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2

2020.06.05

송가인 출연료 3500만 원, 관급 행사에는 쑥 내려가는 이유

스타 몸값 미스터리…장소, 행사 주체 등 조건 따라 가격 변동

  • 오미정 대중문화칼럼니스트

    입력2020-06-02 1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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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이후 행사비가 크게 뛴 트로트 가수 송가인. [뉴스1]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이후 행사비가 크게 뛴 트로트 가수 송가인. [뉴스1]

    연예계에서 출연료는 정말 예민한 문제다. 연예인 스스로 출연료를 공유하지 않는 데다, 행사 혹은 작품의 성격, 함께하는 스태프 등 수많은 조건이 출연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누구는 얼마’ 같은 정확한 공식이 성립하기 어렵다. 

    가수의 경우 명분이 충분하고 무대 질이 뛰어나면 출연료를 적게 받기도 한다. 하지만 명분이 없는 행사라면 높은 가격이라도 사양한다. 가수들이 선호하는 무대인 MAMA(Mnet Asian Music Awards)는 케이팝(K-pop) 가수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가수들은 MAMA 무대의 높은 질과 해외 방송 송출 등에 매력을 느껴 출연한다. 출연료는 없지만 해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이동과 숙박 등의 의전 비용은 주최 측이 책임진다.

    국내 최고 수준의 행사비

    방송인 김제동은 1시간 반가량 강연 형식의 스탠딩쇼를 하고 15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제공]

    방송인 김제동은 1시간 반가량 강연 형식의 스탠딩쇼를 하고 15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제공]

    ‘스타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 또한 행사의 매력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같은 주최 측의 방침에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스타에게는 수준 높은 무대나 해외 방송 송출이 더는 큰 매력이 아니다. 자본력 있는 케이팝 스타는 스스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 수 있고, 유튜브 등 플랫폼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해외 팬들과 호흡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면 출연료에 대한 인식도 변한다. 

    인기가 높다 못해 이른바 ‘레전드’로 불리는 가수에게는 자신이 참석하는 콘텐츠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명분이다. 이승철은 2018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무대에 세션비 정도만 받고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승철은 5개의 악기 구성에 그랜드 피아노까지 무대에 올리는 등 세션에 큰 공을 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출연료가 매우 적었다. 행사가 지방이면 악기 렌털에 50만 원가량 추가금이 붙기 때문에 그 정도 세션을 동원했으면 오히려 이승철이 돈을 더 썼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각종 사회 문제에 항상 목소리를 높여온 이승환 역시 의미 있는 행사에 출연할 때면 세션비 정도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가수들은 본인의 인기에 비례하는 비용을 받고 행사 무대에 오른다. 행사비는 몇십만 원부터 몇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통상 국내 행사료는 4000만 원 이하로 책정된다. ‘미스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이 그전에는 50만 원 수준의 행사비를 받다 프로그램 출연 후 3500만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3500만 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행사비다. 하지만 행사비로 3500만 원을 책정한 가수는 송가인만이 아니다. 일부 인기 아이돌그룹도 3500만 원을 행사비로 책정하고 있다. 물론 행사 장소 및 주체 등의 조건에 따라 행사비는 변동된다. 행사 주체가 정부 관련 단체라면 가격이 내려간다. 출연료 지급이 안정적이고 명분도 분명한 행사라는 점 때문이다. 장소의 경우 지방으로 갈수록 행사비가 오른다. 행사를 위해 소요해야 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수의 행사비는 시장이 정한다. 출연료가 비싸면 당연히 부르지 않는다. 더 싼 다른 가수를 섭외한다. 적정가라고 판단되면 섭외가 이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회자된 김제동의 강연료 1500만 원도 마찬가지다. ‘톱티어’에 속하는 사회자가 2000만 원 수준의 출연료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제동은 사회가 아니라 1시간 반가량 강연 형식의 스탠딩쇼를 한다. 당시 업계에 “무대에서 3곡을 불러 20여 분을 채우는 가수가 2000만~3000만 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김제동의 스탠딩 강연쇼는 시간 대비 효율이 나쁘지 않은 콘텐츠”라면서 “김제동의 출연료 문제가 다른 가수나 사회자의 출연료 문제로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배우의 출연료는 가수보다 가변성이 덜하다. 함께하는 스태프나 방송 플랫폼에 따라 변동되긴 하지만 그 폭이 가수만큼 드라마틱하진 않다.

    배우 출연료는 부익부 빈익빈

    지금은 이런 추세가 많이 적어졌지만 케이블TV방송 초창기에는 배우들이 케이블TV방송 작품에 나올 때 출연료를 더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지상파와 케이블TV방송의 경계가 모호한 데다, 오히려 케이블TV방송의 작품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이런 추세가 완화됐다. 회당 최고 출연료는 1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경우 7억~8억 원 선이 국내에서는 최고 출연료다. 인기 배우 하면 바로 떠오르는 톱배우들이 이 정도를 받는다. 영화는 탄탄하게 상업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좋은 연출가의 작품은 투자받기가 쉽다. 투자비가 해결된 작품은 여러모로 여유롭다. 투자가 줄을 잇는 봉준호 등 최고 연출가의 작품은 배우들에게 적절한 출연료를 지급하고 흥행 전망도 밝다. 여기에 해외 영화제 초청이라는 영예까지 노려볼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상파 방송 출신 한 방송인은 소속사와 계약한 후 “소속사가 생겨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직접 돈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연예인은 자신이 직접 돈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이들은 자본시장에서 인기라는 논리에 따라 극단적으로 차별화된 수익을 창출하는 ‘대중예술인’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자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시장이 커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도 당연하다. ‘연예인이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참고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할리우드 배우 가운데 100억 원 이상 출연료를 받는 이를 찾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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