로 회귀해 버리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정당의 도움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마련한 새 정강 정책으로 먼저 이들부터 설득을 해야 한다. 이들은 최근 모습을 드러낸 20~30대 보수층의 정서를 대변하기에, 보수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이들에게 보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자발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들과 수평적 협력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안에 관해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당의 중요한 정책이나 결정을 홍보해야 할 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들 매체에 출연해 힘을 실어주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수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합리적 보수가 극우로부터 지지층을 빼앗아, 그들을 보수진영에서 주변화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합리적 보수’의 입장을 견지하는 정치적 소통의 대중적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함은 구체적으로 진영의 게토에서 벗어나 보수의 입장을 중도의 시각에서 개진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 채널은 이념적 경직성을 벗어 버리고 보수만이 아니라 중도는 물론 진보측 인사들까지도 출연할 수 있는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보수는 자신을 혁신하는 동시에 중도와 진보를 향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간동아 1254호 (p12~15)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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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1호

2020.10.23

“쓰레기 산 줄이려면 다회 용기 만들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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