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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규제혁신’은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전문은행 한해 허용 …  정부, 참여연대 반대 뚫고 직진할지 관심

‘1호 규제혁신’은 은산분리 완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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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선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했다.”(은행권 관계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늘려주는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규제혁신 주요 과제로 은산분리 완화를 거론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7월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정재호 의원의 공동주최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그간 은산분리 이슈에 대한 발언을 삼가왔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토론회에 참석해 “은산분리를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해당 규제를 국제 수준에 맞춰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에 참여연대의 반대는 거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참여연대가 은산분리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다. 7월 5일 참여연대는 “은산분리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라고 비판하면서 금융위원회(금융위)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위에서 챙기라고 해서…”

‘1호 규제혁신’은 은산분리 완화?!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쉽게 말해 ‘삼성은행’ ‘현대차은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산업자본은 은행법상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가질 수 있다. 금융위 승인을 얻어 최대 1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지만, 의결권 행사는 4%까지만 가능하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산업자본 지분 보유를 34% 혹은 50%까지 늘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 또는 특례법안이 총 5건 발의돼 있다(표1 참조). 

은산분리 완화 ‘시그널’은 시작 3시간 전 전격 취소된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에서 나왔다. 6월 27일 문 대통령은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여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를 취소했다. 당시 회의 주요 안건으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가 올라가 있었다. 국무조정실이 하루 전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규제혁신,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겠습니다!’)에 이 안건을 첫 번째 핵심 규제 이슈(Big Issue)로 규정하고, ‘IT(정보기술)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현행 지분 보유 규제완화 필요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의가 취소된 뒤 이 보도자료는 회수됐다. 




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은산분리 완화는 그간 정부의 규제혁신 안건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1월 열린 제1차 규제혁신 점검회의에서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 방안이 제시됐을 뿐이다. 오히려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위원장 윤석헌)는 금융위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 ‘혁신위는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은산분리 완화가 당면 과제인 케이뱅크에 대해서도 ‘은산분리 완화 등에 기대지 말고, 자체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발전 방안을 제시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규제혁신 점검회의 안건으로 올라간 배경에 대해 주무부처인 금융위 관계자는 “올라간다고 통보받았을 뿐”이라고, 국무조정실 실무자는 “위에서 챙기라 해서 챙긴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 안건이 청와대에서 톱다운으로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 결과가 좋지 않자 청와대가 혁신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은산분리 완화 카드를 꺼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방향 전환’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세 축이 따로따로 움직인 측면이 있고 정부도 반성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의 성패는 경제문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너무 초조하다”고 말했다.


1년도 안 돼 600만 고객 확보

7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뉴시스]

7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뉴시스]

청와대가 ‘1호 규제혁신’ 대상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검토하는 이유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3일과 7월 27일 각각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 1년간 ‘메기효과’를 제대로 발휘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24시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인증 절차도 단순화하자, 기존 은행들도 인터넷뱅킹앱, 잔고확인앱, 모바일상품앱 등 기능에 따라 나눴던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하고 공인인증서 대체 인증 방식도 개발해냈다. 


‘1호 규제혁신’은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대출 폭도 넓혔다. 중신용자에게 은행보다 높지만 카드사보다는 낮은 연 5~15% 중금리 대출을 해줌으로써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줬다. 케이뱅크는 신용 4~10등급 고객에게 2062억 원의 신용대출을 제공(마이너스통장 대출 제외)했는데, 이는 올해 4월 말 잔액 기준으로 전체 신용대출 총액(4547억 원)의 절반에 가깝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1조3740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20.2%를 차지한다(6월 말 누적 잔액 기준). 이외에도 거의 무료에 가까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기존 은행 대비 현저히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입자 수는 1년도 안 돼 600만 명을 넘었다(표2 참조). 

은산분리 완화가 ‘간절한’ 곳은 카카오뱅크보다 케이뱅크다. 대주주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율 58%)의 확실한 지원으로 자본금을 1조3000억 원까지 늘린 카카오뱅크와 달리 우리은행(13.79%), KT(10%), NH투자증권(10%) 등 주주 구성이 복잡한 케이뱅크는 증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본금 3500억 원의 케이뱅크는 최근 추진한 1500억 원 규모의 증자에서 300억 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 은행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려면 자본금을 최소 8500억 원까지 늘려야 하는데, 현행 은산분리 규제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케이뱅크는 부족한 자본금 탓에 7월 말까지 ‘직장인K마이너스통장’ 등 주력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려는 고육지책이다. 

카카오뱅크 또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희망한다. 당장 증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금을 꾸준히 늘려나가야 하는데, 이를 금융주력자(대주주인 금융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정보통신기술(ICT) DNA가 강한 회사”라며 “그러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자본 지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10% 지분을 갖는다. 물론 현행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의결권을 4%까지만 행사한다.


“은산분리 훼손 안 해” vs “사금고화 우려”

금융위 등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측은 이것이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일자리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대주주 신용 공여, 대주주 발행 지분증권 취득 한도 등을 현행법보다 더 강화하는 보완 장치를 두기 때문에 은산분리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고용 유발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 이미 있었다”며 “(은산분리 완화는) 정부의 일자리 마련 취지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로 한 때부터 지금까지 약 3년간 은산분리 완화에 관한 숱한 논의가 있어왔다”며 “이제는 예스(Yes)냐 노(No)냐 하는 선택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 완화만으로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테크 투자 전문가 천재원 영국 엑센트리 대표는 “모든 규제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사전 허용, 사후 규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핀테크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반대 목소리도 적잖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정부가 혁신성장 성과에 목을 매며 은산분리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데, 이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제3자가 대출 받아 대주주에게 전해주는 등 산업자본 대주주가 규제를 피해 은행을 사금고로 사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는 “은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제2의 동양증권 사태가 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이 훗날 시중은행에까지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우리가 항상 의견이 같을 이유가 없고, 정권이 누구든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일을 해나갈 뿐”이라며 “조만간 은산분리 완화 반대를 공론화하는 운동을 개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주간동아 2018.07.18 1147호 (p12~14)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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