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8

2018.03.07

와인 for you

결혼, 동업하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와인

아르헨티나 트라피체 와이너리의 ‘이스까이’

  • 입력2018-03-06 1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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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피체 수석 와인메이커 다니엘 피, 트라피체 와이너리 전경, 이스까이 시라-비오니에, 이스까이 말벡-카베르네 프랑(왼쪽부터).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트라피체 수석 와인메이커 다니엘 피, 트라피체 와이너리 전경, 이스까이 시라-비오니에, 이스까이 말벡-카베르네 프랑(왼쪽부터).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봄이 되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랜 연애 끝에 드디어 가정을 꾸리는 후배의 청첩장과 옛 동료 둘이 힘을 합해 사업을 시작한다는 개업 인사장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고 싶어 뜻깊은 선물을 고민하다 딱 맞는 와인이 떠올랐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 와인, 바로 아르헨티나 트라피체(Trapiche) 와이너리가 만든 이스까이(Iscay)다. 

    1883년 설립된 트라피체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주역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트라피체는 새로운 와인을 기획했다. 아르헨티나의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혁신, 잠재력과 특별함을 멋지게 표현할 와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트라피체가 생각해낸 방법은 두 가지 포도를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포도 품종이 둘인만큼 와인도 그 품종을 가장 잘 아는 두 전문가가 협력해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와인이 이스까이다. 이스까이는 잉카족 말로 ‘둘’이라는 뜻이다. 

    이스까이는 두 가지 레드 와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적포도 말벡(Malbec)과 우아한 향미를 뽐내는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블렌딩 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적포도 시라(Syrah)에 백포도 비오니에(Viognier)를 섞어 만든 것이다. 

    말벡-카베르네 프랑은 트라피체의 수석 와인메이커 다니엘 피와 수석 포도밭 매니저 마르셀로 벨몬테가 만들었다. 둘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함께했다. 가장 적합한 포도밭을 선정하고, 수확한 포도 가운데 제일 좋은 것만 골랐다. 포도의 블렌딩 비율도 서로 논의해 말벡과 카베르네 프랑을 7 대 3으로 섞었다. 말벡-카베르네 프랑을 맛보면 말벡이 주는 달콤한 베리향, 매콤한 향신료향, 부드러운 타닌과 카베르네 프랑의 신선한 과일향, 상큼한 피망향, 탄탄한 타닌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향미의 집중도와 복합미가 뛰어나 트라피체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와인이다. 

    시라-비오니에는 다니엘 피가 미국 샌타 바버라의 와인메이커 조이 텐슬리를 초청해 함께 만들었다. 텐슬리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슈퍼스타’라고 부를 정도로 뛰어난 시라 전문가다. 다니엘 피와 텐슬리가 2년여의 공동작업 끝에 시라-비오니에를 출시하자, 이 와인은 ‘아르헨티나를 가장 매혹적으로 표현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단숨에 트라피체의 명품 대열에 합류했다. 시라-비오니에는 시라 97%에 비오니에 3%를 처음부터 섞어 함께 발효, 숙성시켜 만든 와인이다. 그래서인지 두 품종의 특징이 와인 속에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 있다. 농익은 검은 베리, 향긋한 허브, 훈제한 육류 등 시라 특유의 강건한 향미에 비오니에의 화사함이 더해진 고급스럽고 우아한 맛이 일품이다. 



    이스까이 레이블에는 와인을 만든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최고 실력자들이 협력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이스까이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며 서로에게 맞추는 힘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스까이의 깊고 진한 풍미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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