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3

2020.08.21

“상륙용 공격헬기, 사익 끼어들면 해병 목숨 위험해져”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07-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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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가 국가전략기동부대로 불리는 이유는 부대 전체를 원하는 곳 어디로든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방어선에 막혀 진격하지 못하면 바다를 통해 우회 상륙작전을 펴고, 바다가 없는 곳에서는 수송기나 헬기를 통한 공중 강습으로 적진에 들어갈 수 있다. 모든 부대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단으로도 기동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다.

    수송 수단이자 전투장비인 헬기

    국산 ‘수리온’ 기동헬기(왼쪽)와 바닷물 염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방염 처리 등으로 수리온을 개량한 ‘마린온’ 헬기. [뉴스1]

    국산 ‘수리온’ 기동헬기(왼쪽)와 바닷물 염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방염 처리 등으로 수리온을 개량한 ‘마린온’ 헬기. [뉴스1]

    바다를 통한 해안선 상륙을 ‘수평상륙’, 하늘을 통한 공중강습을 ‘수직상륙’이라고 한다. 해병대는 이 두 가지 상륙작전 수단을 모두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임무 특성상 단지 수송 수단에 가까운 장비들은 타군의 장비를 이용한다. 바로 상륙함이다. 해군은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지원하고자 해군 예산의 상당 비율을 투자해 상륙함들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도 빠듯한 임무 소요를 할애해 해병대의 공중 강습을 돕기 위해 수송기들을 지원한다. 

    하지만 헬기는 성격이 다르다. 헬기는 수송 수단을 넘어 전투장비가 되기도 한다. 바로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이 도입한 공중기병 개념 때문이다. 베트남전쟁 공중기병 개념의 정점을 찍은 것이 최초 공격헬기인 AH-1 ‘코브라’다. 코브라 공격헬기는 조종사와 무장사의 좌석을 직렬로 바꿔 앞자리에 앉은 무장사가 모든 방향을 다 관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장사는 앞자리에 홀로 앉아 사각 없이 전 방향을 관측하면서 기습에 대비하고 효율적으로 사격할 수 있게 됐다. 또 좌석을 직렬로 바꾸면서 동체가 가냘프게 변해 적 대공화기에 대한 피탄 확률이 줄어들었다. 이후 AH-64 ‘아파치’ 공격헬기에는 방어력까지 강화해 웬만한 대공포에도 격추되지 않게 했다. 

    지상군 무력 최고봉인 공중기병의 꿈을 이루고 싶은 것은 우리 해병대도 당연지사. 그래서 해병대는 프랑스의 기술 지원을 받아 만든 국산 ‘수리온’ 기동헬기를 바닷물 염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방염 처리 등으로 개량한 ‘마린온’ 헬기 2개 대대를 창설했다. 그 후 공중기병의 화룡점정으로 공격헬기 대대를 하나 만들어 ‘해병항공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가 됐다. 10여 년 전부터 해병대는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와 AH-1Z ‘바이퍼’ 공격헬기 등 2개 파로 나뉘어 경쟁했다. 



    아파치는 영국처럼 해상에서 쓸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 육군이 아파치를 대량 도입할 것이라 후속 군수 지원과 교육 부분에 강점이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아파치는 ‘롱보우 레이더’로 상징되는 탁월한 탐지능력과 강력한 맷집이 가장 돋보이는 경쟁력이다. 

    반면 바이퍼파는 좀 더 해병대 순혈주의에 가까운 사람들로, 육군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해병대도 똑같아, 그들은 굳이 아파치를 거부하고 바이퍼 공격헬기를 쓰고 있다. 따라서 해병대 공격헬기의 상징은 바이퍼이며, 바이퍼를 쓸 경우 합동작전을 하는 미 해병대로부터 전술교육이나 작전 중 군수 지원도 용이하다는 논리다. 이렇게 해병대가 10년을 소주잔 기울이며 논쟁한 해병대 공격헬기가 드디어 그 도입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무장헬기라는 ‘국뽕’ 마케팅

    해병대는 10여 년 전부터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왼쪽)와 AH-1Z ‘바이퍼’ 공격헬기 등 2개 파로 나뉘어 경쟁했다. [육군 제공, 미국해군 제공]

    해병대는 10여 년 전부터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왼쪽)와 AH-1Z ‘바이퍼’ 공격헬기 등 2개 파로 나뉘어 경쟁했다. [육군 제공, 미국해군 제공]

