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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이모, 삼촌들이 응원하는 ‘띠예’

10세 소녀의 적극적 소통이 3개월 만에 80만 불러 모았다

랜선 이모, 삼촌들이 응원하는 ‘띠예’

유튜버 띠예의 바다포도 먹방 ASMR 콘텐츠.

유튜버 띠예의 바다포도 먹방 ASMR 콘텐츠.

지난해 11월 2일 ‘바다포도 먹어보기’로 첫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린 ‘띠예’가 80만 구독자를 확보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3개월. 유명 연예인 출신의 크리에이터도 힘든 기록을 열 살 어린이가 10개 남짓의 먹방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로 이뤄냈다.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판까지 달궈지자 신문, 방송들도 띠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신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띠예는 오히려 속상한 경우였다.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할 ‘콘텐츠’는 단순히 ‘귀엽다’는 단어로 치부됐다.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어린 나이’에 ‘큰돈’을 벌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됐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것일까. 일부 누리꾼과 커뮤니티가 콘텐츠 몇 개를 ‘신고’해 ‘삭제’되는 일까지 생겼다. 

띠예의 놀라운 성장을 단순히 전화위복(轉禍爲福)의 노이즈 마케팅 때문이라고 폄하하는 평가도 있다. 영상만 놓고 본다면 일리가 있다. 띠예는 직접 영상을 편집하고, 자막과 댓글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생 초등학생이 만드는 영상이니 경험과 기술을 갖춘 성인이 소속 MCN(Multi Channel Network·크리에이터 기획사)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제작하는 콘텐츠와는 질적·양적 차이가 상당하다.


동년배의 슈퍼스타가 아닌, 랜선 조카

띠예와 동년배인 케이팝 댄스 커버 유튜버 어썸하은(왼쪽)과 ASMR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다나.

띠예와 동년배인 케이팝 댄스 커버 유튜버 어썸하은(왼쪽)과 ASMR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다나.

더구나 ASMR라는 콘텐츠 카테고리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크리에이터 ‘허팝’처럼 눈길을 끄는 대형실험도, 동년배 ‘어썸하은’ 같은 케이팝(K-pop) 인기 커버댄스도 아니다. 단순히 머랭쿠키, 동치미 무, 치킨, 딸기, 떡국 같은 일상적인 음식을 먹는 모습과 소리를 녹음한 영상이다. ASMR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지만, 이를 위해 띠예의 영상을 찾아본다고 하기는 어렵다. 같은 장르에 다양한 유튜버가 포진해 있다. 귀여운 외모가 주된 매력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띠예 수준의 외모를 가진 어린이 크리에이터 역시 적잖다. 귀여운 외모를 내세운 어린이 유튜버의 구독자는 상당수가 동년배인데, 띠예는 상대적으로 어른 구독자가 많은 편이다. 

띠예의 성공 이유를 알려면 먼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뉴미디어와 기성미디어를 구분 짓는 주된 기준점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새로운 미디어 세상에서는 모두(mass)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으로 찾아내거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화돼(customized) 제공받는다. 더 나아가 댓글과 실시간 참여, 후원, ‘좋아요’나 ‘싫어요’ 클릭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띠예의 콘텐츠는 조회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다른 인기 유튜버들에 비해 좋아요나 싫어요, 댓글 등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유독 적극적이다. 물론 댓글이 더 많은 콘텐츠들도 있다. 유튜버가 구독자를 늘리려고 상품 이벤트를 걸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악플들이 달리는 경우 댓글이 훨씬 많이 붙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 ASMR 콘텐츠에 이처럼 많은 댓글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필자가 띠예의 콘텐츠에 달린 댓글들을 분석한 결과 시청자들이 크리에이터에 대한 애정을 적극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위사실 유포 등 악성 댓글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시청자는 크리에이터를 응원하거나 악성 댓글에 반박의 글을 달았다. 연예인 팬클럽처럼 댓글창의 자정을 위해 시청자들이 나선 것. 또 반복적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며 띠예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일부 시청자는 댓글을 통해 시청자 상호간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보다 여럿이 어울리는 ‘커뮤니티’에 가까운 형태다.


띠예를 아끼는 사람들이 채널에 모인다

띠예 또한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활동에 적극적이다. 댓글에 응하고, 이를 반영한 솔직한 공지글을 올리며, 시청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콘텐츠 제작에 반영한다. 조금은 어설픈 크리에이터가 자신(시청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색다른 ‘즐거움’이 띠예의 채널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유튜브 플랫폼이 가진 ‘커뮤니티적 성격’을 감안한다면 띠예의 높은 인기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 콘텐츠를 시청하며 인사말을 남기는 80만 명의 삼촌, 이모가 단순히 시간이 경과했다고 애정이 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중학생으로, 고등학생으로 성장해가는 띠예를 지켜보며 더 큰 애정을 키워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주간동아 2019.02.15 1176호 (p62~63)

  •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 소장 revivre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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