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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고교 진학 대백과 02

“‘자동봉진’ 만들어주고, 심층면접 맞춤 대비”

성행하는 입시컨설팅 산업…‘스펙 사기꾼’ 골라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자동봉진’ 만들어주고, 심층면접 맞춤 대비”

“‘자동봉진’ 만들어주고, 심층면접 맞춤 대비”

고입 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입시컨설팅 산업이 커지고 있다.

“요즘 상위권 외고 지원자는 대부분 ‘AA11’ 아니면 ‘AA12’예요. 당락은 면접에서 갈리는 거고, 거기서 눈에 띄려면 ‘자소서’를 잘 써야 합니다.”

서울지역 외국어고(외고) 입시준비생 딸을 둔 학부모 A씨가 지난달 한 입시컨설턴트에게서 들은 얘기다. A씨는 그에게 딸의 자기소개서(자소서) 지도를 맡겼다. 3번에 걸쳐 자소서를 고쳐주고 면접 대비 연습을 시켜주는 대가로 지불한 비용이 50만 원. A씨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이 끝난 상태라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는 회당 30만~40만 원씩 내고 꾸준히 관리를 받는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이 입시컨설턴트가 말한 ‘AA11’은 외고 입시에 필요한 중학교 영어 내신 등급을 뜻한다. 앞의 두 A는 각각 중2 1학기와 2학기 영어 성적이다. 지난해부터 외고들은 영어점수가 90점 이상이면 A, 80점 이상이면 B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중2 영어 내신을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뒤의 1 두 개는 중3 영어 성적을 의미한다. 이번엔 상대평가로 해당 학기 영어 성적이 상위 4% 이내에 들면 1등급, 11% 이내면 2등급에 해당한다. 이 4가지 성적을 조합한 결과가 외고 입시 1단계 합격을 좌우한다.

다음은 면접이다. 1단계 내신(160점)과 2단계 면접(40점) 중 배점은 전자가 높지만, 변별력은 후자 쪽에 있다. 1단계의 경우 지원자 상당수가 최고점에 육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유명 외고의 내신커트라인은 AA12 수준이다. 내신 AA11과 AA12, AA22 사이 환산점수 차는 각각 1.5점에 불과하다. 면접이 지원자의 당락을 가르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자소서가 큰 의미를 갖는다. 2단계 전형에서 면접관은 지원자의 자소서를 토대로 질문을 던진다. 1500자 분량의 이 글에는 토플, 토익 등 각종 어학인증시험 점수와 교내외 경시대회 입상 실적 등을 쓸 수 없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적어서도 안 된다.

죽여도 죽지 않는 사교육



당초 교육당국이 외고 입시의 영어 내신 반영 방법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자소서 내용까지 제한한 건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교육은 이 단순한 입시 전형 아래서 더욱 번성하고 있다. 한 입시컨설턴트는 “좋은 자소서에는 아이 자신의 경험이 그 자신의 언어로 담겨 있어야 한다. 컨설턴트는 학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왜 외고에 가고 싶다고 마음먹었는지 스스로 알아내게 하고, 그 사연으로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자소서를 거짓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직접 쓸 수 있도록 돕는 게 컨설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의 삶을 입시에 맞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른바 학생부관리컨설팅이다. 김소희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연구원은 “요즘 과학고, 외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명문고들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건 지원자의 자기주도적 학습태도와 지적 호기심이다. 일찍부터 이런 자질을 기르고, 학생부에 기록해두면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자사고 지원자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 들러 환자들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환자들의 고충을 듣고 좋은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기르는 게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학교에 제출하고 학생부에 올리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학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 항목은 다시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으로 나뉘는데 이 4가지 활동의 앞 글자를 딴 ‘자동봉진’은 최근 고교 입시에서 내신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다. 김소희 연구원은 “학생부에는 이 밖에도 독서활동 상황, 자격증 및 인증취득 상황 등을 기록하는 자리가 있다. 입시에 대비해 이 내용들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각각의 항목을 들여다보면 아이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도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고 컨설팅을 받으면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그 내용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봉진’ 만들어주고, 심층면접 맞춤 대비”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을 관리해준다고 제안하는 각종 사교육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스펙 사기’ 유혹은 거부해야

이 때문에 최근 고입컨설팅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애 ‘샤론코칭 앤드 멘토링연구소’ 대표는 “아이가 어릴 때는 학부모 상담만 하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면서 두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입시컨설팅을 시작한 그는 “자녀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오고 싶다는 사람에게 ‘현지 정착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금 사정과 아이 상황 등에 맞춰 적절한 지역을 골라주고, 좋은 학원도 소개해주는 식이다. 아이 실력을 볼 때 대치동에서 내신을 잘 받기 어려워 보이면, 특목고 진학에 유리한 다른 지역 중학교 진학을 권한다”고 소개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 학원들은 자체적으로 입시컨설턴트를 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부 학원은 아예 등록할 때 학생부 사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를 토대로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학부모 B씨는 “처음엔 아이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서류를 학원에 넘긴다는 게 좀 신경 쓰였다. 그런데 컨설턴트가 내용을 보더니 전국단위 자사고 중 정시 이과 진학 실적이 좋은 상산고에 맞춰 입시를 준비해보라고 조언하고, 학교 관련 정보도 주더라. 이래서 사람들이 진학컨설팅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도 민족사관고는 해외대학 진학에 강점이 있고, 하나고는 대입 수시모집 이과에 강세를 보인다. 외대부고는 수시와 정시 실적이 고루 뛰어나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광역단위 자사고 24개교도 대입 실적과 교육환경의 편차가 크다. 신동원 휘문고 진학교감은 이에 대해 “고교 입시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대학 입시의 시작이기 때문에 고려할 점이 많다. 학생의 성적, 성격, 적성, 장래희망 등과 지원 가능 고교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학 진학을 위한 최선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것은 이런 정보가 이미 온·오프라인에 널리 공개돼 있다는 점이다. 김소희 연구원은 “사실 입시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노력과 관심만 있다면 일반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종종 일부에서 ‘스펙을 만들어준다’거나 ‘특정 학교에 반드시 합격시켜준다’고 약속하고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사기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잘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5.11.23 1014호 (p36~37)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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