    그런데 난데없이 아파치와 바이퍼는 사라지고 엉뚱한 헬기가 들어와 판을 평정할 기세다. 그것도 공격헬기가 아닌, ‘무장헬기’라는 이름을 달고 들어와 박힌 돌들을 사정없이 뽑아내려 한다. 바로 ‘마린온 무장헬기’다. 국산품 애용이라는 ‘국뽕’ 마케팅을 앞세우고 들이미니, 여기에 넘어가는 일반인이 많다. 국뽕은 약도 없다지 않은가.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정치적 이유가 이면에 깔려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무장헬기는 말 그대로 공격헬기가 아니다. 그냥 헬기에 무장을 장착했을 뿐이다. 비즈니스제트기에 미사일을 장착한다고 전투기가 될까. 여객기에 폭탄을 싣고 다니면 폭격기가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B-747 점보여객기는 세계 최강 폭격기가 될 수 있다. 쏘나타 승용차를 아무리 튜닝한다 해도 F1 레이스에는 나갈 수 없다. 애초에 태생이 다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는 일반 기동헬기에 무장헬기라는 이름을 갖다 붙여 해병대용으로 낙찰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린온 무장형은 일반 기동헬기와 똑같은 구조라 조종사가 왼쪽, 무장사가 오른쪽에 탑승한다. 사각지대가 많아 무장사는 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제때 공격이 불가능하고, 조종사 역시 사각이 많아 적의 기습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없다. 

    병력을 많이 태우도록 설계돼 바닥 면적이 넓어 적의 대공화기에 피탄 될 확률이 높다. 덩치 큰 캐빈으로 무거워진 동체는 기동력을 떨어뜨린다. 레이더나 무장을 정식 공격헬기처럼 장착하지 못해 네트워크 전투는 물론, 장거리 정밀타격도 불가능하다. 가격은 AH-1Z 바이퍼보다 비싼 것이 거의 확정적이고, AH-64E 아파치 가디언과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해병대 고위 장성들이 마린온을 좋아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10년을 넘게 오직 아파치와 바이퍼만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아파치와 바이퍼를 밀어내고 공격헬기도 아닌 마린온 무장형이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을 맡게 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마린온을 생산하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사장이 해병대사령관은 물론, 국방부 장관보다 더 센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언더도그의 반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9년까지 KAI 사장이었다. 그의 후임은 현 정부 초대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 내정됐다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시대 KAI 사장은 한마디로 청와대 수석급인 것이다. 

    각 군에서 무기 소요를 제기하면 그것을 취합해 결정하는 합동참모본부(합참) 보직이 바로 합참 전력기획참모부장(전력부장)이다. 현재 전력부장인 A소장은 전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출신이다. 통상 육군항공병과는 2년 임기제로 소장에 진급해 항공병과장 겸 항공작전사령관을 맡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2년만 소장 임무를 수행하고 전역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A소장은 정상적으로 진급해 항공작전사령관 이후 3군 통틀어 가장 핵심 노른자 보직인 합참 전력기획참모부장이 됐다. 센세이션이었다. 언더도그의 반란이었다. 

    이 자리는 육·해·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 합참 작전부장, 국방부 정책국장 등과 함께 3군 통틀어 수많은 소장 보직에서 가장 좋은 보직 중 하나다. 이런 엄청난 보직을 힘없는 마이너 병과인 육군항공병과가 차지했으니 놀랄 일이었다. 참고로 전임 합참 전력기획참모부장은 그 자리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수방사령관이 됐으니, 그 보직이 얼마나 선망의 자리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슈퍼 파워들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있었다는 설이 업계에 은밀히 떠돌고 있다. 바로 KAI의 매출을 올려주고 KAI 사장의 실적을 쌓아주기 위해 KAI에서 만드는 마린온 무장형를 해병대 공격헬기에 선정되게 하려는 사전포석이었다는 의혹이다. 장성의 진급과 인사를 모두 청와대에서 재가하니 이 정도는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수 있다. 

    그러나 A소장 역시 아주 훌륭한 군인이고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강한 훈련으로 육군헬기 조종사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한 사령관으로 알려져 있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각의 의심처럼 KAI 사장의 실적을 위해 이런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길 희망한다.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은 국가전략기동부대인 우리 해병대가 적 해안에 상륙했을 때 가장 먼저 돌격해 적 해안에서 포탄을 퍼붓고 있는 적들을 쓸어버려야 한다. 또 적 방어선 후방에 공중강습해 적의 증원부대를 차단할 우리 해병 강습부대들이 모두 착지할 때까지 하늘에서 엄호하고, 적 탱크와 대공무기들이 몰려와도 하늘 위에서 오연히 적을 바라보며 적 화력부대를 제거해야 한다.

    국가 안보에 개인 이익 개입돼선 안 돼

    방어력, 공격력, 기동력, 탐지력, 네트워크 능력 등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순간 바다와 적진 후방에서 생사의 전투를 하는 우리 해병대원들이 몰살당할 수 있는 무기가 바로 해병대 공격헬기다. 그런 해병대 공격헬기가 슈퍼파워 사장의 실적을 위해 변경될 수 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수많은 해병대 장병과 해병전우회의 해병항공단 창설 염원을 완전히 휴지통에 던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해병대 공격헬기는 가혹한 상황에서 전투해야 하는 해병대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장 강력한 공격헬기가 선정돼야 한다. 국가 안보에 개인 이익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신중히 고민하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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