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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대형을 소형으로 개조해 위험” vs “안전사고 원인은 종합적”

“대형을 소형으로 개조해 위험” vs “안전사고 원인은 종합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6월 4일 세종시 한 공사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는 가운데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6월 4일 세종시 한 공사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는 가운데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시스]

“건설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므로 퇴출돼야 한다.”(노동계) 

“안전성, 경제성, 인력의 유연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재계) 

6월 3일 타워크레인 파업을 결의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임금인상과 함께 ‘소형 무인(無人) 타워크레인 퇴출’을 요구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술 발전을 무시한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맞받아치면서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이 이슈로 부각됐다. 이틀 후 양대 노조가 사측과 4.5% 임금인상에 합의하고,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해 타워크레인 안전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파업은 철회됐다. 국토부는 6월 말까지 소형 타워크레인을 포함한 종합적인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6월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적정 임대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왼쪽)과 고공시위를 벌이는 한 노조원. [뉴시스]

6월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적정 임대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왼쪽)과 고공시위를 벌이는 한 노조원. [뉴시스]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은 기술 진보의 산물일까, 아니면 안전을 해치는 새로운 위협일까. 무거운 건축자재를 높이 들어 올리는 타워크레인 중 최대 하중(정격하중)이 3t 미만인 타워크레인이 소형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타워크레인에는 조종석이 없기 때문에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으로 통칭된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타워크레인 밖에서 사람이 리모컨으로 작동시킨다.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무인 자율주행차가 아니라, 운전자가 자동차 밖에서 핸들을 쥐고 운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모’는 일반 타워크레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브(Jib)’라고 하는 팔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을 뿐이다.


건설사 직원이 20시간 교육받고 ‘소형 조종’

“대형을 소형으로 개조해 위험” vs “안전사고 원인은 종합적”
국내에 등록된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은 2013년 14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 1300여 대로 급증,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1845대에 달한다(그래프 참조). 타워크레인 전체 대수가 6000여 대인 것을 감안하면 3대 중 1대가 소형일 정도로 최근 몇 년 새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건설현장에서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형에 비해 공사 현장에서 설치 및 해체가 간편하고, ‘강성’ 타워크레인 노조와 마찰도 피할 수 있다. 일반 타워크레인은 국가기술자격인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만 조종할 수 있는 데 반해, 소형의 경우 2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전영호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총괄본부장은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 교육을 이수한 인원이 1만5000명 이상으로 파악되는데, 그중 상당수는 회사로부터 120만 원의 학원비를 지원받은 건설사 현장 직원들”이라며 “건설사는 이런 인력을 활용해 휴일에도 타워크레인을 가동, 공기(工期)를 줄이고 비용을 감축하고자 빌라나 상가건물 건축에 사용되던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들여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의 안전성에 대해 노동계는 “외부 조종을 할 경우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사각지대가 발생해 사고 위험이 높다”, 재계는 “오히려 지상의 공사 현장 주변 상황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어 안전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편다. 이에 대해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무인 방식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고층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보완할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조종석이 타워크레인 상층부에 위치한 유인 방식은 공간 지각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지상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아 지상에 있는 신호수와 호흡이 어긋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량·불법 개조 위험성 커

유인과 무인 중 무엇이 나은지에 대한 공방보다 더 큰 문제는 노후화된 일반 타워크레인을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으로 다운그레이드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후 장비의 연식을 허위로 등록하거나 속칭 ‘명판갈이’를 통해 신형으로 둔갑시키고, 조종석을 떼어낸 뒤 정격하중을 낮추는 안정장치(‘리밋박스’)를 달아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으로 개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경인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국내 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은 4t짜리 대형 거푸집을 들어 올리느라 정격하중 12t급 타워크레인을 주로 사용하는데, 최근 이를 소형으로 개조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 경우 불량·불법으로 개조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한상길 이사장은 “중국에서 일반 타워크레인의 조종석을 떼고 소형으로 바꿔 국내로 들여오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지난 3년간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40건가량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이처럼 불법 개조된 장비에 의한 사고로 본다. 4월 부산 영도구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이 강풍으로 넘어져 건너편 건물 옥상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20년 전 생산된 8t T형 타워크레인을 3t 미만 L형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불법 개조해 사용하다 턴테이블(회전체)이 부러진 사고”라고 주장한다.


일자리 지키려면 ‘노사 상생’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상부에 비닐로 간이 조종석을 만들어놓은 모습과 자재 위에 올라가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작업자, 외부에서 리모컨으로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작업자(왼쪽부터). [사진 제공 · 이용호의원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상부에 비닐로 간이 조종석을 만들어놓은 모습과 자재 위에 올라가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작업자, 외부에서 리모컨으로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작업자(왼쪽부터). [사진 제공 · 이용호의원실]

한편 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 노조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 타워크레인을 제대로 소형으로 개조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면 문제가 없음에도 모든 개조를 불법·불량으로 몰고 있다”며 “많은 안전사고가 장비 결함보다 운영상 미숙함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들어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2건 발생했는데, 고용노동부는 장비 자체의 결함보다 안전수칙 미준수 등 운영 문제 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설 기술이 ‘건설 현장 무인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퇴출 요구는 근시안적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에 고강도 재료가 도입돼 점차 대형 타워크레인을 대체하고 있고, 아예 타워크레인이 필요 없는 건설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강경인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 건설사는 건설장비 무인화, 소형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서로 상생관계로 나아가야 일자리가 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6월 19일 노·사·민·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규격 명확화,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조종 자격 강화 등 구체적인 안전대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사고의 원인은 장비 결함, 운전 미숙, 안전수칙 위반 등 종합적인 만큼 그에 맞는 안전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창식 교수는 “충분한 공사비와 공기 보장, 불필요한 장애물을 없앤 공사 현장, 철저한 안전 교육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안전 문제는 타워크레인만 들여다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9.06.14 1193호 (p30~33)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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