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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과 포탄, 올 가을엔 식량위기 돌파용으로 쏜다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북 미사일과 포탄, 올 가을엔 식량위기 돌파용으로 쏜다 [웨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식량 저장을 통해 재화라는 것이 발생하면서 만들어졌고, 지난 역사를 스쳐간 수많은 왕조의 흥망성쇠에는 거의 대부분 ‘먹는 문제’가 있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왕이 실덕(失德)하고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횡행하면 백성의 삶은 곤궁해졌고, 그 곤궁함에 의한 절박함이 뭉쳐 세(勢)를 만들고 왕조를 바꾸거나 체제를 변화시켰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을!”이라는 말 한마디가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먹는 것이 왕조와 체제를 유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식량 부족으로 사망한 北 주민 최대 300만 명

조선중앙TV가 8월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

조선중앙TV가 8월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

어떤 체제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을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느냐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 선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성공이고, 북한이 택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적 계획경제는 완벽한 실패다. 그리고 북한은 지금 그 실패의 고통을 2500만 명 주민에게 고스란히 짊어지게 하고 있다. 

해방 직후만 해도 적어도 굶어죽는 사람은 없던 북한의 식량 사정을 나락으로 빠뜨린 것은 김일성이었다. 사회 전반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강요한 북한은 농업 분야에서도 주체농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농법을 동원해 전 국토를 초토화했다. 주체농법이란 벼농사를 짓는 논을 제외한 나머지 땅을 개간해 대규모 화학비료를 쏟아붓고 여기에 옥수수를 심어 식량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농법이었다. 

주체농법은 시행 초기에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규모 화학비료를 공급했기 때문에 식량 증산에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지력(地力)을 급속도로 소진하는 이러한 농법은 대규모 화학비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었고, 화학비료 생산에는 막대한 연료와 원자재가 소모되기 때문에 소련 붕괴 이후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이 무너지고부터는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난의 행군은 바로 이렇게 찾아왔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결 상황을 종식하려던 김일성이 갑자기 사망한 후 김정일은 불안정한 체제를 결속하기 위해 선군정치라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폭정(暴政) 체제를 구축했고, 주민들이 굶어죽는 와중에도 모든 국가적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으며 대량의 주민을 아사(餓死)시켰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1994년부터 2000년 사이 식량 부족으로 사망한 북한 주민은 최소 30만 명, 최대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1995년 북한의 식량 소요량은 599만t이었으나, 식량 생산량은 349만t으로 250만t이 부족했다. 북한은 외부 지원과 구매를 통해 133만t의 식량을 조달했지만, 전체 소요량의 20%인 117만t이 부족했으며 이때부터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민심이 크게 요동치자 김정일 체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식량 증산과 수입을 통해 주민들을 살리기보다 한정된 자원을 군에 투입해 군대의 총칼로 그들을 찍어 누르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한 실정(失政)은 민심을 더욱 동요하게 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97년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권이 5년 이내 내부적 요인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년 만의 역대 최악 식량 위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월19일 김덕훈 신임 내각총리가 황해북도 수해 복구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월19일 김덕훈 신임 내각총리가 황해북도 수해 복구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그러나 북한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게다가 핵과 미사일을 손에 넣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 인권전문가이자 한반도 안보 전문가로 활동 중인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재단 회장은 북한의 기적적인 회생과 핵무장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에 걸쳐 이뤄진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 기간에 2조7304억 원어치의 식량과 비료가 직접 지원 형태로 제공됐으며,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불법 송금된 금액까지 고려하면 이때 이뤄진 대북지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기 직전이던 김정일 정권에게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국 정부와 중국의 공식·비공식 지원을 통해 김정일 정권은 고사(枯死) 직전에서 살아났다. 그렇게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을 완성한 뒤 죽었고, 아들 김정은은 그 핵과 미사일로 한국, 미국, 일본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도박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이어졌으며, 그 제재에 더한 천재지변으로 북한은 20년 만에 역대 최악의 식량 위기에 내몰릴 상황에 직면했다. 

잘 알려진 바처럼 북한은 김정은이 최근 산림녹화 사업을 지시하기 전까지 숲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경사가 조금만 완만해도 나무를 모두 밀어버리고 그 땅에 옥수수나 감자를 심었고, 이러한 무분별한 경작 행위는 토지를 더욱 황폐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인재(人災)에 더해 실덕한 지도자에 대한 하늘의 분노도 이어졌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 가뭄으로 4~5월 벼농사 파종기에 심각한 농업용수 부족을 겪었고, 국제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로 비료 공급마저 거의 끊겼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난 북한 벼들은 7월 말부터 알곡이 여물기 시작했지만, 수확을 두 달여 앞둔 8월 초부터 대동강, 예성강, 청천강 등 주요 곡창지대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주요 벼 경작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북한의 벼 경작지를 덮친 것이 범람한 강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산은 대부분 민둥산이고, 이러한 민둥산은 집중호우에 대단히 취약해 산사태가 쉽게 발생한다. 강물과 토사가 뒤섞여 논을 덮으면 침수 피해를 입은 논의 벼 알곡들은 더욱 빠르게 썩는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삭이 형성되는 시기에 수몰 피해를 입을 경우 하루만 잠겨 있어도 20~30%, 하루 이상 침수되면 50%가량의 수확량 피해를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김정은이 직접 수해 현장을 찾아 신속한 복구를 지시하는가 하면, 전국 각지 피해 현장 복구에 군 병력과 주민들을 투입하고 도시지역 주민과 돈주들에게 수해 복구 비용과 물자를 바치라고 다그치고 있다. 올해는 평년 대비 2.5배에 달하는 엄청난 비가 내렸고 그 피해가 대단히 큰 만큼, 신속한 피해 복구만이 올가을 수확량 감소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中 일부 지역도 벼 수확 자체가 불가능

