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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업계 대어, 속절없이 무너지나

내년 초까지 연체 해결하겠다지만, 투자자들 좌불안석

P2P업계 대어, 속절없이 무너지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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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의 높은 수익을 준다는 것보다 1순위 근저당권을 갖고 있다는 회사 측 설명에 끌려 투자했어요. 암호화폐보다 훨씬 안정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P2P(Peer to Peer)업계 1위 업체인 루프펀딩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상품에 투자했지만 최근 연달아 연체 소식을 받고 있는 한 투자자의 말이다. 그에게 매달 입금되던 이자가 3개월 전부터 들어오지 않고 있다. 8월 2일 원금 상환일까지 기다려봤지만 역시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루프펀딩 측에서는 채무자 상대로 채권추심에 나섰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을 뿐, 언제 입금할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급성장한, P2P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루프펀딩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3월 연체는 시작에 불과했다. 충남, 제주, 강원 평창 등 올해 초 팔았던 상품의 상환 시기가 다가오면서 줄연체가 이어지고 것. 다른 투자자는 “이제 루프펀딩에서 문자메시지가 오면 확인을 안 해도 연체 소식이구나 싶다. 오늘(8월 6일)도 연체 문자메시지가 왔다”고 말했다. 

P2P 상품은 기본적으로 채권이다. 적금 등 금융상품과 달리 원금 보호가 되지 않는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겠다며 회생신청 등을 해버리면 채권자의 손해는 막심하다. 따라서 연체가 이어져 부실채권이 다량 발생할 경우 투자자의 피해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믿는 부동산에 발등 찍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루프펀딩을 검색하면 최근 연관 검색어로 ‘루프펀딩 연체’가 보인다. 그만큼 루프펀딩 연체에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강원 평창, 제주, 충남 일부 지역의 부동산 PF 상품이다. 부동산 개발 자금을 빌려주고 그 채권을 파는 상품으로, 건축 후 분양 대금으로 대출금을 갚아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5월부터 제대로 이자가 입금되지 않자 P2P 온라인카페에 피해 사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여론은 기다려보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6~7월에도 연체가 계속 이어졌다. 5월 말 6.90%였던 연체율은 6월 말 16.14%로 치솟았다. 현재 루프펀딩의 30일 이상 90일 미만 단기 연체율은 32.3%, 90일 이상 장기 연체인 부실률은 1.18%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루프펀딩의 몰락을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부동산 관련 P2P 대출 채권을 주로 취급하는 루프펀딩은 개업 1년 만인 2017년 업계 3위로 올라설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말 재건축 붐 덕이 컸다. 재건축에 돈이 몰리니 투자액이 금방 모였고, 투자 수익도 나눌 수 있었다. 2017년 1월에는 누적 투자액이 약 74억 원에 불과했지만 연말에는 1168억 원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의 성과도 좋았다. 당시 루프펀딩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연 16.7%, 부실률은 0%였다. 

개인투자뿐 아니라 법인투자도 활발했다. 올해 1월 루프펀딩이 발간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프로젝트당 법인투자금액은 평균 2967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당 평균 투자 횟수는 13.2회였다. 루프펀딩의 연간보고서를 보고 투자를 시작한 서울 관악구의 김모(27) 씨는 “1년간 높은 수익률을 유지했고 법인투자도 많다고 해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투자를 시작하고 5개월 후 이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승승장구는 올해 6월까지였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PF 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P2P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PF 상품 특성상 부동산 거래가 돼야 돈을 갚을 여력이 생기는데, 부동산이 팔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6월부터 P2P금융사들에게 새 연체율 기준을 적용해 공시하도록 권고했다. 새 기준대로라면 한 달 이상 연체된 채권은 전부 ‘연체’로 집계해야 한다. 기존에는 30일 이상 90일 미만은 단기 연체, 그 이상은 부실로 집계했는데 이 경우 연체율이 적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연체에 투자자 우려 커져

루프펀딩 인터넷 홈페이지의 채권 공시 내용. [루프펀딩 홈페이지 캡처]

루프펀딩 인터넷 홈페이지의 채권 공시 내용. [루프펀딩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일부 업체는 한국P2P금융협회(P2P협회)에만 새로운 기준의 연체율을 보내고, 자사 홈페이지에는 기존 연체율 기준을 계속 사용해왔다. 예를 들어 5월 기준 이디움펀딩은 P2P협회에 제출한 연체율이 35.41%였지만, 홈페이지에는 12.41%로 공시돼 있었다. 루프펀딩도 마찬가지. 5월 말 루프펀딩이 P2P협회에 제출한 연체율은 6.9%였으나, 홈페이지에는 연체율 4.41%와 부실률 1.22%를 나눠 공시했다. 8월 6일 현재 홈페이지 공시를 보면 루프펀딩의 대출잔액은 932억 원이고 연체율은 32.3%, 부실률은 1.18%이다. 

