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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밖의 과학

우주에서 하룻밤

최고의 휴식을 위한 새로운 제안

우주에서 하룻밤

스페이스X의 달나라 여행 구상계획인 ‘디어문 프로젝트’. [사진 제공 · 스페이스 X]

스페이스X의 달나라 여행 구상계획인 ‘디어문 프로젝트’. [사진 제공 · 스페이스 X]

휴가를 갈 계획이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곳으로.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도 나를 찾지 못하고, 연락도 닿지 않는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 마치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들고 뛰어다니던 토끼를 따라 들어간 굴을 통해 원더랜드로 향하듯, 우리는 극도로 힘들고 지친 어느 날 일상으로부터 도피를 꿈꾼다. 끝 모르게 펼쳐진 해안가 백사장, 폐가 잠시 활동을 멈춰도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울창한 산림 등 결국 여행의 핵심은 장소고, 그 선택이 올바른 휴가의 판도를 가른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장소, 최고의 휴양지는 어디일까. 

다양한 조건을 떠올릴 수 있다. 날씨가 시원하거나 따뜻할 것, 특색 있는 먹을거리가 풍부할 것. 최근에는 쇼핑시설로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혹시 철저한 독립성, 타인으로부터 얼마나 방해받지 않는가를 중요시한다면, 확실한 한 가지 상품을 소개하려 한다. 제일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높다는 것은 확실하다. 바로 우리 머리 위 상공 400km 가까이에서 하루 16바퀴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드디어 개방되는 국제우주정거장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진 제공 · NASA]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진 제공 · NASA]

이 470t짜리 건축물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어떤 우주선보다 크며, 완성형이 조립될 때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이 위대한 비행체에서 아무나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등 수많은 나라가 얽혀 있어 감 놔라 배 놔라 할 간섭꾼이 많은 곳에서 휴가라니, 평소 같으면 어림없는 소리다. 

그렇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이곳이 대중에게 개방될지도 모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을 민간에 상업적 용도로 개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혔으니 말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보통 6명이 체류하며, 짧게는 3개월 안에 교대한다. 이건 기존 승무원에 대한 이야기고 관광객에게는 최대 30일까지만 방문을 허용한다. 물론 휴가를 3개월 이상 다녀왔다가는 근무지에서 책상이 사라지기 일쑤라 관광객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제주에 가듯이 2박 3일 또는 당일치기 코스로 다녀오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국제우주정거장까지 가려면 유인우주선에 탑승해 지구를 탈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2008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탑승한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만 해도 왕복 티켓이 200억 원이 넘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NASA는 스페이스X와 보잉 같은 민간 기업과 계약을 맺고 유인우주선 운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단체 관광버스’의 왕복 비용은 70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당 1박 숙박비가 4000만 원이 넘는다 해도 교통비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니, 이왕 우주에 도착했다면 기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버티다 귀환하는 것이 비교적 이득이다. 

홈쇼핑 프리미엄 여행상품과 비교하면 비싸 보이긴 하지만, 주최 측 사정에 따르면 그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 운영을 위해 연간 4조 원 이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루에 100억 원꼴이다. 관광객에게 개방해봐야 1년에 두 차례 정도라 유지비를 감당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아무 수익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우선 해보는 것이리라. 

여느 휴양지와 달리 충분한 재력이 있다고 무조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특별한 장점이자 단점이다. 먼저 우주로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신체의 건장함을 보장하는 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우주인이 받는 훈련 역시 동일하게 거쳐야 한다. 그저 목적지에 데려다만 놓는 자유여행보다 훨씬 책임감 있는 처사다. 단, 엄격한 패키지 관광상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야 하며, 돌발행동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길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타지에서 미아와 탈(脫)지구에서 미아가 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우주탐사가 아닌 우주휴가의 시대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우주관광선 ‘뉴 셰퍼드’. [사진 제공 · 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우주관광선 ‘뉴 셰퍼드’. [사진 제공 · 블루오리진]

기억 나지 않는 과거에는 우주탐사라는 말조차 공상과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우주로 가는 휴가가 더는 꿈이 아니다. NASA의 국제우주정거장뿐 아니라, 민간기업들의 다양한 우주휴가 상품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먼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관광 목적의 우주선 ‘뉴 셰퍼드’를 개발하고 있다. 목적지를 정하고 어디 멀리까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선을 수직으로 쏴 탑승객이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기술로 단가를 굉장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버진그룹의 자회사 버진 갤럭틱이 구상중인 우주체험 항공기. [사진 제공 · 버진 갤럭틱]

버진그룹의 자회사 버진 갤럭틱이 구상중인 우주체험 항공기. [사진 제공 · 버진 갤럭틱]

영국 런던에 자리한 버진그룹도 우주관광산업에 뛰어들었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항공과 결합된 새로운 우주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항공기가 먼저 이륙하고, 이후 높은 고도에서 충분한 속도를 보유한 발사체가 항공기에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지상에서 발사하는 것보다 저항을 훨씬 적게 받고, 가속도 면에서도 이득이라 비용이 꽤 절감된다. 


우주호텔 오로라 스테이션.의 가상도. [사진 제공 · 오리온 스팬]

우주호텔 오로라 스테이션.의 가상도. [사진 제공 · 오리온 스팬]

미국 스타트업 오리온 스팬(Orion Span)은 하루에 16번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우주호텔 오로라 스테이션(Aurora Station)을 개장할 예정이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예술가들과 함께 달에 가 영감을 받고 돌아오는 ‘디어문 프로젝트’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우주휴가를 위한 새로운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인류를 위한 공익적 목적성이 기존 우주탐사보다 부족하다면 결국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꼭 하고 싶은 일

지금까지 휴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사실 편히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다른 게 있을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도 즐겁겠지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떠나는 휴가만큼 설레는 일은 없을 테다. 우주에서 연인과 함께 머물며 뇌 속에서 바소프레신과 도파민, 그리고 엔도르핀을 충분히 생성해낸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것이다. 특이한 일을 즐기는 특별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흥분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우주정거장이든, 우주선이든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을 찾기가 쉽다면 말이다. 

상상해보자. 큰마음을 먹고 멋지게 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면 이제 우주에서 파랗게 빛나는 지구를 배경으로 인증용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 차례다. 물론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GB당 6만 원 가까이 비용이 들지만 교통비나 숙박비에 비하면 돈 쓰는 티도 안 난다. 왠지 무료 서비스로 제공될 것 같기도 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한 글자씩 적어보자. 누군가의 명언을 첨부해도 좋다. ‘#국제우주정거장’을 해시태그로 남기는 우주에서 하룻밤은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부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허세니까.


궤도_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주간동아 2019.11.01 1212호 (p58~60)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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