북한의 핵심 경작지가 이미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유엔이 지적한 대로 올가을 북한의 식량 생산량 대폭 감소는 정해진 운명이다. 북한은 이런 수해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년 식량 생산량이 감소해 지난해 기준 159만t의 식량이 부족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역대 최악의 식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외부 수급 여건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이 쌀 80만t을 지원해줘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돈주와 보부상들이 밀무역을 통해 들여오는 식량도 북한의 식량 사정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여름 들어서는 벼농사를 짓는 13개 성(省) 전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홍수도 났다. 남부 곡창지대 주민들은 “1기 농사는 수확 직전에 쓸려갔고, 2기 농사는 이삭이 여물 때 이삭이 물에 잠겼으며, 3기 농사는 논이 물에 잠겨 파종 시기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일부 지역은 수확량 감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보도도 나온다. 

북부지역의 밀과 옥수수 농사도 심각하다. 중국 국가곡물유통정보센터에 따르면 가뭄과 해충의 영향을 크게 받은 랴오닝성 등 동북부지역의 옥수수 재배면적 3분의 2가 피해를 입었고, 이러한 영향으로 2020~2021 회계연도 옥수수 공급은 전년 대비 1200만t 감소해 당초 추정치의 2배를 뛰어넘었다. 

7월 주요 밀 생산지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30% 감소했으며, 특히 가뭄이 심했던 내몽골지역의 밀 생산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다. 전국에 걸친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농업 생산량이 급감하자 식료품 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CNN 비즈니스는 중국의 7개 주요 도매시장의 물가를 조사해 채소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7%, 돼지고기는 100%, 콩과 옥수수 역시 각각 30%와 20%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폭은 당국이 막대한 양의 비축 물자를 풀어 가격 관리에 나선 결과로, 중국 내에서는 국가 비축분이 바닥나면 대규모 식량난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중국 당국은 주민들에게 “중국의 식량 비축은 충분하며, 식량 위기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후춘화 부총리는 전국 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곡물 생산 감소는 곧 숙청이라는 엄포를 놓으며 생산 증대를 독려하고 있다. 당국은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를 때려잡으면서 식량 낭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올가을 식량난에 대비해 세계 각국에서 필사적으로 곡물을 사 모으고 있다. 중국 국가양식비축국이 발표한 8월 12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올여름 밀 누계 수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으며,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올가을 추곡 수매량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6월부터 밀가루 등 곡물의 해외 수입을 품목별로 적게는 90%에서 많게는 197%까지 늘렸지만, 밀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와 쌀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자국 식량 안보를 이유로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올가을 중국의 식량 수급과 물가 관리에 그야말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식량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이러한 사정 때문인지 매년 수십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해온 중국이 올해는 조용하다. 내심 중국의 식량 지원을 기다리던 북한은 식량이 바닥나 3월부터 평양 시민에게조차 배급할 쌀이 없자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을 움직여 4월부터 30만t 규모의 도정 전 조곡(早穀)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30만t으로는 150~200만t 이상으로 추정되는 올해 식량 부족분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엄명으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식량과 비료의 유입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감수하며 국경을 열더라도 이제는 해외에서 식량을 사 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 지원국인 중국은 식량 위기에 봉착했으며,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각국도 곡물 수출 가격을 올리고 수출량에 상한선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올가을 이후 북한의 대규모 식량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식량 위기는 가뜩이나 흉흉해진 민심에 불을 지필 테고, 김정은 독재정권의 종말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의 유일한 희망은 한국이다. 

20년 전 한국은 ‘서울 불바다’라고 위협하며 우리의 목덜미에 총구를 겨누던 북한에 ‘민족’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전례가 있다. 그 결과 한국 목덜미에는 이제 총구(銃口)가 아니라 포구(砲口)가 겨누어져 있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면서 우리 숨통에 겨누어진 포구도 같이 떼어낼 것인가, 아니면 북한 정권에 산소호흡기를 붙여주고 그들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기게 할 것인가를 말이다.





주간동아 1254호 (p36~39)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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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1호

2020.10.23

“쓰레기 산 줄이려면 다회 용기 만들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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