최근 P2P 투자상품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루프펀딩 소식이 올라온다. 계속되는 연체에 불안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직접 공사현장까지 찾아가 본 투자자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부동산 PF 상품 가운데 아직 삽도 뜨지 못했거나, 공사가 중단된 곳이 많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6월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루프펀딩 투자상품에 문제가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경기 포천과 제주 일대의 부동산 PF 상품에 투자했으나 공사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루프펀딩 측은 7월 ‘상품별 대응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상환 계획에 대한 일정이 없었기 때문. 

결혼자금을 투자한 20대 직장인 정모(27·여) 씨는 “늦어도 언제까지는 받아내겠다거나, 올해 안에 어느 정도 받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받아내겠다는 내용 뒤에 믿어달라고만 하니 답답하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봐도 계속 통화 중이거나 받지를 않는다. 빌린 돈 못 갚는 친구도 이보다는 자세하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 한 빌라의 경우 루프펀딩은 신축자금 대출상품이라고 했지만, 이미 다 지은 건물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루프펀딩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루프펀딩은 공식 입장문 발표를 통해 “상품 기재상 착오가 있었을 뿐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전부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정부기관도 루프펀딩 연체건 및 공사 현황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꽤 많이 접수돼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안다. 자세한 조사를 위해 서울지방검찰청에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에 관해서는 “일단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또 업체에 필요 이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루프펀딩 연체건 및 공사 현황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위). 루프펀딩의 부동산 PF 투자상품 중 일부는 자금 문제로 완공이 어려운 곳도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동아DB, shutterstock]

금융감독원도 루프펀딩 연체건 및 공사 현황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위). 루프펀딩의 부동산 PF 투자상품 중 일부는 자금 문제로 완공이 어려운 곳도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동아DB, shutterstock]

아직 건물이 완공되지 않은 투자처도 밝혀지고 있다. 루프펀딩이 8월 6일 투자자들에게 밝힌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단지형 타운하우스 신축 채권추심절차 공지’에 따르면 이 현장은 골조공사만 끝난 상태다. 아직 원금 상환 기간은 아니지만 루프펀딩 측에서 연체에 이어 채권추심을 하겠다고 밝힌 이상 투자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강원도 평창 신축 분양형 펜션’도 7월 채권추심 절차에 돌입했다. 루프펀딩은 차주와 연대보증인에게 248억 원 규모의 자산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언제 상환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알리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불안이 더 커지는 이유는 부동산 PF P2P 투자상품의 특성 탓이다. 한번 돈을 넣으면 만기가 될 때까지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부동산 PF 상품은 대부분 만기까지 이자만 상환하다 만기일에 원금을 갚는다. 

루프펀딩은 8월 1일 P2P협회에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를 접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루프펀딩 측은 사업을 접는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민충기 루프펀딩 대표는 “P2P협회는 사단법인이 아니다. 지금 연체율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니, 좀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협회에 재가입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나 렌딧, 8퍼센트 등 다른 업체가 준비하는 새로운 협회 가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일사분기 안에 해결하겠다”

루프펀딩에서 연체된 투자상품은 대부분 한 건설사로 통한다. 이 건설사가 차주인 건물들이 공정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민 대표는 “어느 정도 공정이 끝난 건물은 자체 자금을 부어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매각하거나 분양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보전할 것이다. 공정률이 50% 미만이라면 시공사를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위 사례에 해당하는 채권은 내년 일사분기까지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아예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곳이 문제인데,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문의전화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원래 통화 응대 업무를 하는 직원이 두 명 있었는데, 전화가 너무 많이 와 감당할 수 없었다. 금융업체 문의전화는 대부분 10분을 넘지 않는다. 문의하는 사람이 궁금해하는 점만 해결해주면 되니 문의 시간이 짧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1~2시간 전화를 끊지 않았다. 8월 8일부터는 통화 응대 업체를 통해 문의사항을 듣고 있다. 문의전화에 대한 불편은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민 대표는 “당분간 루프펀딩은 신상품 개발보다 채권추심 등의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상품 개발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투자자 재산을 지키는 것을 우위에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루프펀딩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서울 성동구의 유모(30) 씨는 “어떻게 투자금을 회수할지보다, 언제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올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 투자상품 관련 공지를 보면 당초 약속한 수익률보다 더 크게 돌려준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불안한 상황에서는 원금이라도 돌려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8.15 1151호 (p14~16)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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