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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처럼 쏟아지는 재난문자, “꼭 필요한 정보만 구체적으로 공개하라” 목소리

코로나 문자 알리는 서울시 구청에 실효성 있는 내용은 적다는 지적 잇따라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스팸’처럼 쏟아지는 재난문자, “꼭 필요한 정보만 구체적으로 공개하라” 목소리

지자체가 수시로 보내는 재난문자가 거리두기 2단계에 도움이 되지 않아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GETTYIMAGES]

지자체가 수시로 보내는 재난문자가 거리두기 2단계에 도움이 되지 않아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GETTYIMAGES]

“도대체 이런 문자를 왜 보내는지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면서 무슨 동선 공개라는지? 이럴 바엔 문자 보내지 마세요!” 

8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한 건물 입주사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하루 동안 기자가 받은 재난 알림 문자는 총 9통.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자 재난문자에 링크된 서대문구청 공식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확진자가 ○○슈퍼와 ○○주유소, ○○편의점에 방문했다’고 나와 있었다. 업체 이름은 알리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 19 발생 초기에는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한 개인 정보가 노출되며 확진자들이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문자로 ‘동선을 확인하라’고 지자체가 고지했지만 이를 확인한 시민들이 “정보가 너무 부족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하고 있다. 

14일 서대문구청 블로그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눈에 띄었다. 해당 글에는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모호한 동선 공개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슈퍼가 한두 개도 아닌데 상호를 왜 가리냐’ ‘다 가려놓고 뭘 보라는 거냐’ ‘아니 어디 슈퍼인지를 알아야죠’ ‘상호를 알려주셔야 거기를 지나갔는지 알지요’ ‘요란하게 긴급문자 날려놓고 죄 없는 서대문구 내 유사 업종 피해만 준다’ ‘모든 슈퍼와 편의점을 가지 말라는 거냐’ 같은 댓글이 잔뜩 달렸다.

20일간 받은 재난문자 살펴보니

기자가 받은 코로나 19 관련 재난문자. [스마트폰 캡처]

기자가 받은 코로나 19 관련 재난문자. [스마트폰 캡처]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전국적으로 발송된 재난문자는 총 5278건이다. 여기에는 코로나 19 이외에도 폭우와 산사태, 폭염 관련 재난문자 등이 포함됐다. 코로나 19 관련 문자는 1002건. 기자는 8월 1일~20일까지 20일 간 기자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코로나 19 관련 재난문자에 안내된 각 구청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들어가 확진자 동선 공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먼저 용산구청은 서대문구청과 상황이 비슷했다. ‘이럴 거면 동선 공개라 하지 말고 동선 비공개라고 보내세요’ ‘정확한 동선 공개해주세요’ ‘이런 문자는 왜 보내시는 거죠’와 같은 비난 댓글이 많았다. 

성북구청은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곳이라 확진자 알림이 많았는데, ‘부동산 방문(장위동), 접촉자 검사 및 자가격리 조치’, ‘마트 방문(장위동), 접촉자 없음’ 등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구처럼 상호 알려주세요’ ‘동선 공개 되게 무성의하게 올리셔서 실망이 크네요’ ‘PC방하고 마트 이름 좀 제대로 알려주세요’ ‘장위동에 마트, 카페, 피시방이 한두 개인가요. 의미 없는 동선 공개 같아요’ 같은 댓글이 100여 개 달려 있었다. 

이에 비해 종로구청의 공개 수준은 한 단계 앞서 있었다. ‘접촉자 없어서 공개하지 않음(동숭동)’과 같은 장소를 제외하면 음식점, 편의점, 카페, 공공시설, 협회 등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의 이름과 주소, 노출 일시 등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찾아와서 ‘종로구민이 부럽다’ ‘XX구는 종로구 보고 배워라’와 같은 글을 남겼다. 

중랑구청도 종로구청과 비슷했다. 기자가 받은 문자에는 블로그 주소 안내가 없었으나, 공식 블로그에 들어가니 확진자가 탄 버스와 지하철, 이동한 정거장 명과 시간대 등을 비교적 상세히 안내하고 있어 ‘이렇게 알려주시니 안심된다’ ‘열심히 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은 반응이 많았다. 

성동구청은 구청 블로그 외에 구청장 공식 블로그에서도 구청장이 확진자 발생 현황을 안내하고 구민의 질문에 답글을 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마포구청과 은평구청, 양천구청, 관악구청은 ‘확진자의 동선 정보와 관련해 추측성 댓글과 비난성 댓글이 있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댓글 기능을 막아둔 상태였다. 영등포구청과 강남구청과 도봉구청, 송파구청은 확진자 정보를 자체 홈페이지에서만 공개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없었다.

재난문자에 대한 피로도 쌓여

재난문자 특유의 알람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  [GETTYIMAGES]

재난문자 특유의 알람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 [GETTYIMAGES]

행정안전부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재난문자는 CBS(Cell Broadcasting Service) 시스템으로 국내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발송된다. 기지국의 전파를 받는 휴대전화에 문자가 가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경계에 있으면 다른 지자체의 재난문자를 받기도 한다. 

현재 지자체들은 7월 1일자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확진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 지침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공개 기간은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14일이며, 공개 기간이 지나면 정보는 삭제된다. 공개 범위에 성별과 연령, 국적과 거주지, 직장명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에는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전염병이 유행하고 확진자가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재난 알림 문자의 중요도가 크다. 그러나 부실한 정보 공개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확진자 인접 지역에 있지도 않은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문자 폭탄’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구청마다 다른 동선 공개 방식을 두고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장소 이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게 질병 확산을 줄이고 사회적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어 “다수가 도움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확진자가 다녀간 특정 슈퍼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 슈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수의 시민은 불편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1254호 (p16~18)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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